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구 타고 세계 여행하며 음식 즐기는 '신개념' 공연
동화책 표지처럼 생긴 문을 두드리면 옛날 조종사 복장의 안내자가 등장해 관객들을 어딘가로 데리고 간다. 좁은 터널을 지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열기구들로 가득 찬 공간. 100명의 관객은 열기구 안에 나눠 앉아 90분 동안 영국 그리니치, 일본 홋카이도, 러시아 시베리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거쳐 우주를 여행하게 된다.
열기구를 둘러싼 벽에 투사된 애니메이션은 관객에게 열기구가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기분을 주는 한편 열기구가 도착한 지역의 풍경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열기구가 도착한 곳에서 관객들은 그 지역의 음식을 맛본다. 특히 지역의 민속 의상을 입고 춤추고 연기하는 배우 8명이 관객들의 손을 이끌고 한데 어우러진다. 예를 들어 시베리아에서는 열기구 밖에서 서로서로 손잡고 뛰는 민속춤을 추는가 하면 홋카이도에서는 물고기를 함께 만지기도 한다.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공연을 훨씬 즐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보는 것 자체로도 재미가 있다.
요리와 공연, 애니메이션이 결합한 특별한 여행 ‘그랜드 엑스페디션’이 지난 30일 서울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막을 올렸다. 그랜드 엑스페디션은 관객의 참여로 진행되는 관객 몰입형 공연 ‘이머시브 씨어터’와 고품격 음식을 즐기는 ‘파인 다이닝’을 결합한 ‘이머시브 다이닝’ 공연이다. 영국에서 2010년부터 다양한 이머시브 다이닝을 만들어 온 제작사 진저라인의 작품으로, 2018년 영국에서 초연했다. 라이선스 공연은 중국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한국 공연에는 서울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에빗’의 셰프 조셉 리저우드가 참여했다. 다만 영국에서 공연 당일에야 장소를 알려주는 ‘비밀 마케팅’을 펼쳐 관객의 모험심을 자극한 것과 달리 한국과 중국에선 아직 익숙지 않은 공연인 만큼 처음부터 장소를 공개했다.
진저라인을 설립하고 다양한 이머시브 다이닝을 개발한 프로듀서 수즈 마운트포트는 지난달 29일 취재진과 만나 “이머시브 다이닝은 원래 상업적인 목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내가 친구들과 함께 열던 디너 파티의 경험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어 시작했다”면서 “도전적이고 모험심 있으면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만드는 게 이머시브 다이닝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랜드 엑스페디션’은 우리가 어릴 적 잠자기 전에 듣던 동화와 같다. 동화 속 세계로 들어가 열기구를 타고 각 나라를 다니며 경험한다는 내용으로, 관객이 그 일부가 되어 여행을 함께 즐기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진저라인은 지금까지 13개의 이머시브 다이닝을 선보여 왔다. 지하세계의 문을 열면 오페라 속 캐릭터들이 공연하는 것부터 우주선이나 타임머신을 타고 다차원을 넘나드는 등 콘셉트도 다양하다. 마운트포트는 “작품을 개발할 때는 이야기나 음식을 먼저 정하기보다는 관객이 하게 될 경험이 무엇일지 정한 뒤에 그에 맞춰 이야기와 음식을 채워나간다”면서 “그랜드 엑스페디션은 모험 정신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한국 관객들은 도전을 좋아하고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8명의 배우는 열기구가 이동하는 장소에 따라 민속 의상을 입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역할이 많다. 음식을 서빙하거나 관객과 소통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마운트포트는 영국의 이머시브 다이닝 공연에 배우로 출연했던 연출가 로렌 포스 파트리지, 안무가 로버트 키츠와 함께 한국에서 직접 오디션을 통해 배우들을 선발했다.
안무가 키츠는 “오디션에서는 즉흥적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움직임, 각 나라에 어울리는 움직임, 특정 물건을 표현할 수 있는 마임을 요청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공연의 열린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열린 마음의 배우들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운트포트는 “런던에서 처음 이머시브 다이닝 공연을 제작할 땐 우리가 원하는 걸 배우들에게 이해시키는 데 오래 걸렸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한국 배우들은 기대 이상으로 역할을 잘 이해하고 해줘서 매우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랜드 엑스페디션 공연은 내년 3월 1일까지 이어진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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