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혼란 부른 英 부자감세 열흘 만에 백지화

백재연 2022. 10. 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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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금융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온 대규모 감세안 가운데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 계획을 철회했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성명을 발표하고 소득이 15만 파운드(2억40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에게 적용하는 최고세율을 45%에서 40%로 낮추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했다.

로이터통신은 "당내 반란과 금융 시장의 혼란을 촉발한 최고세율 인하 계획을 철회한 것은 '굴욕적인 유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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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내각 "최고세율 인하 안 해"
같은 보수당 내 반대가 결정적
파운드화 강세 전환, "올바른 방향"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버밍엄에서 열린 집권 보수당 연례 총회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콰텡 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대규모 감세 정책 중 하나인 소득세 최고세율 45% 폐지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금융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온 대규모 감세안 가운데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달 23일 발표 이후 10일 만이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성명을 발표하고 소득이 15만 파운드(2억40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에게 적용하는 최고세율을 45%에서 40%로 낮추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했다.

콰텡 장관은 “최고세율 인하 계획이 영국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최우선 임무에 방해가 되고 있다”며 “정책을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도 트위터에서 “우리는 현 상황을 이해하고 경청했다”며 “최고세율 45% 폐지 계획은 영국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됐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당내 반란과 금융 시장의 혼란을 촉발한 최고세율 인하 계획을 철회한 것은 ‘굴욕적인 유턴’”이라고 평가했다.

트러스 내각은 지난달 23일 2027년까지 69조원 감세를 골자로 하는 예산안을 발표했다. 감세안은 발표 직후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 영국 정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날 것이 확실해지자 불안감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영국 파운드화를 매도하면서 ‘파운드화 쇼크’가 일어났다. 영국 국채 금리도 크게 상승해 27일엔 30년물 금리가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공식적으로 철회를 촉구하는 등 나라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러스는 감세안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전날까지도 그는 “패키지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러스 내각이 전격적으로 방향을 튼 결정적인 이유는 집권 보수당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보수당 소속인 마이클 고브 전 주택부 장관은 45% 세율 폐지안을 두고 ‘잘못된 가치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영 일간 텔레그래프는 보수당 의원 중 최대 70명이 반대표를 던질 생각을 하고 있으며 45% 세율 폐지안을 1년 미루자고 촉구하는 의원들도 있다고 보도했다. 감세안 중에서도 최고세율 인하 계획이 가장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다른 일간 가디언은 “이 정책이 많은 보수당 의원 반대로 의회에서 부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총리실이 깨달았다”고 분석했다.

트러스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정치적 위기가 커진 것도 정책 철회의 이유로 꼽힌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엄’의 온라인 설문에서 트러스 총리의 업무 수행 지지율은 18%에 그쳤다. 55%는 그가 업무를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파티게이트와 거짓 해명 등으로 물러난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사임 전 마지막 지지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영국의 감세안 철회 발표에 파운드화는 강세로 돌아섰다. 산유국 협의체 ‘OPEC 플러스(OPEC+)’가 오는 5일 회의에서 하루 100만 배럴 이상 감산을 논의할 것이라는 보도에 유가도 상승세다. 브렌트유는 2.55% 오른 배럴당 87.31달러를 기록했다. 노르디아뱅크 수석 애널리스트 얀 폰 게리히는 “시장 관점에서 볼 때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좋은 단계”라고 평가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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