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히잡시위, 분명 정상 아냐..미국·이스라엘의 계획"
이란 최고지도자가 최근 불거진 반정부 시위의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시위대에 또다시 경고장을 날렸다.
3일(현지시간)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아야톨라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군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젊은 여성의 죽음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증거 없는 의혹으로 히잡(이슬람 세계의 여성 머리 스카프)을 찢고 쿠란(이슬람 경전)을 불태우는 것은 분명히 정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세계에 많은 시위와 폭동이 있고 특히 유럽이나 프랑스에서는 폭력 사태가 발생하는데, 미국이 폭도들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낸 것을 본 적이 있느냐”며 “똑똑한 사람이라면 이란 내 시위에 배후가 있음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진보를 막기 위해 이런 혼란을 조장하며, 과거에도 비슷한 음모를 꾸민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메네이는 또 “경찰은 범죄에 맞서 사회의 안전을 보장한 의무가 있다. 경찰을 공격하는 사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시위대에 대한 당국의 진압을 재차 정당화했다. 앞서 하메네이는 지난 28일(현지시간)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우리 모두 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슬픔에 빠졌지만, 혼란을 초래하는 폭력시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의 우선순위는 국민의 안전이다. 폭동으로 사회 안정을 해치는 일은 방치할 수 없다”고 시위대에 경고한 바 있다.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에 따르면 시위에서 최소 133명이 경찰의 진압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반정부 시위의 촉발제였던 이란 여성 마흐사아미니(22) 의문사 사건에 대해선 정부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아미니는 히잡을 바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13일 테헤란에서 종교 경찰에 의해 교육 센터로 연행됐고, 그로부터 사흘 후인 지난 16일 병원에서 사망했다.
이에 대해 이란 여성들은 진상 규명을 촉구했지만 정부가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분노하며 머리카락을 자르는 등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슬람 율법에선 여성의 긴 머리카락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반드시 히잡 착용을 해 숨겨야 한다. 머리를 자르는 건 이에 대한 강력한 항의표시로 이번 정부에 대한 여성들의 반대 의사를 대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여성들의 단발 시위는 전 세계적으로도 퍼져나가고 있다. 중동, 유럽, 미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머리를 자르며 연대에 나섰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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