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악마의 가래
0.03g. 일회용 주사기 안에 채워 넣는 필로폰 1회 투약량이다. 1회분 시가는 10만원. 지난 26일 강남의 한 호텔에서 작곡가 겸 가수 돈스파이크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당시 필로폰 30g을 소지하고 있었다. 1000회분으로 시가는 1억원 상당이다. 중독이 심해지면 주사기의 반 칸(0.05g)을 필로폰으로 채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합성마약인 필로폰은 일본에서 개발돼 한때 합법적으로 유통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 일본의 한 제약회사가 ‘히로뽕(ヒロポン)’이란 각성제를 판매한 것이 시작이다. 마약사범을 가리키는 ‘뽕쟁이’란 속어도 히로뽕에서 유래했다.
화학물질인 필로폰은 체내에 축적되면서 각종 부작용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히로뽕은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사탄의 가래같은 거고, 코카인은 자연적으로 태어난 주님의 은총이야.”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 코카인 밀매 독점권을 가진 전요환 목사가 외치는 대사다. 코카인은 코카나무 잎에서 추출한 환각 성분으로 만든 천연 마약이다. 한마디로 코카인은 장기 복용이 가능하고, 필로폰은 한 방만 맞아도 몸이 망가진다는 거다.
한국은 필로폰을 제조하는 동남아시아와 가까워 필로폰 유통량이 많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류 밀수량만 1272㎏이다. 관세청 개청 이래 가장 많은 양이었다. 최근 5년치(2017~2021년) 밀수량(2264㎏)의 56.2%를 차지했다. 종류별로 보면 5년간 적발된 필로폰(1008㎏)이 가장 많았다.
마약사범도 당연히 증가 추세다. 텔레그램이나 다크웹을 통해 젊은 층의 마약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마약 사범(1만626명) 세 명 중 한 명(33%)은 20대(3507명)였다. 같은 해 인터넷과 다크웹 등을 이용해 검거된 마약류 사범도 전체에서 31.8%(3377명)를 차지했다. 초범자 비율이 높아진다는 게 수사기관의 고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식품에 ‘마약’ 등 유해약물 표시를 금지하자는 법안도 발의됐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3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음란한 표현뿐만 아니라 ‘유해약물·유해물건’과 관련한 표현도 식품에 붙이지 말자는 것이다. 마약김밥이란 표현부터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요즘이다.
위문희 사회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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