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속어 논란, 서로 다른 <조선>-<동아>의 논조 [윤 대통령 비속어 파문]

하성태 2022. 10. 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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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비평] 조선 "좌파세력의 윤석열 총공세" vs. 동아 "사과하고 현안 집중했어야"

[하성태 기자]

"이번 '말꼬리 잡기'의 진정한 내막은 좌파 언론과 좌파 세력의 '윤석열 타도 총공세'의 합작품이라는 데 있다. 이것은 윤 정부가 협치를 포기하고 '이재명 잡기'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윤 정부가 '이재명'을 포기했더라면 민주당의 협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민주당과 좌파 세력은 이제 국회 다수 의석을 등에 업고 윤 대통령 찍어 내리기에 나섰다. '광우병 사태' 등 과거 보수·우파 정권을 무너뜨린 노하우를 최대한 되살리고 있다. '뉴욕 발언'도 그 공세의 일환이다. 좌·우 진영의 대립은 이제 본격화하고 있다."
 
- 9월 27일 '윤 대통령, 총선 승리 전까지는 임시 대통령'란 제목의 '김대중 칼럼' 중
 
비속어 논란의 애초 발화자는 윤석열 대통령 본인인데, 김대중 주필은 이는 무시한 채 언론 보도와 비난 여론을 '말꼬리잡기'로 규정했다. 윤석열 대통령발 비속어 논란이 정국을 집어삼킨 지난 한주, <조선일보>는 이같은 김 주필의 '프레임 전환'을 고스란히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가 규정한 '좌파 언론과 좌파 세력의 윤석열 타도 총공세'라는 용어 자체도 무시무시하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을 재차 20% 중반대까지 폭락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인 비속어․욕설 논란의 여파를 최소화기 위해 조선일보는 MBC와 이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보인다. 대표적 사설과 칼럼만 꼽아 보자.
 
 윤석열 대통령 외교참사와 욕설, 비속어 파문을 규탄하는 첫 촛불집회가 9월30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 부근에서 ‘대통령이 부끄러운 시민들’ 주최로 열렸다. ‘외교참사 국민에게 사과하라!’ ‘적반하장 언론탄압 중단하라!’가 적힌 손피켓과 촛불을 든 시민들은 “여러번 들어도 ‘바이든’이라 들리는데, 내 귀가 잘못된거냐” “사실 보도한 MBC탄압 중단’ 등을 촉구했다.
ⓒ 권우성
 
지난달 28일 <조선일보>는 'MBC가 만들어낸 이상한 나라'란 제목의 '데스크에서' 칼럼에서 윤 대통령 부부의 이번 해외 순방시 나돌았던, 확인되지 않은 지적들을 열거하고 이를 '가짜뉴스'라 규정한 뒤 MBC 보도를 언급했다.

이어 해당 칼럼은 "우리 뇌는 불충분한 정보를 메꾸기 위해 어떤 텍스트가 잘 안 들리거나 잘 안 보이면 다른 감각기관으로 수용한 정보까지도 적극 활용한다"며 "이번처럼 소리가 불분명할 때 자막을 붙이면 선명하게 들리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이란 자막을 단 MBC 보도를 지적하기 위해 동원한 나름의 '과학'적(?) 주장이었다.

<조선일보>는 이어 지난 1일 '진짜 외교 참사는 지난 5년간 다 벌어졌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민주당의 '외교 참사' 주장은 내로남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외교 참사는 지난 5년간 벌어졌다"며 '홀대론' 등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언론들이 키운 논란들을 부지런히 길어 올렸다.

조선일보 사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3박 4일 방중 당시 10끼 중 8끼를 혼자 먹었다. 있을 수 없는 국가 수치다"라고 짚는다. 그러나 이런 주장 중 다수는 침소봉대이거나, 또다른 팩트체크가 필요해 보이는 것들뿐이었다. 그러면서 해당 사설 말미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욕설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대표가 욕설에 대해 말할 수 있나.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고 비꼬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을 하는 모습.
ⓒ 대통령실 제공
 
비교 대상이 되기 어려운 과거 이 대표의 욕설 통화와 윤 대통령의 '비속어․욕설' 논란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한 것이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총공세의 내막은 앞서 소개한 '김대중 칼럼'에서 잘 드러난다. 당면한 보수여당의 총선 승리와 5년 뒤 보수정권 재창출 말이다. 해당 부분을 소개한다.

"여기서 윤 정부가 밀리면 1년 반 뒤 총선은 물론이고 5년 뒤 보수의 정권 재창출도 이룰 수 없다. 지금의 국회 의석 구조로는 윤 정권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못 한다. 소수 대통령이고 불능(不能) 정부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정권이 살고 정권 재창출까지 이어지려면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길뿐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승리할 때까지 윤 대통령의 할 일(?)은 실수하지 않는 것이다."

