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타다'를 진짜 멈추게 했던 사람

전성필 2022. 10. 3.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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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필 산업부 기자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를 운영하다 불법 콜택시 혐의로 기소됐던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지난달 29일 열린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타다를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이 아니라 기사가 딸린 렌터카 계약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표는 선고 후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는 “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고, 국민들은 불편해졌고, 같이 일하던 많은 동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후배 기업가들은 두려움과 공포로 담대한 혁신을 망설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가 쏟아낸 말 중 타다를 혁신 서비스라고 불리게 해준 원동력이었던 ‘타다 드라이버’는 없었다. 선고 직전 이 전 대표가 공개한 2심 최후진술에서 “1만명이 넘는 드라이버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라고 언급했을 뿐이다. 이 전 대표는 선고 후에도 타다 서비스를 종료하며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던 1만여명의 드라이버들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지 않았다.

타다의 서비스는 이 전 대표 말대로 이른바 ‘타다 금지법’ 때문에 중단됐을까. 타다와 관련된 많은 노동자 역시 타다 금지법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을까.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사업을 일방적으로 철수한다고 결정한 책임자는 사실상 이 전 대표다.

쏘카의 자회사 VCNC는 2020년 3월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렌터카 기사 알선 요건을 강화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3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이 통과하자 10대 남짓 운영되던 장애인 서비스 ‘타다 어시스트’ 서비스를 곧바로 중단했다. 3월 10일에는 1400대를 운행하던 ‘타다 베이직’을 4월 11일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후 타다 차량이 주차돼 있었던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거점 차고지에 대한 대여 계약을 차례로 종료했고, 타다 베이직 운영에 활용됐던 카니발 렌터카 역시 매각했다. 철수 과정은 거침없었고, 매우 빨랐다.

하지만 당시 타다가 사업 철수에 속도전을 펼칠 이유는 없었다. 개정 여객법은 시행되기까지 1년6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을 뒀다. 타다의 기존 사업 역시 1년6개월 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전 대표는 이 기간에 국회와 여객법 개정을 논의하거나 정부와 타다를 지속 운영할 수 있는 모빌리티 혁신 방안을 함께 찾을 수도 있었다.

관가에서는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이 전 대표를 찾아가 타다 철수를 막기 위한 설득을 하려 했다는 소문까지 돌았었다. 정부가 먼저 일종의 ‘화해의 몸짓’를 보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김 장관의 얼굴조차 보지 않고 말 그대로 ‘문전박대’했다고 알려졌다. 타다 드라이버들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사업 중단을 철회하고 국토부와 협의하라”고 외쳤지만, 이 전 대표는 사업 관련 결정을 후임에 맡겨버리고 침묵을 택했다.

이제는 이 전 대표가 말한 ‘많은 동료들’ 자리에 1만여명의 타다 드라이버들이 끼어들 명분조차 사라졌다. 쏘카 스스로가 법정 다툼 과정에서 타다 드라이버들을 자신들과는 관련 없는 존재로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쏘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법원은 “타다 드라이버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쏘카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타다를 ‘혁신적인 서비스’로 불리게 하는 데 일조했던 타다 드라이버는 지난 3년간 이 전 대표와 타다에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하다. 이 전 대표는 규제와 혁신의 대결 구도만을 강조하다 그 혁신을 위해 몸담았던 ‘일하는 동료’의 존재와 가치를 거세시켰다. 혁신을 빌미로 플랫폼의 책임, 일하는 사람의 소중함을 무시한 파괴적인 행위에 가깝다. “세상을 창의적이고 따뜻한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시간이 온다”는 이 전 대표의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앞으로 젊은 혁신가들이 이 전 대표와 같은 파괴적 혁신의 길을 따를까 우려스럽다.

전성필 산업부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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