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하고도 발명자 못됐다, 특허청이 막은 美출신 '다부스' 누구
인공지능(AI)을 발명자로 한 특허출원이 한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허청은 미국 AI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가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AI를 발명자로 낸 특허 출원에 대해 무효 처분했다고 3일 밝혔다. 특허출원 무효 처분은 해당 출원이 처음부터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테일러는 지난해 5월 프랙탈(fractal·부분의 구조가 전체의 구조를 반복하는 형태) 형태의 식품 용기와 신경 동작을 모방해 주의를 끌 수 있는 램프 장치 등 2가지 특허를 한국을 비롯해 11개국에 출원했다.
그는 “본인(테일러)은 해당 출원과 관련한 전문지식이 전혀 없고 AI 다부스가 일반적 지식을 학습한 뒤 이 발명을 독자적으로 창작했기 때문에 다부스는 정당한 발명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허청은 이에 대해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한 특허 출원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처분했다.
특허청은 지난 2월 해당 특허에 대해 ‘AI를 발명자로 한 출원을 자연인(Natural Person)으로 수정하라’는 보정 요구서를 통지했지만 출원인이 응하지 않아 이번에 최종 출원 무효 처분했다. 한국 특허법과 관련 판례는 자연인만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으며,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 국가 특허법도 마찬가지다.
법률상 ‘자연인’은 ‘법이 권리 능력을 인정하는 자연적 생활체로서의 인간’을 말한다. 법적으로 자연인은 순수한 개인만 의미한다. 테일러가 다른 나라에 낸 특허도 비슷한 결론이 났다.
특허법과 판례에 ‘발명자는 자연인에 한정한다(Inventorship limited to natural persons)’고 규정한 미국을 비롯해 영국·일본 등이 한국처럼 특허 출원을 거절했다. 독일은 연방특허법원에서는 ‘자연인만 발명자로 인정하되 그 성명을 기재할 때 AI에 대한 정보를 병기하는 것도 허용한다’는 판결이 나왔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호주에서는 연방 1심법원에서 AI를 발명자로 인정했지만 항소심에서 결론이 뒤집혔다.
특허청은 지난해 12월 미국·유럽·중국 등 총 7개 특허청이 참여한 국제 콘퍼런스를 열어 AI의 단독 발명에 대해 논의했다. 콘퍼런스에서 참여국들은 “아직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단독으로 발명하는 기술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나라별 법·제도가 다르면 AI 산업 발전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국제적 조화가 필수”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현재 AI의 발전 속도를 볼 때 언젠가는 AI를 발명자로 인정해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다”며 “이에 대비해 특허청은 각종 쟁점들을 학계·산업계, 외국 특허청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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