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죽음도 말 못하고.. 이 한 많은 이들을 아십니까
[정수근 기자]
▲ ‘10월 항쟁 76주기 및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1주기 합동위령제’ 에서 10월항쟁유족들이 영령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외침, 10월 항쟁
지금으로부터 76년 전, 그러니까 1946년 10월 1일 당시 "배고파 못살겠다. 식량을 달라", "생필품을 풀어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미군정의 식량 정책에 항의하여 민간인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 평화 시위에 대해서 당시 경찰이 총으로 민간인을 쐈고, 그 민간인이 사망하면서 시위는 주민봉기가 되었다. 이후 봉기는 대구를 넘어 경북으로 전국으로 확산했다.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함성이 들불처럼 번진 것이 바로 '10월 항쟁'이다.
그러나 당시 총으로 맞선 미군정과 이후 들어선 이승만 정권에 의해 수많은 죽임이 자행됐다. 이 항쟁으로 대구경북에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수천 명이 체포되었다. 이들 중 일부는 형무소로 끌려갔고 일부는 1949년 보도연맹이 조직될 때 강제로 회원으로 되었다.
▲ 76년 전 학살의 현장인 가창골은 현재 가창댐이 들어서 있다. 가창골 최입에 위령탑이 건립된 배경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아픔의 가혹한 대물림
이 역사적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아픈 현실인데, 아픔은 자식들에게 더 가혹하게 전가되었다. 이들은 빨갱이의 자식으로 낙인찍힌 채 부모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입도 뻥긋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 그 세월이 무려 70년이다. 70년 세월 연좌제로 제대로 취직도 하지 못한 채 극심한 고통을 당해온 이들도 있다.
이런 아픔과 억울함을 달래주고자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약칭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하였고, 이 진실화해위원회는 2009년 대구 사건(10월 항쟁) 관련자 및 대구 보도연맹 관련자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 ‘10월 항쟁 76주기 및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1주기 합동위령제’가 열리고 있는 대구 가창골 초입의 위령탑 현장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빨갱이 자식이란 주홍글씨는 지워졌지만, 지난 70년 세월의 말 못 할 고통에 대해선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도 못했던 유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줘야 하는 것이다.
10월 항쟁 및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 열려
지난 10월 1일 가창골 위령탑 현장에서 '10월 항쟁 76주기 및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72주기 합동위령제'가 열린 이유다.
▲ 위령제에 참가한 대구시민사회 인사들이 영령들에게 헌화하고 영면을 기원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가창댐이 올려다보이는, 학살의 현장에서 거행된 위령제라 행사 내내 그 원혼들의 통한의 절규가 들리는 듯해서 어깨가 무거웠다. 그런데 그 원혼들의 아픔도 아픔이지만, 부모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70년 세월을 참고 살아온 유족들의 아픔이 더 크게 다가온다.
억울한 죽음을 어디 하소연도 못 한 채 설상가상 연좌제의 고통 속에서 살아온 그들의 지난한 세월을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먹먹해질 뿐이다.
▲ 10월 항쟁 당시의 아픔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위령탑 옆에 들어서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부산불교문화원 김광호 원장은 추도사에서 "올바른 과거청산 없이는 밝은 미래도 없다. 내 혈육의 억울한 죽음을 배·보상의 몇 푼어치 돈으로 환산하려 들지 말고 억울한 죽음에 대한 당당한 권리로 역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추호의 흔들림 없이 맞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월 항쟁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돼야
▲ 억울한 죽음을 기록해 놓은 민간인 희생자 명단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10월 항쟁의 진실규명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래서 '10월 항쟁 유족회' 채영희 회장은 다음 네 가지 사항들을 요구하고 있다.
- 정확한 진실규명을 통한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
- 유해 발굴 및 추모공원 조성
-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역사교과서 기술
- 미신고자 기한 없는 창구개설과 국가의 책임있는 배상과 보상
부디 '10월 항쟁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돼 유족들의 70년 세월의 응분이 하루속히 풀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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