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빚' 탕감 전 가본 폐‧창업의 메카, 황학동 [가봤더니]
"고금리‧고물가에 폐업 늘고 창업 줄어"
자영업자 빚 탕감, 형평성 논란 해결 과제
“요즘은 물건이 안돌아, 새로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없으니 물건이 나가질 않아. 한 번 장사꾼은 돌고 돌아 다시 장사하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아. 그만큼 어려운 거지” (황학동 중고 주방용품 상인)
사회 일각의 반대에도 자영업자의 빚을 일부 탕감해 주는 새출발기금이 다음달 4일 본격 접수에 들어간다. 빚 탕감 정책의 시행에 앞서 최근 자영업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황학동의 중고 주방가구용품 거리를 찾아갔다.
방문한 곳은 요식업 창업의 바로미터로 평가받는 황학동 주방가구거리. 이 곳은 음식점 인테리어 용품과 주방 용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모여 있는 거리로, 폐‧창업에 따른 중고물품 거래가 활발해 자영업자들의 경영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장소다.
이날 황학동 거리는 한산하다 못 해 썰렁했다. 창업을 위해 테이블이나 의자, 주방용품 등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길가에는 손님을 찾는 상인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 상인들은 공통적으로 장사가 잘 안된다고 토로했다. 폐업으로 물품 구매를 요구하는 자영업자들은 끊이지 않는데 물품을 사가는 이들이 없다는 반응이다.
싱크대 등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물건이 돌아야 우리도 폐업물품을 계속 사들이는데 물건이 돌지 않는다”며 “폐업하는 이들은 많고 새로 창업하는 이들은 적어 우리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스레인지와 화로 등을 판매하는 상인은 “우리 집에서 사간 물품은 폐업할 때 사달라면 다시 사줘야 하는데 물품이 많이 쌓여 있어 쉽지 않다”며 “얼마 전에도 다시 사달라는 요구를 고민 끝에 승낙했다”고 밝혔다.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5개월간 하루 평균 147개의 가게가 문을 닫았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9월 사이 총 2만1761개의 일반 음식점이 폐업을 신고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을 두고 이들은 고물가와 고금리를 원인으로 꼽았다. 중고 가구를 취급하는 한 상인은 “재료값은 뛰는데 가격은 올리기는 쉽지 않고, 대출 이자는 계속 올라가니 자영업자들이 버티기 어렵다”며 “대출 이자가 올라가면 창업하려는 이들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올해 상반기 자영업자의 70.6%가 고물가·고금리 등을 이유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3.3%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순이익은 평균 11.8% 줄었다.
금리 인상에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개인사업자 대출 가운데 64.2%를 차지했던 2%대 금리 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그 비중이 18.7%로 줄었다. 반면 3%대 금리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6월 말 21.1%에서 올해 6월 말 55.7%로 급증했다. 4%대 금리의 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2.1%에서 17.6%로 치솟았다.
이날 만난 중고용품 상인들은 자영업자의 빚 탕감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앞서 싱크대 등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많은 자영업자들이 빚으로 빚을 돌려막고 있는 상황이다. 폐업하는 사람들 보면 대부분 빚에 억눌려 있다”며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재창업은커녕 생계도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자영업자 빚 탕감에 앞서 형평성 논란은 여전히 정부가 풀어 나가야할 과제로 보인다. 새출발기금 사전신청이 시작되자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열심히 빚을 갚고 있는 사람에게도 혜택을 달라’는 내용의 불만이 쏟아졌다.
☞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피해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주를 위해 대출 원금을 줄여주거나, 상환 기간을 늘려주는 채무 조정 프로그램이다. 지원 대상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개인사업자, 소상공인(법인 포함) 중 취약차주다. 취약차주는 ▲대출 90일 이상 장기 연체 부실차주와 ▲근시일 내 장기 연체 위험이 큰 부실우려차주 등을 말한다. 2020년 4월 이후 폐업한 차주도 대상에 포함된다. 다음달 4일부터 정식 접수에 들어가며, 현재 사전신청을 받고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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