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 토지매입 365억, 호반과 이면계약 맺은 남욱 측이 대납"
성남시가 위례신도시 민관 합동 개발에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지급해야 했던 토지매매 계약금을 남욱 변호사 등 민간사업자가 대납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수백억원의 매매 계약금 대납에 도움을 준 건설사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 공모 전에 이미 시공사로 내정돼 100억원대의 배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가 지난달 26일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기소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 주지형 전 공사 개발계획파트장, 위례 개발 민간사업자 측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재창씨(이하 남 변호사 등)의 공소장에는 부패한 공직자와 민간사업자 사이의 어두운 유착관계와 부정부패의 실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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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이재명 지방선거 당선 포커스 맞춰야”
2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이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성남시 대장동 민영개발을 추진하던 남 변호사 등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공영개발로 바꾸려 하자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을 통해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 전 본부장을 소개받았다. 이후 유 전 본부장의 뜻에 따라 시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반대하던 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최 전 의장에게 거액을 약속하며 청탁하기도 했다.
이에 최 전 의장은 표결 방식에 항의하며 퇴장하는 같은 당 소속 시의원을 의결정족수에 포함하는 등의 꼼수를 동원, 2013년 2월 28일 조례안 통과를 밀어붙였다. 이재명 대표로선 그의 제1 공약이던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을 위해 공사 설립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조례안 통과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 등 공사 측과 남 변호사 등 민간사업자 측의 유착관계는 심화했다.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에게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한 몸이고 내년(2014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시장을 어떻게 당선시킬지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공사 설립이 확정되자 유 전 본부장은 같은 해 7월 ▶성남시가 위례 사업을 계속 추진 중이고 ▶위례 사업을 민관 합동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한다는 등 직무상 내부 비밀을 남 변호사와 공유했다. 이에 남 변호사 등은 이 같은 비밀을 이용해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금융기관과 미리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들의 제안에 응한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다. 같은 해 8월엔 유 전 본부장이 사업 타당성 평가 일정을 공유하자, 남 변호사 등은 한국신용평가에 타당성 평가 용역을 미리 의뢰하는 방법으로 대비했다. 같은 해 10월 공사가 용역을 정식으로 발주한 뒤 용역보고서가 나왔고, 보고서는 주 전 파트장을 거쳐 민간사업자 측인 정 회계사에 미리 전달됐다.
위례 사업 실무 책임자였던 주 전 파트장은 이후 정 회계사와 연락하고 만나면서 사실상 공모지침서를 같이 만들었다. 정 회계사가 요구한 ▶건설사 공모사업 참여 금지 ▶출자자 신용등급 기준 하향 ▶컨소시엄 구성원 수에서 특정금전신탁 등 제외 ▶공사와 민간사업자 사이 ‘5대 5 배당’ 등이 모두 공모지침서에 반영됐다. 남 변호사 등은 같은 해 11월 이에 맞춰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주 전 파트장과 그의 상관인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은 사업자 선정 평가에 참여해 미래에셋 컨소시엄에 대해 모든 항목에서 만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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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에 이재명 대표 18차례 등장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기 전 LH가 공사를 상대로 2013년 11월 말까지 위례신도시 A2-8BL 부지에 대한 택지매매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다른 민간업자에 매각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이 자산관리회사(AMC·위례자산관리) 자본금 대납 불허 문제로 사업에서 빠지는 일도 있었다. 남 변호사 등은 애초 제안에 응하지 않았던 부국증권을 다시 찾아 사업 참여를 제안하면서 택지매매 계약금 365억원을 대출해 주면 시공권을 양보하겠다고 했다.
이에 부국증권은 호반건설에 채무 연대보증을 요구하면서 시공권·시행이익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호반건설이 이에 응하면서 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호반건설은 공사 및 민간사업자 측과 이 같은 내용의 이면계약을 맺었다. 컨소시엄 선정 후 설립될 프로젝트회사 ‘푸른위례프로젝트’의 실질적 의사결정권도 보장받았다. 사업자 선정 후 사업협약·주주협약 체결 땐 호반건설 계열사 3곳이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출자했고, 푸른위례는 2014년 3월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그 결과 2014년 8월 분양 완료 후 2018년 1월까지 발생한 약 418억원의 시행이익 중 남 변호사 등은 43억3200만원, 호반건설은 169억1500만원 상당의 배당이익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 내 범죄사실에는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18차례 등장한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로부터 위례 사업 수익성 검토 관련 자료를 본 뒤 “이 자료를 출력해주면 이재명 시장님께 올라가서 보고하겠다. 너희들이 위례 사업을 위한 팀을 구성하고 사업계획도 수립해 오면 성남시에서는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해 주겠으니 돈을 좀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남 변호사는 늦어도 2014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는 자금을 마련해 주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이 대표는 실제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공소장에 담기지 않았다. 검찰은 이 대표가 위례 사업 추진과 관련해 이들의 유착관계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관여했는지도 공소장에 적시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이 대표를 포함한 다른 피의자의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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