윤 대통령 엄호 나선 <조선>, 일관되게 '윤 대통령 사과' 촉구한 <동아>

<동아일보>의 논조는 사뭇 달랐다. 우선 '비속어․욕설' 논란의 책임과 해외 순방 기간 잡음과 논란의 책임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여러 차례 사설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우선 지난달 26일자 사설 '순방 외교 마친 尹, '막말' 해명하고 심기일전 다짐해야'에서 <동아일보>는 "대통령실 해명대로 발언 대상이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라면 169석 야당을 향해 막말을 한 셈이 되는데도 대통령은 물론 참모들 입에서도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조차 나온 게 없다"며 "'외교 참사' 운운하는 야당 비판에 발끈하기 전에 발언 경위를 직접 설명하고 깔끔하게 사과하는 게 옳다"고 일침을 놨다. 아래는 이 사설의 일부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갔으면 대통령이 직접 발언 맥락과 취지를 설명하고 깔끔하게 사과하고 털어버리는 게 상식적인 해법이다. 그게 소모적인 정쟁을 막고 향후 국정 운영에서 야당의 협조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되는 길이다. 사실과 다르다면, 뭐가 어떻게 사실과 다르다는 건지 발언 당사자가 직접 설명을 해야 국민이나 야당도 납득을 하든 말든 할 수 있지 않겠나." - 9월 27일 <동아일보> 사설 '尹 사과 없는 "동맹 훼손" 반박… 점점 멀어지는 협치' 중에서

다음날인 27일자 사설에서도 동아일보는 당시까지의 상황을 정리한 뒤 윤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더불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MBC 보도를 향해 강구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MBC가 대통령실에 대한 확인 절차 없이 비하 대상을 미국 의회, 바이든 대통령으로 단정하고 자막에 넣은 경위를 밝히는 문제와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 보도와 관련해 문화방송을 항의 방문한 9월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본사 로비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문화방송, 와이티엔, 서울방송, 한국방송, 국악방송 등 조합원들이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을 항의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지난 1일자 사설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다시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어제 나왔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4%에 그쳤고,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5%였다"며 "비속어 논란이 지난달 22일 첫 보도 이후 열흘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건 정상이 아니다"라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날을 세웠다.

"어이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처음부터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런 말을 했다면 유감이다' '무심결에 비속어가 튀어나왔을 수 있지만 우리 국회가 잘 처리해달라는 취지였다' 등 직접 해명이나 사과를 하고 국가 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비속어 논란이 이렇게 확대 재생산됐겠나. MBC가 자막을 조작한 '가짜뉴스' 사건이라면서 '진짜뉴스'가 뭔지를 속 시원히 내놓지도 않고 있다." - 지난 1일 <동아일보> 사설 '尹 지지율 다시 최저로… 한 발 물러서 꼬인 정국 풀라' 중에서

'조선'과 다른 '동아' 김순덕 기자의 직설 화법

윤 대통령의 사과와 결자해지를 촉구하는 <동아일보> 논조는 꽤나 일관적인 논조다. 지난달 25일부터 2일까지 세 건의 칼럼을 쏟아낸 <동아일보> 김순덕 대기자의 '김순덕의 도발' 칼럼은 조금 더 직설적이었다. 김 대기자는 29일자 칼럼을 쓰고 난 뒤 "악플이 어마무시하게 달렸다"고도 했다.  

김 대기자는 지난달 29일 'MBC 광우병 사태와 윤 대통령의 자유' 칼럼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했던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다. 먼저 진상이 확실히 밝혀져야 한다"는 발언을 거론하며 이와 관련 "MBC에 대해 사실상 수사를 지시했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과거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둘러싼 검찰 수사와 사회적 논란을 환기시킨 뒤 "2011년 9월 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며 "그것이 우리 헌법이 보장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다. 그래서 여권에 알려주고 싶은 거다. MBC를 고발해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될 것이니 괜한 고생 하지 말라고 말이다"라고 쏘아 붙였다.

대통령실과 여권이 수사를 통원해 MBC를 향해 총공세를 펼치는 것에 대한 일침이었다. 이어 김 대기자는 2일 '진영논리와 조작 방송' 칼럼에서 과거 2010년 2월 '엄기영 사장의 MBC 해사 행위'라는 본인의 기명 칼럼을 소개한 후 "이랬던 내가 광우병 PD수첩이나 이번 MBC자막 처리를 무조건 편들 리 없다"고 전제한 뒤 예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MBC에 대한 여권의 고발이 무의미한 행위라는 주장 말이다.

"이번 '바이든' 자막처리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런 말한 적 없다는 말을 믿는다. MBC의 의도적 '데이터조작'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한 중재 과정 없이 대통령이 사실상 수사 지시를 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 2011년 대법판례에 비춰볼 때,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은 무죄가 나올 공산이 크다고 나는 봤던 거다."

아울러 지난 달 1일 '차라리 대통령이 여당 Chong Jae(총재) 겸임하시라' 칼럼에서 김 대기자는 김건희 여사 논문 관련 의혹을 통렬히 비판했던 바 있다(관련 기사 : '김건희 yuji 논문' 조롱한 <동아> 대기자의 '매운맛' 칼럼).

그는 지난달 25일 '"우리 남편 바보"…녹취록은 윤석열 리스크였나' 칼럼에서도 윤 대통령의 '비속어․욕설' 논란과 과거 '김건희 녹취록' 내용을 비교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시종일관 윤 대통령 엄호에 나서는 듯한 <조선일보>와는 다른, <동아일보>의 논조가 잘 드러나는 문장이 아닐 수 없었다.

"앞으로는 김 여사도 대통령을 바보 취급하는 일은 삼갔으면 한다. 윤 대통령도 바보가 아니라면, 그리고 국민을 진정 존중한다면,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들을 'XX'라고 비하한 것을 사과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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