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된 뮌헨의 빌라에 드나드는 세계의 예술가들
[클레어함 기자]
▲ 발트베르타 빌라 전경 한때 나치로부터 박해를 받던 이들의 도피처였던 발트베르타 빌라는 베타 쿰풀 여사의 예술인 지원 유지에 따라 1983년부터 세계의 무수한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위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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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근교 펠다핑에 위치한 이 빌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과거 독일의 어두운 나치시절, 나치수용소 생존자들을 포함해 나치로부터 박해를 받던 이들의 도피처 역할을 해냈고, 1972년 뮌헨 올림픽 때는 당시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가 머무르며 세계의 유력한 정치인들과 회담을 연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독일의 지원을 받는 한국 예술가들
빌라의 전 소유자였던 독일계 미국인 베타 쿰풀 여사는 1966년 건물과 부지를 문화 분야의 진흥을 위해 뮌헨시에 기부했고 시 당국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1983년부터 세계의 다양한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위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2018년부터 이곳에도 한국 예술가들의 발걸음이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미디어아트로 국제사회에서 각광받고 있는 광주와의 교환프로그램이 시작된 이래로 여러 한국 작가들이 이곳을 찾았다.
▲ 정운학 작가 올해 광주시립미술관과 뮌헨시 문화부의 교환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빌라 발트베르타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운학 작가가 빌라 발트베르타 전시회중 자신의 작업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뮌헨 중심가에 위치한 Centercourt super+ 갤러리에서도 지난 달 ‘안과 밖’(innen und außen)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
ⓒ Yao jui-chung |
▲ 정운학 작가의 작품 <날으는 신발 (Flying Shoes)> 정운학 작가의 2011년 작품으로 그는 “우리에겐 날개가 없다. 노동자의 신발에 날개를 달아 재미있는 상상을 선물하고 싶다”고 작품의 취지를 말했다. 정운학 작가 작업의 주요 테마는 빛이다. 그는 “빛을 이용한 작품은 무궁한 이야기를 가지고 관람객을 맞는다. 빛이 주는 근원적 감동이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
ⓒ 정운학 |
반면 정운학 작가는 올해 '발트베르타 빌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묻는 필자의 질문에 자연과 예술의 만남에 주목했다. 정 작가에게 지난 3개월은 한마디로 "자연으로 시선을 옮기는 시간"이었다. 그는 이번 '안과 밖' 작업을 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 아르헨티나 줄리앙 테란 (Julian Teran)작가 줄리앙 테란 작가는 빌라 근처 스탄버그강 바닥에서 수십개의 돌을 가져온 후 여기에 이미지를 생산해냈다. 또한 그는 아르헨티나 민속음악을 독창적으로 해석해 자신만의 노래를 만드는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그의 가장 최근의 앨범 Vidaladelica은 그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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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시의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대만의 야오루이중, 한국의 정운학 작가 등 7명의 작가들이 머물렀던 빌라 발트베르타 이외에도 뮌헨 시내 에븐복하우스(Ebenböckhaus)에서도 동시에 진행된다. 제법 큰 규모의 잘 손질된 정원을 한가운데 두고 3명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공간을 공유하며 교류해왔다.
▲ 벨기에의 피터 자크민 (Peter Jacquemyn) 작가 뮌헨시의 서부 파싱지역에 위치한 에븐복하우스(Ebenbockhaus)에서 자신의 조각작품을 제작중인 자크민 작가. 실험음악가인 그는 판소리를 비롯한 한국 전통음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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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에 대한 압박감 없는 열린 프로그램
2019년부터 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디렉터, 마틴 로머씨 또한 이런 관점에 크게 공감한다. 그는 과거 미국, 러시아, 이란 국적의 예술가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함께 창작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우정을 쌓은 사례를 필자에게 소개하면서 예술 분야의 교류는, 정치와는 달리,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교역할을 한다고 봤다.
이 뮌헨 프로그램의 특징이라면 수용하는 예술 분야가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 음악, 영화 등 문화예술 전 분야의 작가들에게 문이 열려있다. 아울러 뮌헨시 문화부서의 담당자 초청으로 참여할 수도 있고, 원칙적으로는, 전세계 오픈 콜로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프로그램 기간은 일 년에 4번, 각각 3개월 정도이며 매달 생활비(1200유로), 교통비도 지원하고 있다.
마틴 로머 디렉터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가 마음 편히 창작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장소와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지만, 최종 결과물 없이 단지 고단한 삶에서의 쉼을 얻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창작에 대한 압박감 없는 열린 정책 방향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창작된 예술작품에 대한 적극적인 현지 언론홍보나 작품 판매는 여력 부족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한독 양국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교환프로그램의 교량 역할을 해 온 뮌헨 기반의 김시영 작가는 "독일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고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훨씬 더 높은 채로 돌아온다"며 이런 예술인들의 국제교류를 높이 평가한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지난 10년간 한국의 영화, 음악 등 문화예술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더불어 독일인들의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광주시립미술관은 아시아 국가들과 활발한 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던 2017년경 기타 지역에서의 국제교류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적절한 시기에 서로의 관심사가 교차하면서 국제교류를 성사시킬 수 있는 자연스러운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측에서는 그간 김자이(설치, 미디어), 윤세영(회화, 평면 설치), 정광희(서예) 작가들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시영 작가는 독일 연방정부가 예술인 복지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일부 정책을 소개했다. 한 예로 독일 정부의 최대 문화예술펀드기관인 쿤스트폰드 (Kunstfonds)는 팬데믹 이래 창작지원금 9천 유로를 1년에 2번 독일 전역의 다수 작가들에게 지급해오고 있다.
독일 정부는 2020년 작가생계비 지원 차원에서 심사 없이 한 달 기준 1000 유로까지 3개월간 지원하기도 했고 바이에른주도 현지 5천 명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5000 유로씩 지급했다. 독일은 1980년대부터 예술인사회복지프로그램(KSK: Künstlersozialkasse)을 도입해 연금, 의료보험 지원 등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또한 민간단체인 바이에른주미술가협회(BBK Bayern e.V.)도 예술가 인건비 관련 권고안을 물가상승을 고려해 업데이트한 안내서를 온라인과 책자로 제공해오고 있다.
*참고 : 독일 뮌헨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https://www.artistinresidence-munich.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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