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소장하는 또 다른 방법, 반려동물 초상화가 '반하라구'

성채은 2022. 9. 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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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로 만나는 나의 작고 소중한 가족
강아지 초상화

Q : 처음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또, 민화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을까

A : 처음 반려동물 초상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나의 첫 번째 반려견 ‘강새’ 때문이었다. 오래전 세상을 떠나서 강새를 추억할만한 사진들은 빛이 바래고 남겨진 것이 많이 없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실 전문적으로 미술을 배운 적이 없다. 민화 또한 옛 선조 중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평민들이 주로 그린 그림이지 않나. 구도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방식과 한국적인 색감, 다양한 염원을 담은 민화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고양이 초상화

Q : 털 한 올까지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들이는 시간은

A : 초반에는 한 작품에 일주일이 소요되었다. 점점 반려동물의 털이나 특징을 그리는 것에 익숙해서 시간이 단축됐다. 현재는 한 작품에 이틀 정도가 소요된다.

Q : 민화 중에서도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초상화를 그리게 된 이유는

A : 반려동물 초상화를 먼저 취미로 시작했다. 유명한 고양이 민화 작가의 작품을 보고 처음 민화를 알게 되었고, 민화에 대해 공부했다. 민화에도 강아지,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이 나오는데 그 지점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Q :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이 지금의 작품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까

A : 초상화를 의뢰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거나 많이 아픈 아이들이다. 나 역시 같은 경험이 있기에 반려동물을 그릴 때마다 염원을 담아 그린다. 의뢰인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고, 추억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햄스터 초상화
토끼 초상화
물고기 금별이 초상화

Q : 물고기, 닭, 토끼 등 종과 상관없이 그리는 점이 인상적이다. 고양이와 개를 그릴 때와는 다르게 특별히 신경 쓰는 지점은

A : 반려동물이라는 테두리 안에 강아지와 고양이 이외에도 닭, 햄스터, 물고기와 같은 다양한 동물들이 가족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생소한 부분이 있다 보니 같은 종의 다른 동물들 사진이나 이 동물만의 특징은 무엇이 있는지 찾아본다. 특히 털이 없는 동물들은 어떻게 표현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다른 그림에서는 어떻게 표현되는지 작업에 임하기 전에 연구한다.

Q : 인스타그램에 사연과 함께 그림을 올리기도 한다. 지금까지 그렸던 반려동물 중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가진 반려동물이 있다면

A : 지금도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판매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학교 문방구 앞에서 병아리를 팔았었다. 이 중 대다수 병아리가 닭으로 자라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다. 그런데 의뢰인 중에 문방구 앞 병아리에서 닭까지 키우면서 오랫동안 가족으로 함께 해온 경우가 있었다. 다양한 동물들도 충분히 사랑받으며 가족이 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릴 수 있던 그림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반려닭 초상화

Q : 손거울과 액자가 옵션으로 제작되기도 한다. 나의 손을 거쳐 간 그림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소장할 만한 가치를 갖게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와 닿는지

A : 더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의뢰인의 추억을 되살려준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게 된다. 제작되는 굿즈들은 의뢰인의 곁에서 반려동물을 항상 기억하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소소한 마음을 담아 제작하고 있다.

Q : 복숭아, 나비, 꽃 등 동물의 배경이 되는 소재를 선정하는 기준은

A : 상징하는 바를 먼저 생각하고 선정한다. 민화에는 모든 자연, 사물들에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의뢰인이 반려동물과 오래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기에 어떤 소재에 의뢰인의 염원을 담을 수 있을지 고민하며 소재를 고른다.

Q : 인물화에 도전 중이라고. 그림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하는 이유는

A : 한복의 색채와 문양에서 오는 시각적인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매우 좋아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전통 한복은 명절이나 결혼식과 같은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림 속에서만큼이라도 한복이 일상 속에녹아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고 있다.

반하라구 자화상

Q : 인생에 있어서 반려동물 초상화 작업이 가져온 변화가 있다면

A : 어른이 되어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어릴 적 꿈을 마음속에 숨겨두고 사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랬고 아쉬움이 컸다. 나의 오랜 꿈이었던 이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나의 ‘부캐’가 탄생한 느낌이었다. 지금은 ‘본캐’보다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Q : 앞으로의 장기적인 목표는

A : 지금처럼 다양한 반려동물을 만나며 많은 사람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 미래에는 반려동물 초상화들을 모아서 전시회도 열어보고, 본인이 직접 반려동물을 민화로 그릴 수 있는 클래스도 오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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