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올드보이 귀환? 출마 기지개 켜는 정동영·박지원·천정배

윤지원 입력 2022. 10. 2. 05:00 수정 2022. 10. 2. 13: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대표와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달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가장 주목 받은 건 정동영 상임고문의 발언이었다. 정 고문이 “통치자가 국가권력을 이용해 야당 대표를 탄압하는 시국”이라며 이 대표를 겨냥한 검·경 수사를 질타했기 때문이다.

“민생을 중심으로 가달라”(이해찬 상임고문), “통합 리더십을 부탁드린다”(박병석 상임고문) 는 다른 상임고문과 달리 이날 정 고문은 윤석열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정 고문은 “이렇게 옹졸한 권력은 처음 본다. 국민들도 분노로 돌아설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이 모습을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들은 “정 고문이 정치복귀를 하려는 의지가 뚜렷했다”는 관전평을 내놓았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내 대선후보 경선 당시 정동영 후보쪽에서 친노와 싸웠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 [유튜브 캡처]

실제 전북 지역 정가에선 최근 정 고문의 정치 복귀설이 파다하다. 전북 지역 민주당 의원은 “정 고문과 부인 민혜경 여사가 지역 유력 인사들에게 전화를 돌리면서 정치 복귀의 뜻을 전하고 있다”며 “예전 지역구인 전북 전주병에 공천을 신청할 거란 소문이 들린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북도당 관계자는 “소위 ‘DY(정동영)계’였던 이 대표를 도우면서 2024년 22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당선을 노린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2015년 민주당을 탈당하고 이듬해 국민의당에 입당했던 정 고문은 21대 총선에선 민생당 소속으로 전주병에 출마했다가 김성주 민주당 의원에 패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2007년 대선 후보였고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만큼 지역에서는 여전히 위협적 존재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8월 16일 오전 검찰의 압수수색을 마치고 여의도 자택을 나서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기록 삭제?조작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날 박 전 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정치 재개 가능성이 거론된다. 21대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전남 목포에 출마했다가 김원이 민주당 의원에 패했지만, 그는 국정원장 퇴임 후 꾸준히 방송 활동을 통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22대 총선 출마지로는 목포보다는 해남·완도·진도 등 호남 내 타 지역구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박 전 의원 고향이 전남 진도여서 나오는 얘기다.

변수는 문재인 정부 당시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고발 건이다. 검찰 수사선에 올라 있는 만큼 재판에 넘겨지면 정치 복귀가 쉽지 않을 거란 말도 나온다. 박 전 원장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총선 출마설은 내 고향 진도로 여행을 갔다가 와전된 얘기”라며 “현재로선 일선 정치에 나설 생각이 없다. 총선도 한참 남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6선 의원 출신인 천정배 전 의원은 7선 도전을 최근 공식화했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공석이 된 광주 서구을 지역위에 지난 6월 위원장 공모 신청을 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총선에 도전하겠다는 의미”라며 “만약 내가 당선되면 민주당 내 유일한 7선 의원이 되는데,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이 1당이 되면 내가 국회의장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전북 정읍·고창이 지역구였던 유성엽 전 의원도 차기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결정은 내리지 않았지만, 내년쯤 결정되면 열심히 뛸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송영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입당 인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병두, 천정배 전 의원, 송 대표, 유성엽, 이용주 전 의원. 연합뉴스

이들은 모두 호남 출신 정치인으로,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이 창당했던 국민의당에 합류했던 공통점이 있다. 이전까진 탈당 전력이 있을 경우 공천심사에서 감점을 당해야 했지만, 대선 기간이던 지난 1월 이 대표가 추진한 이른바 ‘대사면’으로 감점 요인이 사라졌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늘 물갈이를 호남에서 해대니 정작 호남을 대표할 큰 정치인이 못 자라났다는 민심이 존재한다”며 올드 보이 복귀의 명분을 ‘호남 민심’에서 찾았다. 최근 세 차례 전당대회에서 한병도(2020년)·서삼석(2021년)·송갑석(2022년) 의원 등 호남 의원들이 줄줄이 지도부 입성에 실패하면서 ‘호남 중진’에 대한 수요가 다시 생긴 측면도 있다. 반면, 당 일각의 거부감도 여전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이라고 해서 ‘올드보이’들을 다시 무조건 뽑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효성·윤지원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