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 아름다움에 취하면 '여기' 갇힐수도 있습니다
[노시경 기자]
▲ 격포항 방파제. 610m 길이의 격포 방파제는 서해를 향해 시원하게 열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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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도행 여객선. 위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북방파제와 남방파제 사이를 빠져나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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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북쪽으로는 수천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한 채석강의 기암절벽들과 함께 어제 가보지 못했던 해식동굴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 세월동안 파도가 퇴적암을 침식하여 만들어진 해식동굴이 장관이다. 인공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자연산 걸작이다.
▲ 채석강. 방파제 북쪽으로 수천권의 책을 쌓아 놓은 듯한 채석강 기암절벽들이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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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안 절경은 전북 서해안 지질공원이 시작하는 입구에서 들어가야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바다와 만나는 채석강의 해변 바위는 미끄럽기 때문에 조심해서 아래로 내려갔다. 이암과 사암으로 이루어진 퇴적암의 멋진 층리가 마치 조각작품처럼 눈 앞에 나타났다. 색상과 크기가 다른 퇴적물이 시루떡처럼 쌓여 있는 모습이 너무나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 장엄한 지질명소는 자연의 힘에 만들어진 것이니 다시 한번 자연의 위대함에 경외감이 느껴진다.
▲ 해식동굴 입구. 해식동굴 앞은 인생사진을 남기려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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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식동굴 앞은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었다. 해식동굴 안에 들어가 바다 쪽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명암 대비가 확실한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를 홀로 모시고 온 한 청년이 동굴 안에 머무르는 시간을 여유 있게 기다려 준 후, 이들이 나오자 찬찬히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동굴 안에서 보니, 바다 쪽에서 들어오는 빛은 한줄기 희망처럼 환상적이었다.
▲ 해식동굴. 해식동굴 안에서 바다 쪽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명암 대비가 확실한 작품이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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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절경을 즐기려면 매일 바뀌는 서해안의 물때를 사전에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 해식동굴은 만조 시간이 되면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해식동굴을 구경하느라 안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다가 밖으로 나와보니, 동굴 입구 바로 아래에는 이미 바닷물이 가득 들어와 있었다. 하마터면 갇힐 뻔했다.
지질공원 입구 쪽으로 큰 바위를 다시 내려가려고 보니 바닷물이 발목까지는 찰 것같이 보였다. 산 지 얼마되지 않은 운동화도 바닷물에 젖을 것 같았다. 나는 별 생각없이 채석강 앞바다의 물 때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해식동굴 안으로 들어섰던 것이었다.
머리 속으로 잠깐 갈등을 겪고 있는데 슬리퍼 신고 온 아저씨가 망설임 없이 해식동굴 입구의 젖은 바위 아래로 내려간다. 나도 그 아저씨를 따라 내려갔다가 운동화가 그만 미끄러져 버렸다. 바위 위의 안전줄을 잡아서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몸이 휘청거렸다.
▲ 채석강 갤러리. 부안군이 국내 최초의 석재 갤러리로 예쁘게 단장한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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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어선들이 밀집되어 정박 중인 격포항 쪽으로 가니 바닷가 앞의 야외 전시공원, 채석강 갤러리가 보인다. 부안군이 국내 최초의 석재 갤러리로 예쁘게 단장한 곳이다. 병풍처럼 이어지는 곡선 문양의 대리석 양 옆으로 부안이 자랑하는 문화가 새겨져 있다. 대리석 표면을 파낸 곳에 조금씩 다른 대리석의 색상을 끼워 넣어서 마치 붓으로 그린 것처럼 그림과 글씨가 새겨져 있으니 보통 정성으로 만든 곳이 아니다.
파도가 물결치는 듯한 대리석의 다양한 색상 속에 채석강과 변산반도 풍광이 담겨 있고, 아름다운 격포 바다의 풍경이 함께 새겨져 있다. 이 야외 전시관에는 부안을 사랑했던 문인들의 시와 문학작품이 자랑스럽게 남겨져 있다.
▲ 격포항. 수십 척에 이르는 어선들이 출어를 기다리며 정박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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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강 갤러리 옆으로는 수십 척에 이르는 어선들이 출어를 기다리며 정박 중이고, 격포항 안쪽의 건어물위판장, 활선어위판장 앞에는 생선 거래를 위해 모여든 차량들로 북적인다. 그 옆의 격포항 여객터미널에서는 위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격포항과 격포항 주변의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팔각정 위에 올라가 보았다. 마침 위도로 가는 여객선 한 척이 아침의 바다를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배 위에서 바다를 감상하는 사람들 뒤로 수많은 갈매기들이 배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배가 나아가는 방향 앞으로 마치 고슴도치 모양을 닮은 섬, 위도가 보였다. 팔각정의 기둥 사이로 보면 격포항과 격포방파제의 모습이 마치 액자 속에 담긴 한 폭의 그림같이 보인다.
▲ 격포항의 왜가리. 10마리나 되는 왜가리들이 물 속의 물고기들을 잔뜩 노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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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아래에는 10마리나 되는 왜가리들이 물 속의 물고기들을 잔뜩 노리고 있었다. 채석강교 아래 물살이 세지는 곳이 왜가리들 사이에서는 소문난 낚시터인 것이다. 물고기를 순간 포착하여 낚아채려는 왜가리 여러 마리가 정중동의 모습으로 물 속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곳의 생태계는 아직 잘 보존되고 있는 것 같다.
▲ 노을공주. 격포 앞바다 석양이 진홍빛으로 물들면 은빛 비늘을 자랑하며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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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다가 보니 격포 해수욕장 바위 위에 인어상 같이 생긴 석상이 세워져 있다. 이 화강암 조각상의 이름은 노을공주. 격포 앞바다의 석양이 진홍빛으로 물들면 은빛 비늘을 자랑하며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 격포해수욕장 갈매기. 갈매기들이 모래사장에서 점점 따뜻해지는 아침 시간을 즐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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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 찬란한 격포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은 갈매기들의 차지가 되어있었다. 갈매기들은 파도의 가장자리에서 점점 따뜻해지는 아침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단지 사진만을 찍으려 접근했을 뿐이지만 갈매기들은 눈치챈 듯 슬금슬금 피했다. 갈매기들은 하나 둘씩 바다로 훨훨 날아갔다. 나도 갈매기들을 따라 날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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