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들어오면 샤넬백 드려요" 결국 이런 광고까지 떴다
최근 A씨는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충남 천안의 아파트에 전세 계약을 하면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중고 샤넬백을 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 아파트 해당 면적 전세보증금은 2년 전(2020년 말~2021년 초) 최고 4억9000만원 까지 치솟았는데, A씨는 전세 매물이 늘고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당시 시세 수준의 전셋값을 받기 어려워지자 세입자 확보를 위해 희소성이 있는 명품백을 내건 것이다. 이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9건)보다 3배(27건)로 늘었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9월 26일 기준)이 일주일 전보다 0.21% 하락했다. 이는 2012년 5월 둘째 주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10여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올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 누적 변동률(주간 조사 누적 기준)이 -1.46%다. 지난해 같은 기간 7.17%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지난주 수도권 전셋값은 0.28%, 서울은 0.18%, 경기는 0.32% 떨어졌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1월 말 하락 전환한 뒤 36주 연속 내림세다. 매물 적체도 심하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 매물은 17만472건으로 1년 전(8만4560건)의 2배(101.6%)로 늘었다.
2020년 8월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시행 이후 전셋값이 다락같이 올랐는데, 2년 전 전셋값이 최고가를 기록했을 때 계약한 집주인들이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 낮은 가격에 전세 갱신 계약을 체결하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 특히 높은 전셋값을 지렛대 삼아 갭투자(거주 목적이 아닌 전·월세를 끼고 매매)한 집주인들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거래절벽에 집값마저 내려가면서 집을 팔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셋값이 내리면서 세입자에게 오히려 보증금의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가 늘어났다고 분석한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3.73~6.43%(변동금리 기준)로 상단이 6%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이 산출한 전월세 전환율은 ▶서울 3.24% ▶경기 4.05% ▶인천 4.59% 등 전세자금대출 금리에 비해 많게는 2%포인트 이상 낮은 상황이다. 월세 수요가 늘면서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은 지난 4월 50.1%로 처음으로 전세 거래량을 추월한 뒤 5월 57.8%로 커졌다. 이후 6월과 7월에는 각각 50.3%, 50.4%로 줄었지만 8월 52.9%로 다시 확대됐다.
부동산 침체기에 계약갱신청구권의 존재도 집주인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떨어진 상황에서 세입자는 굳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야 할 유인이 사라졌다. 집주인에게 전셋값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거나, 주변에 전셋값이 더 저렴한 아파트로 옮기는 등 세입자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실제 서울 전세 시장은 지난달 들어 수요자 우위로 돌아섰다. KB부동산 기준 전세수급지수는 8월 108.9에서 9월 93.3으로 15.6포인트 떨어졌다. 전세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집을 구하려는 세입자보다 세를 놓으려는 집주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력이 없는 집주인들은 기존 전셋값 유지하기 위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는 조건으로 갱신 계약을 맺는 등 사실상 세입자에게 6년 이상의 거주를 보장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광명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쓸까 봐 고민하던 집주인이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이제는 오히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계약을 유지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입주 물량이 집중된 인천 서구, 수원 영통구 등 지역에서는 1년 사이 전세 보증금 호가가 30%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전셋값 하락에 집값 마저 폭락하면서 계약 만료 시 집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을 내주지 못하는 '깡통 전세'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전셋값을 내주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집을 매도하는 사례가 늘 수도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이런 역전세난이 투매 등으로 이어져 집값 폭락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부동산 시장 경착륙 조짐을 미연에 방지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진형 교수는 "'집을 사지도 팔지도 보유하지도 말라'는 지난 정부의 정책이 새 정부에서도 이어지면서 금리 인상기에 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처치팀장은 "역전세난으로 인한 '깡통전세' 등 부작용은 결국 전세대출 부실 등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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