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MBC 때리기? 지지층 결집 전략"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2022. 10. 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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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

[이영광 기자]

 윤석열 대통령 외교참사와 욕설, 비속어 파문을 규탄하는 첫 촛불집회가 9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 부근에서 ‘대통령이 부끄러운 시민들’ 주최로 열렸다. ‘외교참사 국민에게 사과하라!’ ‘적반하장 언론탄압 중단하라!’가 적힌 손피켓과 촛불을 든 시민들은 “여러번 들어도 ‘바이든’이라 들리는데, 내 귀가 잘못된거냐” “사실 보도한 MBC탄압 중단’ 등을 촉구했다.
ⓒ 권우성
 
MBC :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대통령실 : "(한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내뱉은 한 문장이 이렇게도 다르게 들릴 줄이야. 이어진 파문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힐 지경이다.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향한 발언이라 쳐도 사과해야 할 일인 것 같은데, 오히려 대통령과 여당이 갈등을 더 키우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욕설 발언과 국민의힘 내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변호사이기도 한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과 지난 1일 전화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천 혁신위원과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국민의힘 천하람 혁신위원이 9월 5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중 비속어·욕설 논란이 뜨겁잖아요. 이게 이렇게 오래갈 줄 대부분 예측 못했거든요. 변호사님은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굉장히 안타깝게 보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 이념이든 정당의 정당 정책이든 꼭 뭐가 옳고 그른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일관성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국민의힘이나 윤석열 대통령 같은 경우 자유를 존중하는 정당이고 정부도 그렇지 않습니까. 근데 언론이 어떤 걸 보도했다는 이유로 언론 압박하는 건 언론의 자유에 반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얘기하는 자유라는 게 가면 갈수록 공허해지는 느낌이고요. 물론 우리가 여당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포지션을 뒷받침하고 도와야 된다는 것도 성립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보다 정당으로서의 본질적인 정체성을 지켜야 된다고 생각해요."

- 국민의힘이란 정당의 본질적인 정체성은 뭘까요?

"국민의힘의 본질적인 정체성은 보수 정당이고 자유주의 보수 진영에 소속된 정당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국제적으로 합의된 인권이나 헌법 가치 지키겠다고 하는 게 보수 정당의 기본적인 이념 체계일 텐데 그런 것들이 지금 굉장히 흔들리고 있다고 보거든요. 특히나 대통령의 사과야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판단인데 당이 거기에 끌려가고 무리하게 MBC 앞에 가서 시위하는 건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과거로 회귀한다는 느낌도 많이 들어요.

일단 언론이라는 게 카메라가 들어갈 수 있는 장소에서 취재한 건 아무런 잘못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다음에 이 핫마이크에 대해서 자막을 어떻게 입힐지가 쟁점이었는데 물론 자막 아예 안 입혔던 게 더 적절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거 역시도 언론사의 판단이고 또 MBC만이 아니라 140여 개 언론사가 바이든이라고 입혔는데... 많은 언론인이 들었을 때 바이든이라고 들린다는 얘기죠. 자막 입힌 게 마음에 안 든다면 그걸 비판을 할 수는 있겠죠. 근데 그걸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 고발하는 건 자유를 중시하는 공당으로서 해야 될 자세를 이미 많이 넘었죠. 저는 지금이라도 고소 고발 취하하고 언론의 자유 영역 안에서 비판하는 정도의 자세를 견지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 국민의힘에서는 이게 '의도 있는 자막 조작'이라고 하잖아요.

"만약에 140개 언론사는 '날리면'으로 썼거나, 아니면 공란으로 해뒀는데 MBC만 유독 그걸 '바이든'이라고 단정적으로 자막 달았다면 비판할 수는 있죠. 하지만 한 140여 개 언론사도 비슷하게 자막을 달았다는 거잖아요. 그걸 보면 '바이든'이라고 한 게 유별난 일이 아니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그 자체로 보여주고요.

또 한 가지는 초반에 이게 문제가 됐을 때 대통령실이 이거에 대해 외교적 부담을 언급하면서 비보도 요청한 다음에 한 3시간 있다가 나온 얘기에도 사적 대화였다는 식의 반응이 나왔는데, 그런 것들을 종합해 보면 언론사 입장에서도 이게 내용은 맞는데 이게 외교상 부담이 되니까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걸로 충분히 생각할 정황들이 있었단 말이에요. 게다가 SBS 앵커도 얘기했지만 각 언론사에서 다 각자의 판단하에 아래 자막을 넣은 건데 이거에 대해서 MBC만 유독 자막 조작을 했다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되죠."

- 그런데 집권 여당은 왜 MBC만 비판하고 때리는 걸까요?

"물론 MBC가 처음으로 보도했다는 것도 작용했을 거고요. 또 한 가지는 기본적으로 보수 진영 유권자들이 MBC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편향성이 있다고 보는 부분들이 많이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MBC가 잘못된 방향으로 보도를 이끌어갔다고 해서 보수 진영 유권자들 결집시키려는 정치적인 전략이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듭니다."

"뭘 진상조사할지 의문... 국힘발 명예훼손 고발? 처벌 99.9% 불가능할 것"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9월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 본사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보도와 관련해 항의 방문한 뒤 돌아 나오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대통령실 해명은 적절했을까요?

