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공조도 그렇게 깨졌다..오늘 '박진 해임안' 표결 유력
더불어민주당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데 이어, 28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논란을 계기로 촉발된 거대 야당의 공세가 국정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정기국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가 국회 상임위 곳곳에서 충돌을 반복해 온 상황에서,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정국은 더욱 차갑게 얼어붙을 전망이다.
박진 해임안, 오늘 표결 유력…169석 민주, 의결정족수 확보
29일 오전 열리는 국회 본회의는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국회법상 해임안 표결은 본회의 보고 이후 24~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하게 돼 있다. 국회 의사국장이 27일 오후 2시 본회의 개회 직후 보고를 마쳤기 때문에, 법적으론 30일 오후 2시가 시한이다. 현재까지 여야가 합의한 본회의 일정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된 29일 본회의가 유일하다.
변수는 정부·여당의 반발이다.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조문사절단 단장으로 일본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28일 오전 도쿄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는 박 장관이 해임건의 될 만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민주당이 해임건의 사유로 적시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취소 논란에 대해서도 “영국 정부가 (조문) 시간대를 정하는 것이고, 정하다 보면 안 맞는 것도 있다. 대통령께서도 (영국) 정부나 관련된 기관 요청을 따르라고 말씀하셨다”고 반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을 찾아 민주당의 발의한 박 장관 해임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주 원내대표는 30분간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장관 취임한 지 채 몇 달이 안 됐는데 헌법상 불신임 건의안이 남용돼선 안 된다”며 “만약 불신임 건의안이 남용되고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오히려 국회가 희화화될 수 있다. 그래서 민주당에 대해 적극 중재 노력해주십사 (김 의장께) 부탁드렸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 같은 요청에 “민주당과 협의해서 최대한 노력을 해봐 달라”고 말했다고 주 원내대표는 전했다. 김 의장은 27일 국회 본회의 직후에도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께서는 이 안건이 국회법에 따라 심의될 수 있도록 의사일정을 협의하여 주시기 바란다”며 여야 협의를 당부했다. 다만 국회 관계자는 “김 의장은 최대한 여야 합의를 통해 상정하려 하겠지만, 국회법상 72시간 내 표결 규정이 있어서 선택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상정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1987년 이후 장관 해임안 가결 3차례…모두 정치적 후폭풍
박 장관 해임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일사천리로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장관 해임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150명 이상) 찬성으로 의결되는데, 민주당 의석수가 169석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만 해임안이 가결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에 따를 의무는 없다.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1987년 이후 국무위원 해임안은 모두 80차례 발의됐고, 이중 34차례 표결이 이뤄져 3차례 가결됐다. 특히 야당 우위의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에선 본회의 표결 때마다 예외 없이 해임안이 통과됐다.
다만 해임안 통과의 정치적 파장은 늘 엄청났다. 2001년 9월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만경대 방명록’ 파문으로 촉발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의 해임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김대중 정부 내내 지속되던 DJP 공조가 깨졌다.
2년 뒤 한총련의 미군 장갑차 점거시위로 시작된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현 민주당 의원)의 해임안 가결(2003년 9월 3일)은 이듬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와 촛불시위로 이어진 여야의 강경 대치를 불렀다. 김재수 전 농림식품부 장관은 해임안 가결(2016년 9월 24일)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여야 대치가 극심해진 가운데, ‘국정 농단 사건’으로 이어졌다. 정치권이 박진 장관 해임안의 후폭풍을 주시하는 이유다.
민주, 한동훈 법무장관 고소…박홍근·한동훈 ‘설전’
민주당은 28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서울경찰청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전선을 넓혔다. 한 장관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다.
민주당이 문제 삼은 건 전날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권한쟁의심판의 한 장관 모두진술이었다. 한 장관이 “박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권 분리를 주장하며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고 공언했다. 일부 정치인을 지키겠다고 공개적으로 추진한 입법”이라고 말한 게 허위 사실라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박 원내대표는 (검수완박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종일관 밝혀왔다”며 “한 장관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 장관은 입장문을 내고 “재판을 5시간이나 했는데 뒤늦게 재판정 밖에서 이러실 게 아니라, 할 말이 있으면 재판정에 나와서 당당하게 말씀하시지 그랬나 싶다”며 “저희가 진실을 말했다는 것은, 국민들과 언론, 헌법재판관들 모두 보셨으니, 더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재차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고소하자 한 장관은 깐죽대는 입장을 내놨다. 본인이 직접 국회의장을 상대로 청구해 놓고 난데없이 왜 원내대표는 출석 안 했냐고,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를 거리낌 없이 했다”고 되받았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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