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집값 떨어지는 까닭은..금리 인상에 매수세 실종, 내년 이후도 불안

김경민 2022. 9. 2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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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호주, 중국 등 세계 각국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세계 각국 집값이 거품 붕괴 우려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동시에, 불황을 모르던 중국 부동산에도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미국 집값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REMAX 제공).

▶“변동금리 대출 많은 국가일수록 위험”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극심한 인플레이션 탓에 각국 중앙은행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팬데믹 경기 부양을 위해 2년 넘게 유지됐던 ‘이지머니(easy money)’ 즉 저금리로 빌린 대출금으로 주택을 구입했던 이들이 금리 급등으로 어려움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2020년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93%가 변동금리 대출이었다. 이어 스페인(52%), 영국(42%), 캐나다(24%), 이탈리아(19%) 등 주요국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컸다.

특히 경제활동을 시작한 20~30대 등 젊은 층이 위험하다는 것이 블룸버그 진단이다. 이들은 물가 상승으로 실질 임금은 하락하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는 것을 평생 처음 경험하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의 글로벌 시장 조사 책임자인 롭 서브바라만은 “이들에게는 현재의 금융환경이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세계 각국 집값이 거품 붕괴 우려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넘치는 유동성으로 집값이 폭등했던 미국이 대표 사례다. 모기지 데이터 분석 회사인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주택 가격은 6월보다 0.77% 떨어졌다. 2011년 1월 이후 11여 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2019년 이후 3년 만의 첫 월간 하락세이기도 하다. 새너제이(-10%), 시애틀(-7.7%), 샌프란시스코(-7.4%), 샌디에이고(-5.6%), LA(-4.3%) 등 주로 서부 도시 집값이 많이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 자료를 봐도 7월 미국 주택 중위가격이 40만3800달러(약 5억6000만 원)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6월 대비 1만 달러가량 낮아졌다.

미국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코로나19 이후 집값이 치솟아 매수 부담이 커진 데다 모기지 금리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연초까지만 해도 3% 수준이었지만 올 6월 6%를 돌파했다. 이 여파로 미국인들의 주택 구입 능력이 30년 만에 가장 낮아졌다는 것이 블랙나이트 분석이다.

호주 집값도 하락세다.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부동산 정보 업체 도메인 자료를 인용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3분기 시드니의 단독주택 중간가격은 155만 호주달러(약 14억 원)로 호가보다 10만4000달러(약 9300만 원) 이상 낮은 가격에 매매가 이뤄졌다. 시드니 아파트 중간가격도 79만1000달러(약 7억1000만 원)로 호가보다 5만 달러(약 4500만 원)가량 싸게 팔려 나갔다. 호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것은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크다. 호주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0.1%에서 1.85%까지 끌어올렸다.

2021년 한 해 동안에만 30%가량 올랐던 뉴질랜드 부동산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 7월 기준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11월 대비 11% 낮은 수준이다.

불황을 모르던 중국 부동산에도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6월 주택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3.4% 감소했다. 7월 중국 70개 주요 도시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0.9% 하락했다. 5월 -0.1%, 6월 -0.5%에 이어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부동산 경기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세계 각국 금리 인상이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일본은행(BOJ)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던 히라타 히데아키 일본 호세이대 교수는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내년과 2024년에는 전 세계 주택시장이 동시에 침체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김경민 기자 사진 RE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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