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재발 대장암 '다학제 진료'로 완치 가능성 높인다
국내 대장암 치료 성적은 세계 1위 수준이다. 대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2015~19년)은 73.4%로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5년 넘게 살고 있다. 해외 국가와 비교 가능한 2010~14년 기준을 보더라도 5년 생존율은 약 71%로, 미국(64%) 영국(60~62%) 일본(64~67%) 보다 훨씬 앞선다.
발전된 수술 기술과 새로 개발된 항암제의 적극적인 적용 덕분이다. 대장암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지는 복강경과 로봇 수술은 합병증을 줄이고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복강경은 큰 절개 없이 1~3개의 작은 구멍만 뚫고 기구를 집어넣어 암을 제거하는 최소상처 수술을 가능케 한다. 현재 대장암 수술의 80% 이상이 복강경으로 이뤄진다. 또 로봇은 골반 깊숙이 자리한 직장암 수술에 탁월함을 발휘한다. 직장은 비뇨기 부위와 인접해 있고 주변으로 요관이나 혈관 등 생리현상과 성기능 관련 자율신경이 많이 지나간다. 이 때문에 수술로 암을 성공적으로 제거한다 해도 성기능 장애가 생기거나 인공항문(장루)을 달게 돼 암치료 후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를 보완하기에 최적의 방법이 좁은 공간에서도 정교한 절제가 가능한 로봇 수술이다.
2000년대 이후 표적 항암제의 등장도 대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끌어올렸다. 새로운 항암요법은 단순히 전이·재발암 환자의 일부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데 그치지 않고, 과거 수술이 아예 불가능했던 4기 환자에게 항암제를 먼저 써서 암을 줄인 뒤 수술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완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신(新)항암요법과의 조합을 통해 보다 공격적인 수술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를 위해선 항암 치료를 담당하는 종양내과와 수술을 맡는 외과 등 여러 과 의료진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 매우 중요해졌다.
고려대구로병원 대장암 다학제팀 이선일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3일 “대장암의 생존율 차이는 재발 시 얼마나 적절한 치료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현재는 1~3기로 추정되더라도 재발·전이된 4기 대장암에 대한 다학제 진료가 활성화돼야 생존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장암 환자의 약 25%는 진단 때 암이 간까지 퍼진 상태로 발견되며 이런 간 전이 환자의 25~30%만이 간 절제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병원의 경우 과학적 접근과 향상된 다학제 진료를 통해 간 전이 환자의 약 30%는 최초 진단 시, 또 다른 30%는 선(先)항암요법 후에 간 절제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즉, 간 전이 대장암 환자의 60%를 수술로 치료하고 있으며 이런 적극적인 방식이 생존율 견인에 한몫한다는 것이다.
대장암 3기 환자(주변 림프절 침범으로 수술 후 항암요법 6개월 필요)의 5년 생존율은 87.6%로 국가암등록통계에서 보고된 수치(82.1%)를 상회한다. 이는 국내외 발표된 여러 연구결과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이며 역시 탄탄한 다학제 진료 시스템이 비결로 꼽힌다.
이 교수는 “대장암은 병기에 상관없이 수술이 가장 중요하며 첫 진료부터 수술 시기와 방법을 고려해 검사를 진행해야 최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라도 외과적 관점에서 상담 및 다학제 진료를 하는 것이 수술 치료에 대한 고려를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소화기암들은 일단 재발하면 항암요법을 받더라도 대부분 1~2년안에 숨지지만 대장암은 재발해도 적극적인 치료로 장기 생존이 가능하고 완치에 이르는 비율이 높다. 수술 후 5년 내 재발했거나 처음부터 여러 장기에 전이가 있던 환자도 반복적인 수술과 항암치료를 통해 오래 삶을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따라서 환자 병기 및 상태에 따라 내과 및 외과 의료진들이 긴밀히 협력해 최적의 치료 타이밍을 찾을 필요가 있다.
대장암 다학제팀 오상철 종양내과 교수는 “종양내과, 간담췌외과, 흉부외과 간·혈관 수술팀, 영상의학과 등 8개과 의료진이 환자 상태에 따라 항암제 치료, 수술 등 다양한 치료법을 모색하고 적절한 시기에 적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환자도 함께 논의하다 보면 치료법을 찾곤 한다.
특히 고대구로병원 대장암 다학제팀은 교수를 포함한 외과 의료진이 내과로 한 달간 파견을 나가는 시스템을 처음 도입, 내·외과 벽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의료계에서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 교수는 “내·외과 의료진이 함께 진료보고 회진을 돌면서 환자를 같이 공유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술 시기를 놓쳤을 가능성이 있는 환자나 내과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 중에서 ‘숨어있는 수술 가능자’를 찾아낸다”며 “질높은 융합 진료를 통해 모든 대장암 환자의 치료 골든타임을 찾아내고 생존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대장암 환자가 검사부터 수술받기까지 길어야 2주, 보통 1주 정도면 가능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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