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아침 태양보다 붉은 이 충무공의 충절

남호철 2022. 9. 2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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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방문의 해' 목포·신안 여행
이른 아침 전남 목포시 고하도 판옥선 전망대 인근에서 본 목포 항구 일대. 붉은 노을빛에 물든 영산강을 가로지르는 해양케이블카와 항구를 지나가는 배가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전남 목포와 신안은 이웃해 있다. ‘낭만 항구’ 목포에는 일제강점기 근대 건축물은 물론 조선시대 유적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목포를 상징하는 유달산에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지략을 담은 노적봉이 있고, 바다 건너편에는 최후의 전투 노량해전을 준비했던 고하도(高下島)가 자리한다. 목포를 갔다면 인근 신안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새로운 볼거리를 더해 여행객을 유혹한다. 전남도가 ‘2022~2023년 전라남도 방문의 해’ 사업의 일환으로 이들 지역에 대해 관광분야 ‘권역별 공동마케팅’을 추진하고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목포 항구에서 영산강은 바다를 만난다. 목포항 맞은편은 고하도다. 목포항에서 약 2㎞ 지점에서 방파제 역할을 하는 중요한 섬이다. 2012년 개통한 목포대교를 통해 쉽게 고하도에 닿을 수 있다. 더 쉬운 방법은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다. 목포해양케이블카는 북항~유달산~고하도 3.23㎞ 구간을 오간다. 바다 위 150m 넘는 높이에서 목포의 진산인 유달산 등 비경을 볼 수 있다.

유달산 정류장을 지나면 바로 아래 보리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보리타작을 하던 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오래전 유달산 주변에 보리밭이 많았다. 봉수대에서 근무하던 병사들에게 지급했던 둔전 또한 보리였다고 전해진다. 보리마당에서 바라보면 목포항 주변 풍경이 파노라마로 내려다 보인다.

보리마당 아래 오래된 가옥과 담벼락이 미로처럼 이어진 곳이 서산동이다. 일제강점기 비누 등을 만들어 팔았던 일화제유(대동제유의 전신)의 근로자들이 모여 살던 작은 마을이다. ‘서산동 시화마을’은 2015년부터 시작된 목포 인문도시사업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주민들과 지역 예술인들이 시를 짓고 벽화를 그려 조성했다. 옛 흔적과 벽화가 오묘하게 어우러진 골목에서는 향수가 소환된다.

그 골목에 ‘연희네 슈퍼’가 있다. 영화 ‘1987’에서 이한열 역의 강동원과 연희 역의 김태리가 슈퍼 앞 평상에서 시국의 아픔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각종 소품(연탄, 생활용품, 과자류)과 전자제품(냉동고, 라디오) 등을 재현해 영화 속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케이블카가 도착하는 고하도의 명물은 높이 24m에 5층으로 이뤄진 전망대다. 조선 수군의 주력함인 판옥선 모형 13척을 격자로 쌓아 만든 모습도 특이하지만, 빼어난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고하도 해상데크길과 바다 건너 유달산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하도 해상 데크길 끝에서 만나는 진지 동굴.


고하도에도 일제의 흔적이 남아 있다.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일제는 조선 민간인을 징집해 고하도 해안 곳곳에 진지 동굴을 만들었다. 목포항으로 접근해 들어오는 배를 공격하기 위한 ‘자살특공대’를 숨겨놓으려 파 놓은 것이다.

목포와 이웃한 신안에는 2020년 개장한 ‘1004 뮤지엄파크’가 볼거리다. 자은도 해송숲이 아름다운 양산해변 50만㎡에 특색있는 테마(1004섬 수석미술관·수석정원·세계조개박물관)로 꾸며져 있는 박물관과 공원들이다.

세계조개박물관은 갯벌의 환경지표인 조개 고둥류를 연구하고 전시할 목적으로 설립된 전문박물관이다. 1만1000여점의 패류 표본을 기반으로 설립했으며 세계적으로 희귀한 조개와 고둥을 모아 해양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수석미술관은 건축면적 450㎡(135평) 규모로, 태극을 상징하는 수려한 외관에 신안 섬을 비롯한 다양한 산지의 수석 260점 등을 전시하고 있다.

신안군 자은도 ‘1004뮤지엄파크’ 내 수석 정원.


미술관 앞에는 정원이 있다. 거북 모양의 기암괴석 등 전국에서 가져온 2700t 규모의 대형수석과 분재가 어우러져 한 폭의 진경산수를 연상시킨다.

신안에서 다도해를 조망하는 낭만적 바다여행인 ‘세일요트투어’도 빼놓을 수 없다. 암태도 오도선착장에서 운영하는 요트투어는 천사대교 아래를 지나 암치도를 돌아오는 1시간 코스로 운행된다. 암태도는 팔금면의 외딴섬으로 중대백로와 왜가리가 집단으로 번식했던 곳이다. 지난해 태풍으로 서식지가 무너진 뒤 사라져 아쉬움을 남긴다.

요트투어로 만나는 암치도 뒤로 이어지는 천사대교.

여행메모
14~16일 삼학도 일원 ‘목포항구축제’
신안 반월·박지도 ‘섬 왕새우 축제’

목포시는 잊혀져 가는 고유의 해양문화를 보존하고, 더 나아가 축제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자 ‘목포항구축제’를 개최한다. ‘청년과 함께하는 가을 파시 항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0월 14~16일 목포항과 삼학도 일원에서 진행된다. 풍부한 수산물과 함께하는 파시장터, 만선의 기원을 담은 목포항 풍어제, 온 시민들과 함께 화합하고 나아가는 풍어 길놀이 오채퍼레이드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항구 도시’ 목포는 이제 ‘맛의 도시’다. 민어·꽃게장 요리와 인동주 등 목포를 대표하는 9가지 음식이 목포 맛을 자랑한다.
퍼플섬 박지도에 조성된 아스타 정원.


신안은 국내 양식새우의 중심지다. 청정 갯벌의 다양한 미생물을 먹고 자라는 신안 왕새우는 게르마늄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맛뿐 아니라 영양면에서도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안군은 퍼플섬으로 유명한 반월·박지도에서 10월 3일까지 ‘섬 왕새우 축제’를 개최 중이다. 왕새우 할인 판매와 동시에 구이, 튀김 등 즉석에서 다양한 왕새우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또 전국 제1의 젓새우 생산지인 지도읍 젓갈타운에서 오는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섬 새우젓 축제’가 열린다.

목포·신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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