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위한다던 원자력'.. 세계를 어디로 인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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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미래를 약속했던 원자력은 세계를 어디로 이끌었을까.
'저주받은 원자'는 지난 70년 간 미국 주도의 '평화를 위한 원자력' 계획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중동 등지에서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다룬 책이다.
햄블린은 "미국이 '평화를 위한 원자력'이라는 약속을 주도하며 다른 수많은 국가를 활용하고 오용하며 착취했다"며 "처음 핵기술이 홍보된 역사적 이유와 세계 각국 정부에서 왜 계속 핵기술을 지지했는지에 관해 시야를 잃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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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 햄블린 지음, 우동현 옮김
너머북스, 488쪽, 3만원
풍요로운 미래를 약속했던 원자력은 세계를 어디로 이끌었을까.
‘저주받은 원자’는 지난 70년 간 미국 주도의 ‘평화를 위한 원자력’ 계획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중동 등지에서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다룬 책이다. 한국과 북한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핵기술을 발전시켜 온 한반도의 원자력 현실도 짚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파괴한 원자폭탄과는 다른 새로운 원자를 세상에 내놨다. 한국전쟁에서 원폭 사용을 주장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은 질병을 치료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고 모두에게 풍족한 에너지를 제공할 핑크빛 계획인 ‘평화를 위한 원자력’을 약속했다.
저자 제이콥 햄블린은 미국이 ‘평화를 위한 원자력’이란 수사를 내걸고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를 설정하면서 어떤 의미에서는 핵무기 확산을 주도했다고 주장한다. 원자력 발전을 단순히 기술적 차원의 해결책이 아니라 국제적 패권과 신식민지, 인종주의 문제와 연계해 봐야한다는 것이다. 핵무기 확산 위험에도 미국과 유럽 정부들은 풍요로운 미래를 약속하는 방식으로 원자력 기반시설을 독려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세계의 천연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가졌으며 지정학적 영향력을 소유했다.
제목 중 ‘저주받은’이란 표현은 탈식민주의 작가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1961)에서 가져왔다. 파농은 노예나 짐승 취급을 당하며 주변화된 피식민지 사람들이 프랑스로부터 기술을 전달 받으면서 오히려 식민주의가 고착화됐다고 비판했다.
‘평화를 위한 원자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국가마다 달랐다. 일본은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면서도 철저히 미국의 하위 파트너를 자처했다.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은 강대국의 간접적인 비호 아래 핵무기를 개발했다. 이라크는 핵무기 개발을 철저히 숨기려 했다.
한반도의 모습은 어땠을까. 지난 세기 한국은 미국의 약속을 받아들였다. 일부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무시됐고, 국가적 지원을 통해 한국은 선도적인 원자력 발전 국가로 거듭났다. 북한은 한국만큼이나 원자력 발전에 적극적이었다. 1965년 영변원자력연구소를 개설하며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맹(소련)으로부터 연구용 원자로를 받아 운용했다. 197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가입했고, 자체 핵개발을 시도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이후에도 ‘평화를 위한 원자력’ 약속은 강력하게 유지됐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안, 깨끗한 에너지라는 담론은 훨씬 강화됐다. 심지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겪고서도 핵기술이 인간의 불행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미국의 태도는 확고했다.
햄블린은 “미국이 ‘평화를 위한 원자력’이라는 약속을 주도하며 다른 수많은 국가를 활용하고 오용하며 착취했다”며 “처음 핵기술이 홍보된 역사적 이유와 세계 각국 정부에서 왜 계속 핵기술을 지지했는지에 관해 시야를 잃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미 오리건주립대 역사학과 교수로 과학과 기술, 환경의 국제적 차원들을 연구한다. 특히 핵역사, 환경사, 해양사 분야의 전문가다. 냉전사의 전개와 냉전기 미국을 환경사적 맥락에서 다루는 학자다. ‘해양학자들과 냉전: 해양과학의 신봉자’ ‘우물 안의 독: 원자력 시대의 여명기 바닷속의 방사능 폐기물’ ‘대자연을 무장시키기: 파국적 환경주의의 탄생’ 등을 썼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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