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포커스 MLB] 저지냐 오타니냐, MVP 주인공은
'투타 겸업' 오타니도 막강
TPRAA 수치는 저지가 압도
누가 받아도 논란 있을 듯
최근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애런 저지(30·뉴욕 양키스)와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 중 어떤 선수가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AL) MVP(최우수선수)를 받을지 예상해 관심을 끌었다. 저지는 29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원정 경기에서 7회 투런포를 터뜨렸다. 시즌 61홈런을 기록한 저지는 AL 한 시즌 최다 홈런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반면 투수와 타자를 겸하는 오타니는 지난 8월 1918년 베이브 루스 이후 104년 만에 단일 시즌 '10승-10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지난해 오타니는 큰 어려움 없이 MVP를 수상했다. 기자단 투표에서 1위 표 30개를 모두 휩쓰는 만장일치 득표로 경쟁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를 압도했다. 올 시즌에는 홈런이 약간 줄었을 뿐 전체적인 투타 성적이 모두 향상했다. 2년 연속 MVP를 받아도 충분한 활약이다.
그런데 시즌 초반 엄청난 페이스로 홈런포를 가동한 저지가 MVP 경쟁을 혼전 양상으로 만들었다. 곳곳에서 "저지가 오타니에 앞서 있다"는 평가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저지는 21년 만에 60홈런 고지를 정복했는데 이 기록이 쏟아져 나온 2000년 전후는 이른바 '약물의 시대'였다. '청정 타자'라는 타이틀이 달리면서 저지의 가치가 더 올라갔다. 두 선수 중 누가 MVP를 받아도 충분한 활약을 하고 있다. 과연 경제지에서 분석한 이들의 가치는 어떨까.
포브스는 TPRAA(Total Player Runs Above Average)란 시스템으로 저지와 오타니를 비교했다. 리그 평균 성적과 선수 대비 어느 정도 더 나은 활약을 보였느냐가 이 계산의 핵심이다. MVP 선정은 기록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기자단 투표가 중요한 만큼 소속팀 공헌도와 시대상이 반영된 감성적 요소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부분에서 포브스는 TPRAA를 활용했다. TPRAA는 지난해 오타니와 게레로 주니어의 성적, 오타니의 지난해와 올해 성적 등을 두루 고려해 평가내렸다.
지난 16일 기준으로 저지의 TPRAA는 69.4로 지난해 게레로 주니어의 65를 이미 넘어섰다. 수비와 주루 포인트는 리그 평균보다 살짝 높은 +1.0이다.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으로 저지의 OPS+는 +211로 리그 평균보다 무려 111%가 높다는 결론이 나왔다.
OPS+는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를 구장 환경, 리그 환경에 따라 보정한 지표다. 100이 리그 평균. 올 시즌 리그 평균 지표가 지난해보다 떨어진 상황이라 저지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올 시즌 저지는 지난해 게레로 주니어보다 더 강력한 오타니의 경쟁자인 셈이다.
오타니는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OPS+가 148로 지난해 기록한 158에 미치지 못한다. 홈런 30개를 넘겼지만, 홈런왕 경쟁까지 펼친 1년 전 성적(46홈런)과 차이가 난다. 오타니의 올 시즌 공격 지표는 리그 평균 타자보다 48% 높다. 하지만 자신의 작년 성적보다 떨어지며, 저지와 차이도 꽤 크다. TPRAA 시스템으로 측정한 '투수' 오타니와 '타자' 오타니의 포인트는 각각 18.2와 19.5다. 합산 포인트가 37.7. 저지는 공격 하나로만 TPRAA 수치가 70에 이른다. 포브스가 평가한 선수 가치는 '저지의 완승'이라는 결론이다.
물론 이런 수치가 절대적일 수 없다. 두 선수 모두 뛰어난 시즌을 보내고 있고 역사적인 기록을 쌓아가는 중이다. 이런 분위기에선 누가 MVP를 받아도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어느 쪽의 가치가 더 크게 다가올지는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의 선택에 달렸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정리=배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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