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했다 하면 1등..현대차맨, 홍콩 딤섬 '불패' 모델 만들었다

명순영 2022. 10. 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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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홍콩 신생 딤섬 브랜드 '딤딤섬(點點心)' 들여와 대성공
1호 신세계 대구점부터 5호 잠실롯데월드점까지 식당가 장악
최근 명동에 첫 '로드숍'.."저렴하고 맛 좋은 딤섬 대중화 목표"
박기태 딤딤섬 사장. (윤관식 기자)
2016년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처음 입점할 때만 해도 ‘무명(無名)’에 가까웠다. 하지만 홍콩 신생 브랜드 ‘딤딤섬(點點心)’이 국내 대표적인 딤섬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구 1호점 이후 올해 9월 명동 6호점을 낼 때까지 단 한 차례의 실패 없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도 단순히 살아남은 수준이 아니라, 주변 식당가를 평정하며 선두로 올라섰다.

딤섬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점심(點心)이다. 단어에서 알 수 있듯, 홍콩에서의 딤섬은 흔하디흔한 음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았다. 한국에 진출한 홍콩 딤섬은 꽤 높은 가격의 고급 음식으로 ‘포지셔닝’돼 있어서다. 그도 그럴 것이 딤섬은 종류가 많고 손품이 많이 든다. 매장에 현지인 쉐프가 꼭 필요하고 식자재 가격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딤섬은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깬 이가 박기태(60) 딤딤섬 대표다. 그는 가성비와 홍콩 ‘감성’을 앞세워 젊은 미식가를 끌어 모으며 연매출 200억원까지 딤딤섬 브랜드를 키워냈다.

박 사장은 요식업과는 거리가 먼 경력을 쌓았다. 1992년 현대차에 입사한 그는 구매 부문에서 주로 일했다. 조직생활 10년이 지났을 무렵 직장인보다 사업가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시작한 비즈니스가 자동차 부품 무역이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중국을 공부했던 터라 중국어와 중국 문화·시장에 능통했다. 전구를 중심으로 한 무역 거래는 잘됐다. 하지만 전기차로 자동차 업계 판이 바뀐다는 점을 주의 깊게 바라봤다.

“전기차로 시장 판도가 바뀌면 제가 수입하는 할로겐 전구 등이 소용없겠다 싶었어요. 무역업도 한계에 부딪힐 것 같아 다른 사업을 계속 찾았죠. 그러다 만난 브랜드가 딤딤섬이었습니다.”

박 사장은 해외 브랜드를 물색하고 다각도로 직접 접촉했다. 물론 거절당한 사례가 더 많았다. 하지만 2010년 홍콩 조던에서 첫 매장을 연 딤딤섬은 달랐다. 홍콩 딤딤섬 창립자 역시 요식업 전공자가 아니었다. 전자 사업 등을 해온 딤딤섬 창업자는 딤딤섬을 ‘홍콩에서 가장 맛있는 딤섬’ 브랜드로 올려놓았다(2011년 타임아웃, 2012년 뉴스위크, 2013년 ‘세계 유명한 쉐프들의 음식가이드’).

그는 사업가인 박 사장의 패기를 높게 평가했다. 보통 수입 브랜드는 한국 사업이 잘 되든 안 되든 수익을 내기 위해 로열티를 원한다. 하지만 홍콩 딤딤섬 대표는 같이 성장하자는 의미로 지분 투자를 선택했다.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박 사장은 홍콩에서의 딤섬이 우리나라 분식 같은 느낌이듯, 캐주얼하게 접근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또한 딤섬이 흔치 않은 메뉴라는 점을 감안해 여러 지역 사람이 찾는 백화점 식당가를 노렸다.

그러나 신생 브랜드에게 호의적인 백화점은 없었다. 문을 여러 차례 노크한 끝에 신세계 대구점과 연이 닿았다. 신세계백화점이 대구점을 야심차게 출점시키며 ‘딤딤섬’에 기회가 왔다. 개점 이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손님이 몰려들었다. 가격 대비 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거니와, 한국인 입맛에 맞게 현지화한 다양한 메뉴가 호평받았다. SNS에는 홍콩 분위기의 감성을 담은 딤딤섬 메뉴가 연일 올라왔다. 대구점 내에서도 자리가 썩 좋지 않았지만 1년 만에 식당가 매출 1등으로 올라섰다.

“대구가 고향이라 입지를 제대로 파악했어요. 딤섬이 동네 음식이 아닌 만큼 사람이 많이 지나는 광역상권이 중요하다고 봤는데 이 점도 들어맞았죠. 저희는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가장 좋은 식자재를 사용합니다. 무엇보다 맛 좋은 음식을 싸게 공급하자는 원칙이 통한 것 같아요.”

이후에도 딤딤섬은 성공가도를 달렸다. 2호점인 부산 센텀시티점은 난공불락의 1위로 자리매김했다. 서울로 올라온 건 3호점부터였다. 2020년 5월 서울 센트럴시티점에 문을 열었다. 당시는 코로나19 초기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할 때였다. 설상가상 센트럴시티에서 가장 안쪽에 위치한 2층 자리였다. 입지는 한마디로 ‘꽝’이었다. 박 사장은 “코로나19가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었고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웠지만 낮은 임대료를 장점이라 생각하며 개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려와 달리 결과는 만점이었다. 이미 맛집으로 입소문 나며 고객이 몰려들었다. 역시나 주변 상권에서 1등 레스토랑의 명성을 이어갔다.

같은 해 8월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점, 지난해 9월 잠실 롯데월드몰점까지 열었다. 모두 코로나19 기간이었다. 하지만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코로나19를 겪으면서도 실패를 겪지 않은 신생 브랜드는 국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딤섬뿐 아니라 홍콩 국민 음식 차슈, 한국에서 맛보가 어려운 광동식 바비큐 메뉴 등 다양한 현지 음식을 선보인 점이 좋은 점수를 받았어요. 여기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메뉴를 적극 개발했고요. 저희는 현지인 쉐프가 직접 매장에서 현지 요리를 선보이면서도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노하우를 계속 키워가고 있어요. 홍콩의 감성을 얹은 인테리어도 젊은 층을 유입시키는 데 한몫했다고 봅니다.”

해외여행이 막히자 이색적인 해외 브랜드 음식을 맛보려는 수요도 늘어난 것 같다는 게 박 사장 분석이기도 하다. 박 사장은 지난 9월 명동에 첫 로드숍(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의 매장)을 열며 딤딤섬의 대중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딤섬은 요리가 복잡해 넓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매장 하나를 내는데도 많은 고민이 필요해요. 빠르게 사업을 키우겠다고 욕심내기보다 안정적으로 확장할 생각입니다. 이색적인 음식을 동네 분식집에서 맛보듯이 즐기도록 하고 싶어요.”

[명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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