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논란' 속 美 부통령에 "FTA 정신" 강조한 尹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놓고 정부의 대미(對美) 외교 리스크가 고조된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29일 방한했다. 미 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건 2018년 2월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 이후 약 4년 6개월 만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의전서열 2위의 최고위급 인사다. 지난 5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지난달 방한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 이어 윤석열 정부 출범 약 4개월 만에 미국 의전서열 1~3위 인사가 모두 한국을 찾은 셈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줄곧 한·미 동맹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미·중 경쟁 속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윤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만나 한·미 동맹 강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 방한은) 한·미 동맹 발전의 또 다른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하자,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 회담은 양국 관계를 조금 더 공고히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기회”라고 답하는 식이었다.
尹 "FTA 정신", 해리스 "잘 챙기겠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한국 측 우려를 잘 알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보조금 차별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해리스 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법률 집행 과정에서 한국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IRA는 한·미 모두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는 현안에 해당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입법 기념행사까지 개최하는 등 IRA를 표심 결집용 법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윤 대통령 역시 야당을 중심으로 ‘늑장 대처’ 등 정부의 외교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보조금 차별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한·미 동맹 강화를 외교 정책의 제1 목표로 설정한 상황에서 IRA가 양국 관계의 균열로 비치는 모습은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험로 예상되는 'IRA 해법'
다만 IRA를 둘러싼 한·미 정상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림에 따라 단기간 내의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한국 정부는 미국 내 전기차 공장 가동이 예정된 기업으로 보조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의 해법을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 다음 달 착공에 들어가 2024년 하반기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는 현대자동차 역시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또 IRA 본격 시행 시점을 현대자동차 조지아주 공장이 완공된 이후로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대자동차는 2024년 조지아주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약 30만대를 생산하는데, 이같은 ‘생산 예정 물량’만이라도 미국산 전기차와 동일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착공’에 들어간다는 것은 사실상 투자 계획에 따른 공장 가동 준비가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미인 만큼 설득 작업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이 배포한 자료에는 “법이 시행되는 대로 (전기차 보조금 혜택과 관련) 한국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 측과의 협의를 통해 보조금 문제를 조율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겼지만, 동시에 ‘법 시행’을 강조한 것은 입법 절차가 완료된 만큼 일단은 IRA 원안대로 시행하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尹 "7차 핵실험시 대응조치 즉각 이행"
이와 관련 이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한·미 확장억제를 비롯 연합 방위 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양국이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며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심각한 도발시 한·미가 공동으로 마련한 대응 조치를 긴밀한 공조 하에 즉각 이행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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