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은 몰라도 발목까진 왔다"..지금 주목해야 할 섹터는?[앤츠랩]

이태윤 2022. 10. 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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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OOO선 무너졌다.” 자고 일어나면 숫자만 바뀐 비슷한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인데요. 김용구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을 만나 ‘증시 바닥’을 준비하는 투자법을 물었습니다. 코스피 바닥이 어딜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이 ‘발목’ 근처인 건 확실하다고 하네요.

김용구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Q : 코스피 2300선이 무너졌습니다. 다음 하방 지지선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요?
A :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다음 하방 지지선을 예상하는 게 어찌 보면 좀 궁색해요. 그래도 예측하자면 2000선이 될 것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주가수익률(PER) 8배 초중반이 저점이었어요.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보면 당시 저점인 0.89배를 이미 깼고요. 200개월 평균 이동선 기준으로 봐도 코스피 2000선을 중요한 지지선으로 봅니다.

Q : ‘찐바닥’을 가늠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지표가 있을까요?
A : 누가 뭐라 해도 지금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의 금리예요. 미 국채 2년물, 10년물 금리가 계속 오르는데 이게 언제 꺾일 것인지가 주식 시장에 변곡점입니다. 결국 금리의 앞단에는 미국 물가가 있어요. 물가가 잡혀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입장을 결정할 테니까요. 지금은 물가가 뛰니까 금리가 뛰고, 다시 환율이 뛰는 악순환 구조예요. 반대로 물가가 잡히면 금리가 잡히고 환율도 진정되는 선순환으로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단 거죠.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이날 코스피 지수는 2150선을 내줬다. 연합뉴스

Q : ‘바닥’은 알 수 없지만, 현재 주식 시장은 어디쯤 왔을까요?
A : 코스피가 2300선이나 2200선이나 한국 기업의 실적, 펀더멘털 측면에서 봤을 때 ‘싸다’는 사실은 확실해요. 발바닥은 아니어도 발목까진 왔다고 판단합니다. 현재 코스피 2150선을 기준으로 보면 PER 9배가 채 안 돼요. 이런 평가가 타당한지 이성적으로 생각해봐야 합니다. CLSA에 따르면 코스피 하락률이 스리랑카 다음이라고 해요. 이게 맞냐는 거죠. 한국 기업의 실적은 지난해 코로나19 반등 특수를 고려하면 크게 떨어지지 않았어요. 코스피의 평균 PER이 9배 아래로 내려간 건 역사적으로 볼 때 대외 불확실성, 극한의 공포로 인한 투매 등 불안요소 때문에 일시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Q : 주식은 ‘쌀 때 사야 한다’는 건 알지만 이미 물린 개인투자자가 많다. 대응법이 있을까요?
A : 지금은 전 세계 투자자가 물려있는 시기예요. 과민하게 반응하며 투매에 동참하기보다 이성을 찾아야 합니다. 결국은 옥석 가리기의 시간이 온다는 거죠. 낙폭 과대한 종목을 찾아서 ‘시간 싸움’을 할 각오를 해야 해요.

셔터스톡

Q : 낙폭이 과대하다고 판단되는 섹터가 과연 어디일까요?
A : 올해 내내 강조하는 섹터는 물가상승(인플레이션) 구간에서 실적이 잘 나올 수 있는 곳이에요. EV 전기차 테마로 묶이는 자동차, 2차 전지가 대표적이죠. 금리와 물가 같은 대외 환경이 변했다고는 하나 미래 기대감 자체는 전혀 달라진 게 없어요. 변동성이 미래에 필요한 제품과 산업 자체를 바꿀 순 없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반도체도 좋게 봅니다. 내수 분야에서는 방산이나 유통, 음식료, 미디어도 좋아요. 정유나 건설은 주가가 바닥인데 배당 매력도 있고요.

Q :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데 건설이나 정유 섹터 추천은 의외인데요?
A : 대형 건설사 가운데 국내 수주 물량이 주가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기업은 많지 않아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과거 효율성만 추구했던 글로벌 생산 체인이 이제 정치·안보 이슈를 무시할 수 없어졌어요. 이른바 ‘깐부’끼리 재배열해야 하는 셈이죠. 이 과정에서 수혜를 입을 산업은 어디일까 생각하면 건설과 정유를 꼽을 수 있죠.

Q : 단기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가 있을까요?
A :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중요해요. 11월 중순쯤 발표될 텐데, 지금 상황이라면 자동차 생산이 빠르게 정상화하다 보니 반도체 부족이 해소되며 중고차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예요. 이런 부분을 반영하면 물가 하락세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죠. 물가가 꼬여서 Fed의 신경이 곤두서고 금리가 뛰는 악순환의 고리가 풀릴 수 있는 거죠.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1분기 4.6~4.7 수준으로 낮아지면 기준금리 아래로 가는 셈이고 그러면 다시 Fed가 금리를 다 올렸다는 인식이 형성될 거라고 봅니다.

Q : 개인투자자에게 마지막으로 조언 하나 부탁드립니다
A : 기술적 반등이 올 때 주식 비중을 줄이는 식으로 단기 승부를 내려는 투자자도 많은데 쉽지 않아요. 경기 침체가 와도 우리는 결국 먹고, 마시고, 돈을 쓸 거예요. 지금 유망한 기업을 발목 아래에서 살 기회예요. 한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복수혈전’을 할 수 있단 얘기죠. 모두가 비관론을 얘기할 때일수록 비이성적인 공포에 빠지지 않도록 차분해져야 합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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