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걸음을 뗀 배우 옹성우의 마음가짐

2022. 9.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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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사랑하는 이 일을 저답게 오래 하고 싶어요." 맑고 정직한 눈으로, 이제 막 걸음을 뗀 옹성우가 말했다.

Q : 사진을 보며 감탄하던 스태프들에게 농담하듯 이렇게 말했죠. “저, 잘해요.” 이런 말을 근사하게 들리게 하는 것도 옹성우의 재능이구나 생각했어요.

A : 하하하. 칭찬받으면 에너지를 얻는다고 해야 하나? 부끄럼이 많아 용기를 내려고 스스로 다짐하는 말이기도 해요.

Q : 한 인터뷰에서 화보에 담기는 것처럼 미세한 표정 변화로 감정을 잘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 적 있어요. 유효한가요?

A : 표정으로, 얼굴로 감정을 표현한다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낯선 공간에 있으면 보이는 것과 다르게 여유롭지 못할 때가 있거든요. 특히 영화나 드라마 카메라 앞에 서면 더 어렵고요. 미세한 표정 변화와 감정 표현을 통해 관객, 시청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점점 경험이 쌓이고, 멋진 선배들을 만나며 배우는 게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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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얼굴과 몸 그리고 분위기로 감정을 전달하는 일이야말로 연기의 매력이 아닐까 해요.

A : 표현하고자 한 게 연기에 자연스럽게 담기면 희열을 느끼죠. 당장의 신뿐 아니라, 작품의 흐름도 계산하고 조절하며 연기해야 하니까 선배 배우들이 더욱 대단하다 느껴요. 작품을 위해 회의하고, 토론하는 과정도 멋지고요. 긴장을 꽤 하는 편이라 준비 과정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Q :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여전히 떨려요?

A :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현장에서보다 준비할 때 더 긴장해요. 배우, 제작진과 모여 리딩할 때도 그렇고요. 카메라가 익숙해지는 게 참 어려워요. 노하우는 조금씩 생기고 있어요. 마음을 다잡으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거죠.

Q : 4년간 출연작이 드라마 4편, 영화 4편이에요. 다작의 동력은 뭔가요?

A : 점점 욕심이 생겨요. ‘더 잘하고 싶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 하는 마음. 어느 정도 긴장해야 더 노력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대중적으로 더 큰 사랑을 받는 작품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흥행이 전부는 아니지만, 함께하는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아니까 모두 웃을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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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흥행에 신경 쓰는 편인가요?

A : 엄청난 흥행작을 만나는 건 저를 포함해 함께한 모두에게 좋은 일이잖아요. 흥행에 목매는 건 아니에요. 어느 날 선물처럼 다가올 거라 믿거든요. 배우로서는 “옹성우가 연기에 진심을 다하는구나” 같은 긍정적인 평가도 더 받고 싶어요.

Q : 원래는 아이돌이었다는 걸 깜빡 잊을 정도로 연기를 잘해요. 발성, 발음, 시선 처리도 준수하고요. 전작 드라마 〈커피 한잔 할까요?〉 할 때는 커피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했고, ‘강고비’의 몇몇 대사와 장면을 제안하기도 했다고요.

A : 스스로 칭찬하기보다 꼬집으며 나아가는 편이라 그런가 봐요. 연기는 혼자 하지만 작품은 함께 만드는 거니까 때로는 즉흥적으로, 때로는 겁 없이 실패할 용기를 내야 할 때도 있잖아요.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을 잡고, 어떻게 나아갈지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게 아닐까요. 늘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Q : 넷플릭스 신작 〈서울대작전〉을 통해 배운 건 뭔가요?

A : 모든 게 새롭게 느껴졌어요. 준비 기간도 길었고, 엄청난 규모의 작품인 만큼 CG를 입힐 크로마키 촬영도 많았는데, 잘하고 싶었어요. 가장 어렵게 느낀 건 제가 맡은 ‘준기’라는 인물을 어떻게 연기할 것인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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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준기’는 어떤 인물 같았나요?

A : 해맑고, 애교 넘치는 막냇동생 같았어요. 〈서울대작전〉은 화려한 연출과 후반 그래픽 작업이 많은 만큼 미장센도 굉장하겠다 생각했고, 대본에 쓰인 레퍼런스 음악을 찾아 들으며 상상의 날개를 펼쳤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이 작품에 꼭 참여하고 싶다 마음먹었죠. 그런데 막상 연기하려니 ‘준기’의 밝은 면을 과하지 않게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해맑은 막내라는 게 무작정 소리 지르고 뛰어다닌다고 자연스러운 게 아니니까요. 그렇게 첫 대본 리딩에 갔는데, 긴장해서 대사 리딩을 잘하지 못했어요. 문소리, 유아인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대사를 주고받는다는 게 떨려서 말문이 턱 막히더라고요. 대본이 닳도록 품고 다니고, 입이 마르도록 대사를 외웠는데, 마음처럼 못 한 거죠. 이후 문현성 감독님께 전화가 왔어요. 실패를 두려워하면, 넘어지는 걸 부끄러워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힘이 번쩍 났어요. 그때 마음먹었죠. ‘준기’를 위해 내 모든 걸 쏟으리라.

Q : 문현성 감독이 제작발표회에서 “옹성우의 연기는 작품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라고 했어요.

