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규도 바꿔 '불신임' 추진..英트러스 총리 한달만에 레임덕 왜
메리 엘리자베스(리즈) 트러스(47) 영국 총리가 취임 한 달여 만에 사임 압박에 직면했다.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내놓은 대규모 감세 정책이 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일으키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英 절반 이상 "트러스 총리 사임 찬성"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달 30일 영국 성인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1%가 트러스 총리 사임을 찬성했다. 반면 총리직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5%에 그쳤다.
지난달 28~30일까지 영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오피니엄 여론조사에서도 트러스 총리의 정책에 대한 반대는 55%, 찬성은 18%였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사퇴를 결정한 지난 7월 초의 지지율(20%)보다 더 낮다. 제임스 크라우치 오피니엄 대표는 "지난달 6일 취임한 트러스 총리가 집권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존슨 전 총리보다 낮은 지지율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72조원 감세 계획에 영국 시장 출렁
지지율 추락의 주요 요인은 트러스 총리가 야심 차게 추진한 감세 정책이다.
트러스 내각은 경제 성장을 위한 감세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쿼지 콰텡 재무장관은 오는 2027년까지 450억 파운드(약 72조원) 규모의 감세 계획을 지난 23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소득세 기본세율을 20%에서 19%로 낮추고, 연 소득 15만 파운드(약 2억4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적용하는 세율을 45%에서 40%로 인하할 계획이다.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를 이끄는 폴 존슨 소장은 "1972년 이후 가장 큰 감세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부족한 세수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 급증한 국가 부채가 인해 재정위기로 이어지고, 물가 상승률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6일 한때 영국 파운드화는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이 1.03달러로 37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또 영국 5년물 국채 금리는 4% 중반대까지 올라 ‘부채 과다국’ 이탈리아·그리스 국채 금리 수준을 뛰어넘었다. 국채 금리 상승은 국채 가격 하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만큼 영국 국채가 고위험으로 평가됐다는 뜻이다.
결국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지난달 28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총 650억 파운드(약 105조원) 대규모 국채 매입 방침을 밝혔다. 영국발 악재에 글로벌 금융 시장까지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이례적으로 영국 감세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트러스, 감세 고수에 보수당도 발끈
감세 정책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지난달 24일 유고브 설문조사에서 감세 정책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응답은 52%였다. 그런데도 트러스 총리는 감세 정책을 고수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트러스 총리는 영국 경제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는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다음 주 보수당원 연설에서도 높은 세금과 저성장 경제는 영국 경제에 지속 불가능한 방식이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당인 보수당의 지지율도 추락 중이다. 유고브 여론조사(9월 28~29일)에서 지지율이 21%까지 떨어졌다. 야당인 노동당(54%)과 격차가 두배 이상 벌어졌다. 가디언은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이처럼 벌어진 건 노동당 소속의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인 1990년대 후반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가디언은 "보수당 지지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일부 의원들은 트러스 총리의 감세 정책을 막기 위해 노동당과 손잡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또 블룸버그는 보수당 내에서는 '신임 총리는 1년 안에 불신임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당규 변경까지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일부 보수당 의원을 인용해 "트러스 총리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 이례적으로 빠르게 총리직에서 해임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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