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시인-되기

2022. 10. 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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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바깥에서 스스로를 소개할 때 "저의 직업은 시인입니다"라고 말하기란 조금 번거로운 일이다.

한국의 등단제에 대한 개략적 소개와 문단의 현 상황과 그에 대한 견해를 간단히 설명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마침내 "저는 독립출판사 '아침달'에서 '나이트 사커'라는 제목의 시집을 출간하며 시인으로 데뷔했습니다"라는 결론에 명쾌하게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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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오 시인


문단 바깥에서 스스로를 소개할 때 “저의 직업은 시인입니다”라고 말하기란 조금 번거로운 일이다. 시인이라는 이름 안에 누적된 편견 때문이기도 하고, 직업이라고 하기에는 멋쩍을 만큼의 소득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내가 통상적인 제도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시인이 되셨어요?” “시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등의 호기심 어린 질문 앞에서 나는 여타 시인들보다 다소 복잡한 대답을 해야 한다. 한국의 등단제에 대한 개략적 소개와 문단의 현 상황과 그에 대한 견해를 간단히 설명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마침내 “저는 독립출판사 ‘아침달’에서 ‘나이트 사커’라는 제목의 시집을 출간하며 시인으로 데뷔했습니다”라는 결론에 명쾌하게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춘문예 당선이나 신인문학상 수상이 아닌 독립출판사에서의 시집 출간을 통한 등단은 시인이 되기 위한 선택지 중 하나였다. 나는 기존의 등단 제도를 척결해야 할 적으로 상정하고 싶지 않다. 기존 방식을 통해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들이 한국 문단에 탄생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등단’이라는 용어 자체가 오염돼 있다고 생각한다. 등단이란 사실 이름 없는 신인 작가가 문단에 등장하는 일 자체를 뜻하는 것이다. 신춘문예 당선이나 신인문학상 수상뿐 아니라 새로운 이름이 문단에 나타났다면 그것이 등단인 것이다. 따라서 ‘비등단’이라는 용어 사용 역시 지양하고자 한다. 나의 경우에도 여타 매체에 소개될 일이 있을 때 “비등단 시인이 시집을 출간했다”보다는 “시집을 통해 등단했다”라는 표현을 선호한다고 미리 이야기하는 편이다. 비등단이라는 용어 또한 등단제를 신춘문예나 신인문학상에 국한시키는 데에 기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제도 밖에서도 좋은 작가들은 탄생한다. 이런 제도의 다양화가 결국 한국 문학장을 오래도록 살아있는 곳으로, 이른바 ‘고인 물’이 되지 않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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