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이본 쉬나드의 편지

김남중,문화체육부 2022. 9. 29.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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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한국 지사 홈페이지를 열면 이본 쉬나드의 편지가 뜬다.

올해 83세의 쉬나드는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파타고니아를 설립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사업가이자 등반가.

"이제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입니다." 쉬나드의 편지는 이 문장으로 시작해 회사 주식 전체를 기부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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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한국 지사 홈페이지를 열면 이본 쉬나드의 편지가 뜬다. 올해 83세의 쉬나드는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파타고니아를 설립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사업가이자 등반가. 그는 최근 본인과 가족이 100% 소유한 회사 주식 전부(약 4조2800억원)를 환경 위기 해결을 위해 기부했다.

“이제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입니다.” 쉬나드의 편지는 이 문장으로 시작해 회사 주식 전체를 기부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환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쉬나드 일가는 환경 위기와 싸우고 기후위기 해법을 모색하는 풀뿌리 조직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홀드패스트 콜렉티브’에 전체 주식의 98%를 넘겼다. 이 단체는 매년 1억 달러로 예상되는 주식 배당금을 받아 지원 자금으로 사용한다.

파타고니아는 오랫동안 환경 단체에 기부해 왔다. 쉬나드는 1970년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벤투라강 개발 저지 투쟁을 통해 풀뿌리 운동의 힘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파타고니아 이야기’라는 책에서 “세상이 종말을 향해 치달아가는 상황에서 종교 지도자, 정치인, 기업가가 사람들을 구원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다국적 기업이나 관료제에 빠진 정부 기구보다 NGO가 더 큰 역량을 지니고 있다”고 썼다. 나머지 2% 지분은 의결권이 있는 주식 전부로 파타고니아의 가치를 지속시키기 위해 신설한 비영리 신탁 ‘파타고니아 퍼포즈 트러스트’에 기부됐다. 의결권을 확보한 이 신탁이 앞으로 파타고니아 경영 관련 결정권을 행사하게 된다.

자본주의와 윤리의 결합을 실험해온 쉬나드는 마침내 이 둘이 하나가 된 모델을 창안했다. 파타고니아는 자신이 설정한 목표와 미션을 지켜나가는 기업으로 존속되며, 기업이 얻는 이익금은 비즈니스 운영과 재투자 비용을 제외하고 모두 환경 운동에 쓰이게 된다. 그는 이 모델에 대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온전히 유지하면서 지구 환경 위기를 막기 위한 싸움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파타고니아는 어느 기업보다 많은 돈을 환경 보호에 써왔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환경 보호 기업, 가장 윤리적인 기업으로 알려졌다. 의류사업이라는 비즈니스가 환경 문제의 일부라는 점을 인식한 이후 스스로 환경세를 매겨 매년 매출의 1%를 환경 단체들에 기부했다. 20년 전부터 모든 면제품을 유기농 목화로 제작했으며, 의류 낭비를 줄이기 위해 ‘우리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2018년에는 사업 목적을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로 바꿨다.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해온 쉬나드가 “최선을 다해왔지만 충분하지 않았다”라고 고백하면서 전 재산을 내놓았다. 그는 왜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을까. 쉬나드가 쓴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할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는 악의 정의를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한다. 명백하고 공공연한 행동이어야 악인 것은 아니다. 단순히 선의 부재도 악일 수 있다. 당신에게 선을 행할 능력과 자원과 기회가 있는데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악일 수 있다.”

쉬나드의 편지는 “진심을 다해 행동한다면 우리는 지구를 되살릴 수 있습니다”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이 편지는 길지 않지만 환경 위기에 대한 가장 중요한 글 중 하나로 평가될 것이다. 무엇보다 “충분하지 않았다”는 쉬나드의 말은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를 돌아보게 하는 반성의 윤리로 귀하다.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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