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내부자들 "푸틴, 동원령 독단적으로 결정..아무도 몰랐다"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의 연이은 차질에 직면하면서 성급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러시아 국적의 전 BBC 기자이자 독립 언론인인 파리다 루스타모바는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의 공무원, 의회 관계자, 공기업 및 사기업 임원 등과 푸틴 대통령의 현 상황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개전 이래 최대 패배는 러시아 내부의 상황을 극적으로 변화시켰으며, 부분 동원령 선포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4개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의 병합 결정도 이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크렘린궁과 가까운 한 소식통은 “패전을 선택할 수 없는 푸틴은 상황을 급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계획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각계의 불만을 샀다. 한 정부 소식통은 “그 누구도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다른 소식통도 “푸틴은 모든 사람에게 다른 것을 말한다. 경제뿐 아니라 전쟁도 그렇다. 협조 체계가 없어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라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대다수 내부 소식통은 이미 러시아가 동원령을 내릴 것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계획이 구체적으로 조정되지 않으며 혼란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또 내부 소식통들은 러시아 정부의 고위 직책자 중 누구도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고 몇 달간 알렉세이 쿠드린 회계감사원장 등이 전쟁의 후과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면서다.
이들은 “이번 전쟁에 대한 러시아 지배층의 진심 어린 지지는 거의 없다”며 이들이 사임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국외로 가는 편도 비행편을 구할 수 있겠지만 그다음은 무엇인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 수 있나. 1만 달러(약 1441만원) 이상은 들고 나가지도 못한다”고 답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내부 소식통 중 전쟁을 찬성하는 인물들과 반대하는 인물들 모두 전쟁의 구체적인 최종 목표를 가늠하긴 어렵지만, 승전 외에는 다른 시나리오가 없다고 답했다. 정부와 가까운 한 소식통은 “지금은 부분적인 동원령이 내려졌지만, 이후엔 대규모 동원이 있을 것”이라며 “그다음은 전술 핵무기 사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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