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 바뀐 맨체스터, 이젠 '시티' 시대가 왔다

이준목 2022. 10. 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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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희비 엇갈린 유나이티드와 시티

[이준목 기자]

이제 맨체스터의 대세는 더 이상 '유나이티드'가 아닌 '시티'다. 맨체스터 시티는 2일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와의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경기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6-3 대승을 거뒀다.

이미 전반에만 점수차가 4-0으로 벌어졌을만큼 경기 내용이나 결과 등 모든 면에서 맨시티의 완승에 가까웠다.2000년생 동갑내기 '밀레니엄 듀오' 엘링 홀란과 필 포든이 나란히 '더블 해트트릭'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하며 맨유를 완파했다.

맨시티 입단 이후 절정의 골감각을 자랑하고 있는 '괴물 공격수' 홀란은 전반 34분 왼쪽에서 케빈 데 브라이너가 감아올린 오른발 코너킥을 헤딩골로 포문을 연데 이어, 3분뒤에는 역습기회에서 케빈 데 브라이너가 오른쪽 중앙에서 올린 얼리 크로스를 슬라이딩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후반 19분에는 세르지오 고메즈의 낮은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하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여기에 홀란은 각각 전반 43분과 후반 27분에 포든의 해트트릭에도 두 골을 도우며 총 3골 2도움으로 팀이 기록한 6골중 5골에 관여하는 원맨쇼를 펼쳤다. 홀란은 9경기만에 14골(3도움)을 터뜨리며 2위 해리 케인(토트넘, 7골 1도움)에 무려 두 배차이로 앞서있다. 또한 크리스탈 팰리스,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경기에 이어 맨유전까지 리그 역대 최초 홈 3경기 연속 해트트릭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으며, 포든과 함께 52년 만에 맨유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맨시티 선수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홀란의 맹활약을 앞세워 맨시티는 6승 2무(승점 20)로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토트넘과의 북런던더비를 승리한 선두 아스널(승점 21)을 1점차로 추격했다.반면 맨유는 4연승 행진을 중단되며 4승 3패(승점 12)로 6위에 내려앉았다.

이날의 맨체스터 더비는 맨유와 맨시티의 뒤바뀐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맨체스터를 대표하는 주인공은 역시 맨유였다.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지휘 아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리오 퍼디난드, 박지성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활약하던 맨유는 맨체스터와 EPL을 넘어 유럽을 지배하던 명문팀이었다.

그에 비하여 10여년 전만 해도 맨시티는 우승은 고사하고 1부리그 잔류에 만족하는 중하위권 팀에 불과했고, 퍼거슨 감독은 맨시티를 "시끄러운 이웃"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며 라이벌로 인정하지 않았다.

2008년 중동의 부호 셰이크 만수르가 맨시티를 인수하면서 양팀의 운명은 뒤바뀌기 시작했다. 만수르의 파격적인 투자에 힘입어 맨시티는 빠르게 성장했다. 인수 첫해인 2008-09시즌만 해도 10위에 그쳤지만, 이듬해부터 각각 5위-3위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그리고 2011-12시즌에서는 리그 최종전인 QPR전에서 종료 직전 터진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극적인 역전골로 맨유아의 격차를 뒤집으며 44년 만에 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맨시티는 맨더비 맞대결에서 아직 퍼거슨이 건재하던 맨유를 6-1로 대파하는 전설의 '식스앤더 시티'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박지성의 맨유에서의 마지막 공식 경기도 같은 시즌에 열린 맨시티전으로 당시 맨유는 또다시 0-1로 패하며 2연패를 당했다.

이듬해인 2012-13시즌, 맨유는 우승을 탈환하며 지난 시즌의 아픔을 설욕하지만, 이는 또 한번의 중대한 전환점을 예고하는 회광반조였다. 바로 퍼거슨 경이 은퇴한 것이다. 무려 27년간 맨유의 황금시대를 이끌어왔던 퍼거슨의 퇴장은, 만수르의 등장과 함께 맨유와 맨시티의 라이벌 구도가 뒤바뀌게 되는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꼽힌다.

퍼거슨이 건재하던 시절만 해도 아직은 팽팽했던 맨더비의 균형은, 이후 급격하게 맨시티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맨유는 EPL 최다우승(20회)팀이지만 퍼거슨의 은퇴 시즌이던 2012-13시즌을 끝으로는 더 이상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반면 맨시티는 이 기간 무려 리그 우승 5회, 리그컵 6회, FA컵 1회 우승을 추가하며 명실상부한 EPL의 패자이며 유럽의 신흥강호로 올라섰다. 맨시티의 1부리그 통산 우승 기록은 8회인데 이중 6회가 바로 만수르가 인수한 2010년대 이후에 달성한 기록이다.

특히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2016년 이후에는 리그 우승 4회를 비롯하여 총 11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아직 들어올리지 못한게 유일한 옥의 티지만, 같은 기간 잉글랜드 무대에서는 독보적인 최고의 성적이다. 같은 기간 맨시티의 대항마 역할을 한 것은 더이상 맨유라기보다는 리버풀과 첼시, 토트넘 등이었다.

맨더비의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역대 맨체스터 더비 리그 상대전적은 77승 53무 58패로 아직은 맨유의 우위가 확고하다. 하지만 최근 10년간으로 범위를 좁히면 12승3무7패로 맨시티의 우위가 점점 뚜렷해진다. 최근에는 맨시티가 이날 경기까지 맨더비 3연승을 질주했으며. 올해 3월 4-1 승리에 이어 2경기 연속 3골 차 대승을 일궈내며 맨유 팬들을 좌절시켰다.

한때 퍼거슨 감독과 함께 맨유의 전성기를 상징하던 전설적인 공격수 호날두는 이날 선발 출전 명단에서 제외된 뒤 교체로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벤치만을 지켰다. 최근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세월의 흐름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호날두는, 자신의 과거 팔팔했던 전성기 시절을 연상시키는 홀란드가 맨유를 유린하는 모습을 벤치에서 무력하게 지켜보며 웬지 착잡해보이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축구계를 대표하는 신-구 슈퍼스타의 세대교체와 함께, 맨유와 맨시티의 뒤바뀐 처지를 보여주는 듯한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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