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수사망 좁혀오자 文카드 꺼냈나..野의도 의심하는 용산

박태인 입력 2022. 10. 3. 18:08 수정 2022. 10. 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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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개천절 경축식에 참석하고 있다. 야당은 이날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 요청과 관련해 대대적인 공세를 벌였다. 연합뉴스.


“언론에 먼저 공개한 것도, 정쟁을 키운 것도 모두 민주당이다.”

3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감사원이 서해 피살 공무원 감사와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요청한 서면조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을 이렇게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감사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분”이라며 “대통령실도 언론을 보고서야 조사 요청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감사원의 ‘사전교감설’을 부인한 것이다. 이처럼 야당이 문 전 대통령을 정국의 중심으로 끌어들여 ‘의도된 정쟁’을 만들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시각이다.


감사원 “前대통령에 요청 전례, 실체적 진실 밝혀야”


감사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감사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장 명의의 질문서를 발부해왔다”며 “지난달 28일 문 전 대통령 측에 전화로 방문해 질문지를 전달할 의사를 전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한 과거 노태우·김영삼(YS)·이명박(MB)·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감사 관련 질문지를 전달했고, 노 전 대통령과 YS로부터 답변을 받아 감사결과에 활용한 사실(MB, 박 전 대통령은 답변 거부)도 밝혔다.

전례와 필요에 따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 조사를 요청했을뿐 야당의 주장처럼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감사원 안팎에선 “감사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 관련 진술이 나와 조사를 요청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 감사원은 14일 관련 조사를 마칠 예정인데, “중대한 위법이 확인된 사람들에 대해선 수사를 요청하고 그 사안을 간략히 국민들께 알려드릴 계획”이라며 중간 감사 결과 발표도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감사원 조사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

與, 文전 대통령에 공세 퍼부어


이날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여당은 문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을 지내신 분이니까 겸허한 마음으로 대응을 해 주시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밝힌 것은 얌전한 축에 속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대표는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유신 공포정치를 연상된다”고 한 발언을 거론하며 “조사를 앞두고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자기 고백이다. 문 전 대통령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지만 좋게 포장하면 동병상련이고 솔직히 말하면 공범의 의리”라고 날을 세웠다.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도 “불쾌해서 서면조사도 받지 못하겠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오히려 사건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더 키울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맡았던 최재형 의원은 “모든 국정에 대해 책임의 정점에 있었던 문 전 대통령이 감사원의 서면조사조차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유가족과 국민에 대한 대단히 무례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여권은 이재명 대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는 가운데, 야당이 문재인 전 대통령 이슈를 정국 한복판에 터트린 것이야 말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의심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친명과 친문이 갑자기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야당이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노리고 선제적으로 이슈를 터트린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16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반려견과 함께 하는 모습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됐다. 문 전 대통령은 감사원의 서면조사 요청에 “무례한 짓”이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뉴스1

李수사 좁혀오자 文카드 꺼냈나


대통령실 일각에선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불도저 스타일’에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당과의 전선이 문 전 대통령으로까지 확대되는 건 아무래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이슈가 윤 대통령을 수렁에 빠뜨렸던 ‘비속어 논란’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읽힌다. 공수 전환을 이끄는 호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지지층의 불만이 상당하다”며 “야당의 지지층이 결집하면 우리 지지자들도 결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정치 탄압주장 2차 가해, 文고발할 것”


한편 감사원 조사 요청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이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피살 공무원의 부인 권영미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소환조사를 요구한 것도 아니고 질문지를 보낸 것인데, 그게 왜 무례한 짓이냐, 왜 그게 정치보복이냐, 문재인 전 대통령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정치보복이란 주장은 유가족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2차 가해”라며 “문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지 않을 경우 검찰 고발을 통해 조사를 받게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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