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국민의힘 위에 드리운 먹구름

입력 2022. 10. 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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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지난 9월 28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박대출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과 권성동, 박성중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9월 28일 서울남부지법에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3·4·5차 가처분에 대한 심리가 열렸다. 3차 가처분 신청은 전국위원회의 당헌 개정안 의결 효력 정지에 관한, 4차 가처분 신청은 정진석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와 관련된, 5차 가처분 신청은 지명직 비대위원 6인의 직무 정지에 대한 것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 내용들은 지난번 가처분 신청과 별개의 건이 아니다. 때문에 지난번보다 이른 시간에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일주일 후로 넘긴다고 하니, 국민의힘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국민의힘은 나름 단단히 준비를 하고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또 지난 가처분 인용 때 지적된 법리적 문제를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따라서 이번 가처분은 별 무리 없이 기각될 것이라고 예상했을 법하다. 그런데 결정까지 또다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니 당황하지 않을 수 있나.

국민의힘 측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응책을 마련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태 수습이 만만치 않다. 일단 최고위는 해산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진퇴양난이다. 최고위를 이른 시일 안에 다시 구성할 수도 없고, 3차 비대위를 구성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최고위를 빨리 구성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비대위가 출범할 때, 지난번 가처분 인용 시 법원이 적시한 법리적 하자를 해소하기 위해 당헌을 바꿨기 때문이다. 당헌을 바꾸면서 전국위원회가 최고위를 구성할 수도 있게 한 규정을 수정했기 때문에 최고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다시 전당대회를 열어야 할 수 있다.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이준석 전 대표가 법적으로도 전(前) 대표인지, 아니면 징계 상태에 있는 현(現) 대표인지에 대한 법적 판단이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준석 전 대표가 문자 그대로 ‘전’ 대표라고 해도 당장 전당대회를 치를 수 없다. 10월 4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는 본래 야당을 위한 ‘정치 행사’라고 부를 정도로 야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는 조금 다른 상황이다. 현 정권이 출범한 지 이제 5개월 남짓이기 때문에 현 정권에 대한 정책 감사 소재가 ‘이론적’으로 별로 많지 않다.

따라서 여당은 이번 국정감사를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감사로 진행해 국정 주도권을 회복하려 했다. 그런데 이런 계획이 어려워졌다. 법원 결정 시기와 국정감사 시작 시점이 겹칠 수도 있고, 결정에 따라서는 지도부 공백이 발생해 우왕좌왕하는 상황에서 국정감사를 치를 수도 있어서다.

혹여 인용이 결정돼 조기 전당대회라도 치러야 한다면 당권 주자끼리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해 국정감사에 대한 전략은 묻혀버릴 수도 있다. 벌써부터 잠재적 당권 주자들 신경전은 시작됐다.

김기현 의원은 9월 28일,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SNS에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이미지 관리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상당히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 전 의원 발언이 어느 정도 호응을 얻느냐는, 이른바 윤핵관과 윤 대통령의 당에 대한 장악력을 시험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집권 초기인 만큼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높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요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단언하기 힘들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윤 대통령을 둘러싼 돌발 변수가 자주 생긴다는 사실이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짧은 회동 이후 발생한 ‘비속어 논란’도 그렇다. 비속어 논란은 외국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정치인의 ‘실수’다. 미국에서도 핫 마이크(hot mic.) 혹은 오픈 마이크(open mic.)라는 용어가 따로 존재할 정도로 미국 정치인, 특히 대통령이 드물지 않게 범하는 실수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발생했다는 사실보다는 논란에 대한 대응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해당 장면을 제일 먼저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데, 여기서 매우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보도 내용이 문제인지 아니면 보도 자체가 문제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보도 자체를 문제 삼을 경우, 자칫 ‘언론 탄압’ 프레임으로 비화될 수 있다. 언론 탄압 프레임으로 비화되면 사안의 핵심이 대통령실과 여당이 생각하는 방향에서 상당히 벗어나게 된다. 다시 말해, 해당 언론사의 보도 과정 문제점을 부각시키려다 오히려 본인들이 언론 탄압의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프레임 아래서는 해당 언론사 행동에 비판적이던 언론들마저 단결해서 여당 대응에 반발하고 나설 수 있다. 이럴 경우, 윤 대통령 지지율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비속어 논란 진상 규명을 한다 해도 핵심을 잘 짚으면서 최대한 조심하며 접근해야 한다. 대통령실의 위기관리 능력과도 직결된다.

두 번째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9월 25일(현지 시간) 아시아 외환위기 가능성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미국은 금리 인상 여력이 아직 충분한 반면, 일본은 금리를 인상할 여력이 없으며 중국은 오히려 경기 침체에 맞서 금리 인하를 추진하고 있어 달러 강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이때 대한민국과 필리핀, 태국 등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 전 수석 통화 전략가는 엔화가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면 1997년 같은 아시아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설(hypotheses)’이 현실화되지 않고 현재 상황이 계속되기만 해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도 힘들 테다.

결국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여당과 대통령실을 덮치면, 대통령과 친윤의 당내 장악력은 현저히 줄어든다. 여기에 조기 전당대회가 치러지면 비윤이 약진할 가능성도 있다. 친윤이 퇴조하고 비윤이 약진하면, 윤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더욱 약해진다.

하나 더 고려할 상황이 있다. 이준석 전 대표 추가 징계 여부다. 9월 28일 국민의힘 윤리위는 회의를 소집했는데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문제는 다루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결정이 늦어지면서 국민의힘 윤리위도 속도 조절에 들어간 셈이다. 나름 현명한 결정이다. 만일 추가 징계를 강행했을 경우, 국민의힘 내부 갈등은 더욱 격화됐을 것이다. 또 비속어 논란 진상 규명 문제를 비롯한 외부적 문제와 맞물려 국민의힘은 문자 그대로 사법 리스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복합적 위기가 우리 경제뿐 아니라, 집권 세력에게도 닥쳤다. 국민의 근심과 걱정은 더욱 깊어진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8호 (2022.10.05~2022.10.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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