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서 이방인으로 힘들지만 하나님은 '버팀의 시간' 보신다"

박지훈 2022. 10. 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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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의 기적] 한·미 수교 140주년 기념 보스턴 등 개신교 유적지 방문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가 지난 7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애머스트초대교회를 방문해 ‘천국을 누리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고 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가 준비한 설교의 제목은 ‘천국을 누리는 법’이었다. 천국의 삶을 누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느끼는 갑갑함, 하지만 막막한 인생의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하나님의 뜻…. 이런 내용이 간단없이 이어지던 설교 말미에 다다르자 김 목사는 “천국은 노력만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상처를 받을 때도 많았을 것이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느낀 순간도 자주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끝까지 버티십시오. 버텨야 하나님의 부름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버팀의 시간’을 보고 계실 겁니다.”

다시 미국에 뿌려지는 복음의 씨앗

김 목사가 이 설교를 행한 곳은 지난 7월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의 작은 도시 노샘프턴에 있는 애머스트초대교회(배동혁 목사)였다. 김 목사의 이 교회 방문은 국민일보와 월드비전이 한·미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벌인 ‘밀알의 기적’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김 목사는 국민일보 취재진, 월드비전 관계자들과 함께 8박9일 일정으로 미국 보스턴 등지를 방문했다. 그는 한인교회 목회자나 선교사들을 만나 이들을 격려했으며, 한인교회가 마주한 고충을 청취했다. 한국교회의 젖줄이 닿은 미국 개신교 유적지 여러 곳을 둘러보기도 했다.

김 목사가 말씀을 전한 애머스트초대교회는 2015년 설립된 교회로, 출석 성도가 겨우 20명 수준에 불과한 작은 교회였다. 1만명 넘는 성도가 출석하는 대형교회 목회자가 이역만리 미국까지 날아와 작은 교회 연단에 선 모습은 분명 이색적이었다.

이 교회의 담임자인 배동혁 목사는 지난해 7월 부임한 뒤 코로나19 탓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교회는 2년 가까이 대면 예배를 드릴 수 없었고 재정적으로도 힘들었다. 배 목사는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만으론 생활이 불가능해 세탁소에서 일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지금도 그는 매주 4일씩 세탁소에서 일한다.

이날 예배가 끝난 뒤 김 목사(왼쪽)가 배동혁 애머스트초대교회 담임목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배 목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가 많지만 목회자가 필요한 곳이기에 최선을 다해 교회를 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목사님의 설교는 나와 성도들에게 정말 필요한 말씀이었다. 은혜의 시간을 가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한국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 나라로, 이 씨앗의 결실이 지금의 한국교회라고 할 수 있다. 애머스트초대교회를 비롯한 미국의 한인 교회들은 한국교회가 성장해 다시 미국에 복음을 전하는 처소가 됐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인 교회들은 미국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기 쉬운 한인들을 섬기고 보살피는 일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었다.

1953년 세워진 보스턴 최초의 한인교회인 보스톤한인교회(이영길 목사)도 그런 곳 중 하나였다. 이영길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한인 대다수는 미국에서 영원한 이방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시아 사람들이 뭉칠 수 있는 장소가 되고, 교회들이 자신만의 이민 신학을 갖게 되는 것, 그것이 한인 교회가 떠안은 숙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역사에 새겨진 복음의 흔적

월드비전 관계자들이 미국 브록턴중학교에서 이 학교 소외 계층 학생들을 상대로 벌인 가상현실(VR) 기기 체험 행사.

김 목사와 국민일보 취재진, 월드비전 관계자들이 답사한 유적지는 한두 곳이 아니었다. 보스턴을 이번 프로젝트의 거점으로 삼은 이유도 이곳이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였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개신교 유적지 외에도 미국 독립혁명 당시 숨진 이들이 묻힌 보스턴의 그래너리 공동묘지,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대 등을 둘러봤다.

특히 미국 방문 이튿날인 7월 7일 찾은 ‘건초더미 기도운동 기념비’는 국내 언론에 처음 소개되는 장소였다(국민일보 7월 11일자 31면 참조). 기념비는 보스턴에서 서쪽으로 약 260㎞ 떨어진 윌리엄스대학 교정에 있었다. 1806년 이 대학 재학생이던 새뮤얼 밀즈(1783~1818)는 친구 4명과 건초더미가 쌓인 곳에서 세계 선교의 소명을 다지는 기도회를 열었고, 이 기도회의 정신은 기도운동으로 이어져 미국 해외 선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김 목사는 “건초더미 기도운동이 시작된 현장을 비롯해 여러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하나님의 섭리를 느꼈고 목회자로서 초심을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월드비전 관계자들은 7월 8일 보스턴에서 남서쪽으로 30여㎞ 떨어진 소도시 브록턴을 찾기도 했다. 이 지역의 한 NGO는 브록턴중학교에서 소외 계층 아이들을 상대로 캠프를 열었는데, 월드비전도 이 사역에 가담했다. 월드비전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가져간 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해 아이들에게 월드비전이 벌이는 사역을 소개했다.

김 목사와 함께한 ‘밀알의 기적’ 보스턴 편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진다. 국민일보와 월드비전이 공동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오는 25일 굿티비(GOODTV)를 통해 첫 방송될 예정이다. 방송 이튿날부터는 ‘더 미션’ 유튜브 계정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보스턴(미국)=글·사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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