[경제시평] 정부의 에너지 위기 대응 미흡하다

2022. 10. 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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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에너지 위기를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정부는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 대책을 발표했다.

또한 천문학적인 공기업 적자를 감수하면서 전기·가스 요금을 억제하고, 세금을 깎아주면서까지 휘발유 가격 인상을 최소화한 정책은 에너지 위기를 상당 부분 정부가 막아준다는 생각을 국민에게 심어줬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때 우리 정부는 대통령 긴급조치를 발표하면서까지 에너지 위기 대응을 전 국민에게 호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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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숭실대 교수·경제학과)


정부가 에너지 위기를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정부는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 대책을 발표했다. 올겨울 에너지 사용량의 10% 절감을 목표로 범국민 에너지 절약 운동을 전개하고, 민간의 에너지 효율을 혁신하기 위한 투자를 강화하며, 에너지 가격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기로 했다.

최근 에너지 위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가 원인이다. 특히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해 유럽이 비축용 천연가스를 사들이면서 전 세계 공급 물량이 부족해졌고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천연가스 소비량은 겨울철 날씨에 좌우된다. 큰 어려움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지만 만에 하나라도 유럽의 겨울이 혹독하게 춥다면 유럽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전대미문의 에너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에너지 위기 상황은 이처럼 엄중하지만 그 심각성에 비해 우리 국민은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 산업은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기계,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형 제조업이 중심이다. 국내총생산(GDP) 1000달러를 생산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양을 나타내는 에너지원단위(toe/1000달러)는 2019년 기준 0.17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1위다. OECD에서 가장 에너지를 헤프게 쓴다는 말이다. 다른 국가들은 에너지 소비량을 점차 줄여나가는데 우리는 금년 상반기에 산업용(+3.1%), 주택용(+7.6%), 일반용(+1.5%) 등 모든 부문에서 전년 대비 전력 소비가 증가했다.

그런데 에너지 위기의식 부재의 책임은 상당 부분 정부에 있다. 역대 정부에서 전기요금 수준을 원가 이하로 규제했다. 지난 문재인정부에서도 탄소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그 여파로 한국전력의 적자가 금년 상반기에 14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한전이 발전회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구입가격의 평균은 ㎾h당 현재 240원 수준이지만 전기요금은 평균 110원 정도다. 두 배 이상 밑지면서 전기를 파는 셈이다. 그 결과 한전의 적자는 올해 말 30조∼40조원까지 커질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도시가스 가격도 공급 원가 이하로 규제해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상반기 기준 5조1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는 절대적으로 에너지 가격에 달려 있다. 그간 정부가 낮게 유지해 온 에너지 가격이 비효율적 에너지 소비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또한 천문학적인 공기업 적자를 감수하면서 전기·가스 요금을 억제하고, 세금을 깎아주면서까지 휘발유 가격 인상을 최소화한 정책은 에너지 위기를 상당 부분 정부가 막아준다는 생각을 국민에게 심어줬다. 국민의 에너지 위기의식을 정부가 가격 규제로 둔화시킨 것이다.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한국의 에너지 수입액은 마냥 커지고 있다. 금년에 15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는 전체 수입액의 4분의 1∼3분의 1을 차지한다. 낮은 국내 에너지 가격이 에너지 위기 불감증을 확산시켰고 에너지 소비를 오히려 확대했다. 그 결과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해 환율 상승을 더욱 부채질한 셈이다.

정부가 작년 말 대비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각각 17.9% 및 38.5% 인상하고 내년부터 에너지 요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겠다고 한 점은 늦게나마 옳은 방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아직 모자란다. 1970년대 오일 쇼크 때 우리 정부는 대통령 긴급조치를 발표하면서까지 에너지 위기 대응을 전 국민에게 호소한 바 있다. 1·2차 오일 쇼크도 12년 지속됐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위기는 이제 막 시작이다.

조성봉(숭실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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