"대통령이, 기억 안 난다고 하실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통령실에 있는 비서실장 포함한 많은 참모가 다 이걸 들어봤을 거 아니에요. 많은 수의 국민들이 들어봤을 때 비속어가 맞다고 하고 대통령실의 직원들이 들어봐도 비속어가 맞다고 한다면, 혹 대통령께서 기억이 안 나시더라도 카메라에 잡힌 거니까 이거에 대해 입장 표명하고 넘어가야 된다고, 참모들이 적극적으로 대통령한테 의견 개진할 수 있어야 돼요. 그런데 지금 보면 대통령실도 혼란스럽다면서 오히려 대통령이 기억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줘요. 너무 한가해 보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출근길 질의응답에서 진상조사를 언급했습니다.

"저는 진상조사가 왜 필요한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요. 보도 이전에 돌아다니게 된 경위 정도 확인한다면 모를까 자막을 왜 그렇게 붙였냐고 하는 진상조사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게 MBC 혼자만 이렇게 한 게 아니잖아요. 일반적으로 충분히 그렇게 들을 수 있다는 얘기인데 그렇게 들을 수 있어서 자막 그렇게 입힌 걸 가지고 무슨 진상조사를 해요."

- 국민의힘 측 주장은, 애초 발언은 '국회'인데 MBC가 왜 앞에 미국이라고 넣었느냐는 건데요.

"그거는 가치 판단이 들어간 부분이라 보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비판할 수는 있겠죠. 근데 그걸 비판을 하는 거와 형사 고소하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그 정도를 명예훼손이라거나 업무방해로 보이지는 않아요. 처벌 또한, 절대라는 표현은 어렵겠지만 저는 (처벌이) 99.9%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9월 30일 한국갤럽이 한 여론조사 보니까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24% 나왔던데 어떻게 보세요?

"탄핵 뒤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가 받은 게 24%였습니다. 콘크리트만 남은 거라고 봐야 됩니다. 특히 20대는 9%였나요. 민심이 20대 30대 40대 같은 경우에 민심 이반이 굉장히 심각하고 이분들은 사회생활을 적극적으로 하기 때문에 여론 주도층입니다. 지금 여론 주도층의 지지를 굉장히 많이 잃은 상황이라 보이고요.

물론 저도 이해합니다. 대통령의 사과라는 건 너무 가벼워서도 안 됩니다. 그런데 핫마이크 같은 경우는 사과해도 되는 거지 않습니까. 이게 그렇게까지 물론 중요하다면 중요한 일이지만 이게 사과를 인간적으로 '내가 실수했습니다'라고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인데 우리가 되게 정치를 힘들게 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콘크리트 지지층만 빼고는 지금 저희 당이나 정부에 대해서 안 좋게 보고 계신 거 아닌가 싶습니다."

- 국민의힘 내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건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리가 28일 있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일단 여러 가처분이 있지만 본질은 1차 가처분 때와 사실상 동일합니다. 민주적으로 당원과 국민에 의해 선출된 당 대표를 본인의 동의 없이 전당대회보다 하위 기구의 결정으로 축출할 수가 있느냐가 쟁점이고요. 1차에서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법원의 결정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기술이 들어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당헌 당규 개정이라는 게 누가 봐도 이 전 대표 축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게 사실 눈에 뻔히 보입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 이 전 대표의 주장이 인용될 가능성이 한 60% 이상은 된다고 봅니다."

- 만약에 이번에도 인용된다면 어떻게 되나요?

"일단 저는 당에서도 인용 가능성 대비해서 주호영 원내대표 뽑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되면 주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서 당을 이끌어 나가게 될 겁니다. 그렇게 원칙적으로 풀어나가면 생각보다 빠르게 당이 안정화될 겁니다. 그런데 또 절대로 이준석 대표와  같이 갈 수 없다고 하면서 추가 징계를 꺼내 들면 또다시 당이 혼란스러워질 거고요.

만약에 이 전 대표의 발언만을 이유로 추가 징계한다면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에서 그 징계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건 무리한 결정이라고 보고, 당이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을 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결국 남는 게 발언 문제밖에 없는데 지금 저희 당이 발언 가지고 누구를 징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이미 징계 하겠다고 한 상황 아닌가요?

"앞서 권은희 의원 같은 경우도 징계하겠다고 불렀다가 경고만 하고 끝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지금이라도 윤리위가 침착성을 찾고 당이 조금 더 안정되는 방향으로 하면 좋겠어요. 이게 윤리위가 너무 당 운영에 과한 영향을 주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 6일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 대한 징계도 하겠다고 했는데 이준석 대표와 같은 날 하는 거죠.

"저는 권성동 의원 징계도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권 의원이 연찬회 가서 언론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술 마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술 한잔 했다고 한들 그걸 가지고 징계까지 할 일입니까? 비판은 하면 되죠. 그런데 정치적으로 비판하고 끝날 일에, 과하게 징계의 칼날을 들이대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요."

- 지금 유승민 전 대표가 목소리를 내는 중인데, MB 정부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내 야당 역할 했다고 하잖아요. 유승민 전 대표도 그런 역할을 하려는 걸까요?

"그럴 수도 있죠. 근데 문제는, 그때 당시에 박근혜 대표와 지금의 유승민 또는 이준석 대표가 다른 부분은 이 분들은 원내에 세력이 너무 없어요. 그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 합리적이고 소신파들이잖아요. 기본적으로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래 하던 대로만 해도 '반윤 포지션'처럼 해석이 되는 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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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위 기사는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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