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도 구내식당서 '봉추찜닭' '돈마호크' 나오는 비결

백일현 2022. 9. 2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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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구내식당 모습. 김경록 기자
지난 28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구내식당 모습. 김경록 기자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구내식당. 오전 11시30분 점심 배식이 시작되자마자 입구부터 5m 정도 줄이 생겼다. 이날의 주메뉴는 ‘슈프림 양념치킨’이었다. 근처 직장에 다닌다는 유모(28)씨는 “올 때마다 줄을 서야 하지만 한 끼에 5500원인 구내식당 가성비(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가 좋아 종종 이용한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역 근처에서 일하는 30대 직장인 윤모씨도 인근 캠코양재타워 구내식당을 즐겨 찾는다. 윤씨는 “요즘 김밥에 라면만 사먹어도 5000원이 넘는데 구내식당은 양질의 식단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근 외식 물가 급등으로 인한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에 직장인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내식당으로 몰리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난 4월 이후 주요 급식·식자재 업체의 실적이 급상승했다. CJ프레시웨이·삼성웰스토리·신세계푸드·현대그린푸드 등 주요 업체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최대 25.2% 증가했다.〈도표 참조〉

급식만 쪼개서 보면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CJ프레시웨이가 운영하는 오피스 구내식당 급식 서비스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해 46% 성장했다. 현대그린푸드의 오피스 대상 단체급식 인원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18% 늘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리오프닝에 물가상승이 겹치면서 코로나19 이전보다 단체급식 이용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급식·식자재 유통업체들은 늘어난 구내식당족(族)의 발길을 붙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봉추찜닭’ ‘돈마호크(뼈등심)’ 같은 특식 메뉴를 제공하기 위해 반조리된 대용량 밀키트를 사용한다. 이용객 증가로 조리실 환경이 바빠진 것을 고려해서다. 외식 프랜차이즈 생어거스틴과 협업한 태국 전통 요리 ‘꿍 팟 봉커리’도 인기를 끌었다. 지난 4~8월 이들 제품의 매출은 월평균 46% 증가했다.

대용량 밀키트로 조리한 봉추찜닭이 담긴 식판. 사진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가 내놓은 '갓생활백서' 메뉴. 사진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는 샐러드·도시락 등 간편식 테이크아웃 코너를 확대하고 있다. 무인 자판기를 통해 테이크아웃 메뉴를 픽업하거나 라면을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는 셀프 조리 코너도 운영한다.

아워홈은 건강 맞춤형 식단을 운영한다. 고객에 따라 영양소 파괴를 방지하는 생식, 소화 흡수가 좋은 발효식, 풍미가 깊은 가열식 등을 제공한다. 인플루언서나 스타셰프, 인기 외식 브랜드와 협업한 특별 메뉴도 내놓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젊은층이 먹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갓생활백서’를 진행하고 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삶을 지칭하는 ‘갓생(God+生)’ 신조어에 착안, ‘먹는데 진심인 갓생러들의 식사 유형’에 따른 60여 메뉴를 제공한다.

현대그린푸드 영양사가 단체급식 이용 고객에게 일대일 영양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습. 사진 현대그린푸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에 앞서 화성캠퍼스 구내식당에서 임직원과 함께 식사하기 위해 식판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그러나 이들 업체도 식자재 가격 급등 때문에 고민이다. 식단가는 쉽게 올리기가 어려워서다. 식단가는 3800원부터 1만200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업체들은 식자재 수급에 가장 신경을 쓴다. 식자재 3만5000종을 취급하는 CJ프레시웨이는 품귀가 예상되는 품목은 사전에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다. 배추 수급이 불안정하면 열무김치→파김치→갓김치로 대체하는 식이다. 풀무원도 배추김치를 겉절이나 깍두기로 바꾸는 식으로 메뉴를 구성한다. 현대그린푸드는 매년 하반기 물가 인상이 예상되는 품목은 3~7월에 10~30%가량 많은 물량을 비축한다.

잔반을 줄이는 노력도 빠지지 않는다. 푸디스트는 오피스·군대·병원 등 고객군별로 최적화한 1인 식사량을 구축해 사업장에 조리방법을 추천하고 남은 음식을 최소화한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CJ프레시웨이 서울 본사 구내식당 모습. 사진 CJ프레시웨이


반면 상대적으로 객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확대하는 곳도 있다. 신세계푸드는 성수 트리마제 등 프리미엄 아파트 전용 식음 서비스 시장의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급식 사업자에게 고급·이색 메뉴를 제안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외식 매장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식자재 등을 단체급식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 지출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들이 구내식당을 찾고 있다”며 “영양사를 통해 짜임새 있는 메뉴 특식, 사람들의 다양성에 맞춘 메뉴를 제공하면 구내식당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일현·유지연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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