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길 달리고 산악 코스까지, 팔방미인 자전거 도시

최승표 2022. 9. 30. 00: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춘천은 자전거 인프라가 출중한 도시다. 여러 코스 중에서도 ‘의암호 순환 자전거길’이 백미다. 초보도 도전할 수 있을 만큼 대부분 평지이고 내내 호수를 바로 옆에 끼고 달릴 수 있다. 지난해 개장한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도 보인다.

두 바퀴 여행을 즐기기에 좋은 때다. 어디로 갈까. 이왕이면 도시를 벗어나 산 좋고 물 좋은 자전거길을 달리며 가을을 느껴보자. 강원도 춘천 의암호 같은 곳 말이다. 지난 22일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춘천으로 향했다. 호숫길을 질주하고 산길도 힘겹게 올라봤다. 과연 춘천은 팔방미인 자전거 도시였다.

기차에 자전거를 싣다

용산과 춘천을 잇는 ITX-청춘 열차는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

자전거를 즐겨 타지는 않았다. 이따금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빌려 타는 정도였다. 그래도 이 가을, 한 번은 두 바퀴에 몸을 싣고 질주하고 싶었다. 『자전거여행 바이블』을 쓴 여행작가 이준휘씨가 춘천을 추천했고, 취재에도 동행했다. 이 작가의 설명이다.

“초보도 어렵지 않은 호수변 자전거길과 산악자전거 입문 코스를 두루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춘천입니다. 언제든 기차에 자전거를 싣고 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22일 아침 동네 자전거 대여점에서 MTB 기종을 빌린 뒤 용산역으로 가 ‘ITX-춘천’ 열차에 올라탔다. 기차 통로에 자전거 거치대가 있어서 편했다. 1시간 13분 만에 춘천역에 도착. 어지간한 수도권 도시보다 가까웠다.

‘소양강 스카이워크’부터 찾아갔다. 요즘은 전국에 스카이워크가 흔하지만, 2016년 소양강 스카이워크가 생겼을 때만 해도 신선했다. 물론 지금도 스릴은 제법 느껴진다. 유리 바닥 아래로 강물이 굽이치는 게 무섭다며 비명을 주체 못 하는 사람이 많다. 참고로, 스카이워크 안쪽으로는 자전거를 가져갈 수 없다.

스카이워크에서 기념사진 찰칵

스카이워크에서 나와 100m쯤 가니 호수에 바투 붙은 자전거 전용 도로가 나왔다. 보행자와 자동차 눈치를 보지 않고 안전하게 전용도로를 질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거의 없어서 고속도로가 부럽지 않았다.

춘천아트센터와 수변공원을 지나니, 지난해 운영을 시작한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 탑승장이 나왔다. 잠시 숨을 골랐다. 머리 위로 휭휭 케이블카가 지나가고 삼악산 꼭대기까지 비눗방울처럼 둥둥 떠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해마다 전국 각지에 케이블카가 새로 생기는데, 현재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가 3.61㎞ 길이로 최장 거리 기록을 갖고 있다. 케이블카 탑승장을 지나니 카누 타는 사람들이 하나둘 보였다. 허벅지가 슬슬 저려왔다. 카누로 옮겨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누 탑승장 인근에 작은 스카이워크가 또 있었다. 소양강 스카이워크보다 먼저 생긴 다리인데 여기에도 유리 바닥 전망대가 있다. 입장료가 없으니 잠시 쉴 겸 들르면 좋다. 여기서 바라보는 삼악산 산세가 케이블카 탑승장보다 훨씬 웅장했다.

선비도 말에서 내려 걷던 길

임도가 깔린 석파령은 MTB 입문자가 도전해볼 만한 코스다.

30㎞ 길이의 ‘의암호 순환 자전거길’만 소화하려면 의암댐 옆 신연교를 건너 회귀하면 된다. 이번에는 MTB까지 체험하기로 한 터라 강촌역까지 이동했다. 역 인근에 자전거 동호인이 ‘당림리 임도’라 부르는 MTB 코스가 있다. 원래 30㎞에 달하는 길인데 막힌 구간이 있어서 약 10㎞ 길이의 ‘석파령(350m)’ 코스를 택했다. 과거 한양 갈 때 넘던 고개다.

당림마을로 들어서서 춘천예현병원까지 달렸다. 병원 옆에서 석파령 오르는 임도가 시작한다. 본격적인 MTB 코스다. 이준휘 작가는 “핸들을 절대 놓치면 안 된다. 자전거를 믿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비포장도로 적응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다만 끝이 안 보이는 오르막길이 암담했다. 쉬었다 오르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정상. 팔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터질 듯했지만 묘한 쾌감이 차올랐다. 산들바람이 유난히 달게 느껴졌다.

석파령 정상부에 오르니 계관산과 겹겹 산자락이 보였다.

내리막길에선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이날 하루 의암호 순환로 30㎞와 마을길·임도 20㎞, 합쳐서 약 50㎞를 달렸다. 쉬는 시간까지 예닐곱 시간 소요. 따릉이족에겐 버거운 코스였지만, 그만큼 벅찬 경험이었다.

여행정보=ITX-청춘 기차요금은 용산~춘천 편도 9800원. 기차 한 대에 자전거 거치대를 쓸 수 있는 좌석은 8개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으로 예약하자. 춘천역에도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종일 대여료 1만원. 산악 코스는 GPS를 볼 줄 아는 숙련자와 동행하는 게 안전하다. 자전거길 상세 정보는 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 사이트 참조.

■ 화진포, 인천 삼형제 섬…초보 라이딩하기에 딱~

인천 신도·시도·모도는 자전거 여행에 제격이다.

춘천 의암호 말고도 전국에는 멋진 자전거길이 많다. 초보도 가볼 만한 코스 3개를 소개한다.

강원도 고성군은 송지호와 화진포에서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준다. MTB, 커플용 자전거도 갖췄다. 풍광은 화진포가 한 수 위다. 화진포 둘레길을 따라 내호와 외호를 둘러보면 10㎞로, 약 45분 걸린다. 해양박물관 옆에 대여소가 있다. 1시간 이내 반납이 원칙이다.

인천 신도·시도·모도는 삼 형제 섬으로 불린다. 세 섬이 모두 다리로 이어져 있어 자전거 나들이에 제격이다. 영종도 삼목항에서 배를 타면 10분이면 신도에 닿는다. 배에 자전거를 싣고 가도 되고, 신도 선착장 대여점에서 빌려도 된다. 세 섬을 합한 면적이 8㎢에 불과해 2시간이면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충북 충주 ‘탄금호 순환 자전거길’은 2018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아름다운 자전거길 30’에 이름을 올렸다. 탄금호는 충주댐과 조정지댐 사이에 있는 호수다. 전체 코스 길이는 43㎞. 중앙탑사적공원에서 공공자전거를 빌려 주변만 둘러봐도 된다.

춘천=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