A : 감사하죠. ‘준기’가 워낙 텐션이 높은 인물이기도 하고, 제가 텐션이 떨어진 것 같으면 달려오셔서 카메라 앞에서 더 놀아도 된다고, 에너지 넘치고 자신 있게 해도 된다고 힘을 주셨어요.

Q :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겠네요.

A : 작품에 임하는 모두와 성향이 잘 맞는 느낌이 들 만큼 즐거웠어요. 대기 시간에도 깔깔 웃으며 시간을 보냈을 만큼 친해졌죠. 촬영이 끝난 요즘도 자주 연락하며 또 모이자고 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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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서울대작전〉의 배경인 1988년은 어때 보이던가요?

A : 제가 태어나기 전의 시대라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좋은 의미로 들떠 있던 때가 아닐까 해요. 서울올림픽도 그렇고, 해외 패션이나 문화가 유입돼 팽창하던 시기인 만큼 오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흥미롭더라고요.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일을 쉽게 알 수 있지만, 그때는 아니었으니까요. 어색함과 따듯함이 공존하는 느낌.

Q : 9월 28일에 개봉하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어떤 영화인가요?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라던데.

A : 말랑말랑한 감성이 특징인 영화예요.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데, 그런 감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음악이에요. 영화가 전하는 감상이 음악을 입어 더욱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작품이죠.

Q : 음악이 주된 요소인 만큼 옹성우에게 유리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A : 무대 경험이 있으니 그럴 수 있죠. 다만 맡은 인물인 ‘정우’를 이해하고 연기해야 하니까 가수로 마이크를 쥘 때와는 다르더라고요. 뮤지컬이 노래와 춤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재미있었어요. 뮤지컬 영화를 또 해보고 싶을 만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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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캐릭터 소개란에 “누구나 꿈꾸는 첫사랑”이라는 말이 있던데, 그야말로 옹성우에게 안성맞춤인 역할이 아닐까 했습니다.

A : 첫사랑이란 말에 대번 떠오르는 잘생기고 따듯하고 설렘을 유발하는 남자를 제가 어찌 감히….(웃음) 그래도 열심히 했어요. 사랑 연기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누군가를 설레게 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연기라는 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Q : 〈인생은 아름다워〉는 2년 전에 촬영을 마친 작품인데, 다시 보니 어때요?

A : 영화는 좋은데, 제 모습은 민망하더라고요.(웃음) 조금 변한 것 같기도 하고, 긴장한 기색도 보이고 연기적으로 아쉬운 점도 눈에 밟혔어요. 고치고 싶은 모습도 많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하게 되는….

Q : 과거의 자신에게서 단점이 보였다는 건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이기도 하죠.

A : 오늘 인터뷰에서도 말한, 긴장을 많이 한다는 것과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태도가 저를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기도 해요. 늘 솔직하고 싶고요.

Q : 솔직하고, 정직하며, 균형감이 좋은 사람 같아요.

A : 늘 건강한 마음을 지니려고 해요. 모토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저는 꾸준하고 싶고, 원하는 것들을 차근차근 이루며 성장하고 싶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사랑하는 이 일을 저답게 오래 하고 싶어요. 마냥 낙천적인 게 아니라, 마음이 건강해야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티셔츠 1백15만9천원 벨루티. 데님 프린트 가죽 팬츠 5백98만원 보테가 베네타. 목걸이 가격미정 마마카사르. 반지 (왼쪽부터)가격미정 마마카사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4만9천원 일레란느.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주변 사람들이 성우 씨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편인가요?

A :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잘 들어주는 것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제가 겪은 게 아니면 섣불리 조언할 수도 없잖아요. 제 말이 상처가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소중한 사람이 고민이 있다고 하면 달려가서 들어줘요. 언젠가 고민이 깊은 친구가 제주도에서 연락이 왔는데, 곧장 공항으로 가기도 했어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뿐이지만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Q : 주변에서는 성우 씨를 어떤 사람이라고 해요? 유독 뿌듯했던 말이 있다면요?

A : “성우야, 너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말.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이 제 생각, 행동, 태도 등 모든 면을 고려해 한 말인데, 고맙더라고요. 삶을 돌아보게 됐어요. 〈인생은 아름다워〉로 함께한 최국희 감독님이 차기작 〈별빛이 내린다〉에 주연 자리를 제안해주셨을 때도 감사했고요.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잘 보고 있어 성우야, 여전히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해줄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럴 때만큼은 ‘나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 생각해요.

Q : 성우 씨는 지금 삶의 어떤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해요?

A :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것 같아요. 멀리까지, 오래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Q : 보폭과 방향은 마음에 드나요?

A : 아쉬운 점도 있지만, 맘에 들어요. 꽤 괜찮은, 나쁘지 않은 출발인 것 같아요.

Q : 어디까지 가보고 싶어요?

A : 단기적인 목표는 근사한 30대 배우가 되는 거예요. 멋진 30대 배우 하면 떠오르는 몇몇 아이코닉한 선배들이 있잖아요. 그들처럼 저만의 길을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 더 해보고 싶은 건요?

A : 휴머니즘 요소가 있는 작품을 좋아해요. 서사가 강렬해 짙은 여운을 주는 이야기도 좋고요. 아니면 완전히 예측을 벗어난 선택도 해보고 싶어요. 극악무도한 악역이라면 어떨까요? 지금의 저로서는 상상이 안 되거든요. 웃는 얼굴로 무서운 행동을 하는 캐릭터라면, 인상 깊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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