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관리 컨트롤타워 '존폐' 위기.."시대 역행 "

박선혜 2022. 9.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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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담당조직, 올 11월 행안부 결정 따라 조직 운명 갈려
매년 급증하는 마약 범죄..대안 있나
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품의약품안전처.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 마약 범죄가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를 관리해야 할 자리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현 정부의 공공기관 감축 조치 영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오는 11월 마약안전기획관에 대한 행정안전부 평가가 예정돼 있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조직 축소 방침에 따라 식약처의 한시적 조직인 마약안전기획관 역시 정리 대상이 된 것이다. 이번 평가에 따라 마약안전기획관은 해체될 가능성이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27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마약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시기에 정부부처 내 유일한 마약 전담 국장급인 마약안전기획관이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며 “이전과 같이 마약전담부서를 의약품안전국으로 편입한다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마약안전기획관은 2019년 5월 신설된 한시적 운영 부서로, 마약류 오남용 예방과 불법 마약류 감시체계 운영을 전담해왔다. 기존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에 소속됐던 ‘마약정책과’와 ‘마약관리과’가 해당 부서 밑으로 배치됐다.

해당 조직은 의료용 마약류 관리 및 불법 마약류 단속,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운영, 마약 법령 제개정 등의 전반적인 업무를 전담한다. 또한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과다처방 및 투약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적 조치도 강화해왔다.

무엇보다 마약정책 기획과 관리가 의약품안전 정책의 부속정책에서 벗어나 좀 더 전문성을 갖고, 마약류 오남용과 불법 마약류 감시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일례로 의료기기나 바이오의약품은 약사법에 기반해 의약품안전국에서 관리했으나 시장이 커지자 효율적으로 키우기 위해 의료기기안전국, 바이오생약국을 신설했다. 그 결과, 해당 시장의 역할과 기능이 지속적으로 커질 수 있는 바탕이 됐다. 마약안전기획관 역시 그런 취지로 세워졌다.

하지만 마약안전기획관은 4년째 한시조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산하 조직인 마약관리과는 정규 직제로 전환됐지만, 마약안전기획관은 ‘역할이 명확하지 않다’, ‘산하 과가 2개로 적다’, ‘의료용 마약류에 한정돼 있다’ 등의 사유로 행안부의 평가 목록에 머물러야 했다. 더구나 이번 평가로 해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안전기획관이 사라진다면 마약 안전 문제가 국가적, 사회적 문제로 더욱 확대됐을 때 이를 전담하는 부처가 어디인지 혼란을 초래해 정책의 적기 수립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의 역할과 성과만을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향후 국내 마약안전에 대한 관리 체계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마약안전기획관 존폐 문제를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매년 증가하는 마약 범죄…관리 인력 확충 시급한데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 1516명(18.7%)였던 온라인 거래 마약사범은 2021년 2545명(24.0%)까지 늘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인터넷에서 마약 거래를 하다 검거된 마약사범은 1994명(23.4%)에 달한다. 

게다가 인터넷 내 마약 유통이 늘면서 소셜미디어 문화에 익숙한 10대 마약사범 역시 증가하고 있다.

2019년 10대 마약사범은 전년 대비 57.7% 증가한 164명이었다. 2020년 10대 마약 사범은 241명(47% 증가), 2021년 10대 마약사범은 309명(28.2% 증가)이다. 올해 8월까지 검거된 10대 마약사범은 227명이었다. 

이렇듯 쏟아지는 마약 범죄들 사이에서 식약처 마약관리기획관은 예산과 인력 지원 없이 8명이서 몇 억 건씩 쌓이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운영해왔다. 또한 행안부의 역할 확대 요구에 따라 현 인원으로 마약유통재활지원TF까지 꾸린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종합감사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약류 관리 업무를 한시적인 마약안전기획관과 마약관리과의 현재 인력 8명으로 수행하는 것은 일정한 한계가 있으며, 충분한 인력과 조직을 확보해 식욕억제제를 포함한 마약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오남용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마약안전기획관이 사라질 경우 인력 보강이 어려워져 마약 관리는 더욱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안전기획관 폐지로 의약품안전국장이 마약안전기획관 소속 2개 부서까지 8개 부서의 업무를 통솔하게 되면, 과다한 업무로 마약업무에 대한 새로운 수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등이 사실상 어렵고 현재 기능과 역할에 그치게 될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마약 문제가 이슈화됐을 때 이를 총괄하거나 담당할 조직은 마약정책과 규모 정도여서 이슈 대응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약문제 해결을 위해 조직, 인력 등 보강이 필요할 경우 의약품안전국 내에 이를 확대하거나, 신설은 더욱 어려워 진다”며 “마약정책과, 마약관리과에서도 향후 조직 확대에 대한 기대와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마약안전기획관이 정규 직제로 편성된다면 2~3개과로 운영되는 현재 수준에서 벗어나 더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국장급에 맞는 역할과 기능, 사회적 요청과 수요에 따라 새로운 업무 발굴, 영역을 확대하면서 조직을 키우거나 처내 업무조정 등을 통해 그 역할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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