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준비된 100점짜리 캡틴 정운, "지금 제주 주장으로서 힘든 건.."

서호정 기자 2022. 9. 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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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제주유나이티드에서 5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정운은 후반기부터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개막 당시 주장을 맡은 김오규가 전반기에만 3번의 누적 경고 징계로 결장하고, 새 역할에 중압감을 느끼자 남기일 감독은 주장 교체를 단행했다. 베테랑 선수가 많은 제주지만 남기일 감독이 주목한 것은 묵묵히 헌신하고 차분한 소통으로 선수단 내 신뢰가 높던 정운이었다. 


정운이 주장으로 선임된 시기에 제주는 팀 내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한번 대거 발생하는 어려움을 맞았다. 그 와중에 서울, 포항을 상대로 각각 2-0, 5-0 완승을 거두며 파이널A 진입 경쟁의 위기를 돌파했다. 제주는 32라운드에서 대구와 무승부를 기록, 2년 연속 파이널A 진출을 확정지었다. 


주장 교체 효과가 눈에 보인다. 남기일 감독은 정운을 '준비된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평소 나서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리더십이 돋보이지 않았는데, 주장을 맡자 팀에 대한 강한 애착과 책임감을 발휘하고 있다. 28일 파이널라운드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정운 역시 "제주는 내 축구 커리어에 가장 중요한 팀이다. 팀이 필요로 하는 역할이라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잘 해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부터는 왼쪽 측면 수비가 아닌 3백의 왼쪽 스토퍼를 봤고, 8월부터는 팀이 4백으로 전술을 바꾸면서 센터백까지 보고 있지만 정운의 퍼포먼스는 어디에서나 안정적이다. 그 역시 책임감의 힘이라고 선수는 설명했다. 


정운의 섬세한 리더십이 빛난 사례는 또 있다. 꼬일 대로 꼬였던 남기일 감독과 윤빛가람의 관계를 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올 시즌 큰 기대를 모으며 제주로 돌아온 윤빛가람은 코로나19 감염에 이어, 구자철의 전격 복귀까지 더해진 미드필드진의 내부 주전 경쟁 심화로 기용 문제를 놓고 남기일 감독과 갈등이 깊어졌다. 여름이적시장에서는 일찌감치 이적을 타진했지만 최종적으로 성남FC, 수원FC와의 협상이 무산됐다.  


이적시장이 끝난 뒤 제주 구단과 남기일 감독은 윤빛가람을 어떻게든 활용해야 했다. 그때 나선 것이 새롭게 주장에 선임된 정운이었다. 남기일 감독은 "복잡했던 매듭을 정운이 풀었다. 코치진과 단장님이 나서도 풀지 못했던 오해를 운이가 해결했다"고 소개했다. 


정운은 "감독님께서 큰 일은 다 하셨는데 공을 내게 돌리시는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서는 "그때 많은 부분이 꼬였는데 (윤빛)가람이, 그리고 다른 선수들과 소통을 했다. 처음엔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대화를 해보니까 서로가 큰 오해를 풀면 쉽게 해결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감독님의 생각, 선수의 생각을 오해 없도록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그게 전부다"라고 당시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윤빛가람이 7월 말부터 선수단에 복귀했고, 서울과의 원정 경기부터 중심 역할을 해주며 제주는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남기일 감독도 윤빛가람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4백 전형으로 전환했다. 극적인 결합이었다. 


그러나 주장 정운의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주와 관련한 루머가 최근 횡행하기 때문이다. 


"요즘 좀 힘들다. 남기일 감독님과 3년차인데 올해 유달리 제주에 대해 안 좋은 루머가 많다. 솔직히 감독님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부드러워지셨다. 특히 감독님과 (구)자철이 형 관계가 나쁘다는 루머는 정말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보기에도 감독님이 자철이 형을 사랑하는데... 이게 참 어려운 게 선수들도 그런 루머를 보니까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제주는 감독과 선수들 사이가 안 좋다, 내년에 선수 많이 바뀐다더라, 그런 얘기를 들으면 실제는 그렇지 않은 걸 아는데 의식이 되는 거다. 그런데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정말 그게 팩트고, 내부에서 인지하고 있는 문제면 저희가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할 텐데, 정말 1도 사실이 아닌 얘기들이 있다. 그런데 그게 분위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주장으로선 그 분위기를 끌어가는 게 어렵다."


남기일 감독도 답답해했다. 그는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일부 기자들로부터 구자철과의 갈등이 있다는 루머가 축구 커뮤니티에서 정설처럼 퍼졌다는 얘기를 듣고 황당해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자철이를 너무 좋아한다. 내가 먼저 연락을 해 제주로 돌아와 달라고 한 선수다. 경기를 뛰지 못해도 역할이 큰 선수를 내가 외면하고 싫어할 이유가 어디 있나? 그런 루머도 오늘 처음 들었다. 해설위원을 하는 것도 제주로 복귀할 때부터 선수가 나와 구단에 미리 가능성을 언급하며 서로 인지했던 부분이다. 만일 그런 갈등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구단에서 나와 재계약을 했을 리가 없다."


정운은 외부에서 팀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에 믿음을 부탁했다. 그는 "올 시즌 제주가 좋은 흐름과 나쁜 흐름이 극적으로 나타나다 보니 무슨 문제가 있다고 짐작하실 수 있다. 정확히 그 원인을 설명드리면 올 시즌 경기 간격이 좁은데 우리는 원정 부담이 크다. 그로 인한 피로 누적과 부상 발생이 유달리 많았다. 거기다 코로나 이슈도 있었다. 그런 요소가 변수였지, 팀 분위기는 생각보다 좋다. 팀원끼리는 신뢰하고 있다. 그런 부분은 믿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에도 겸손한 태도였다. "현재 주장으로서 하는 역할이 엄청 대단하진 않다. 주장이 아니더라도 뒤에서 조용히 할 수 있는 역할이고, 앞으로도 제주라는 팀 내에서 그 역할을 할 거다. 주장은 팀에 책임감을 갖고 역할 할 수 있는 선수들이 해도 좋을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최)영준이를 추천하고 싶다. 물론 감독님이 내년에도 맡겨주시면 열심히 하겠다."


주장 정운에 대한 남기일 감독의 평가는 100점 그 이상이었다. "내년에도 맡기고 싶다. 운이는 책임감이 강하고, 항상 솔선수범한다. 코칭스태프가 주장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항상 거기 있다. 경기력도 그렇다. 내가 제주에 온 뒤 연임을 한 주장이 없었는데 정운이 괜찮다면 내년에는 아마 2년 연속 주장을 하는 선수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는 리그 5위로 파이널라운드를 시작한다. 3위 포항과는 승점 9점, 4위 인천과는 승점 3점 차이다.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남은 5경기에서 쉽지 않은 도전을 해야 한다. 정운은 포기하지 않은 눈빛이었다. 지난 6월 다친 코뼈 부상의 여파로 콧등에 상처가 깊게 남은 그는 "아직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정규라운드 막바지에 분위기가 좀 흔들렸는데 2주 동안 차분히 준비했다. 팬들께서 믿고 응원해주시면 최선을 다해 보답하겠다"라며 올 시즌 남은 일정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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