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모적 대통령 발언 논쟁 이젠 중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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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톰 오는데 용렬한 싸움만
여야, 한발 물러서 민생에 집중하길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방문 도중에 불거진 비속어 논란은 이제 여야의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됐다. 방송 카메라에 잡다한 배경음과 함께 녹취된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 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나”를 두고 양쪽 진영이 정반대로 인식해서다. 야권에선 MBC 보도대로 국회를 미 의회로 단정하고 ○○○를 ‘바이든’이라고 주장하며 동맹을 모욕했다고 펄펄 뛴다. 대통령실에선 ○○○를 ‘날리면’이라고 반박하며 바이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맞선다. 발언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발언 내용을 직접 확인해 주지 않은 채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두 진영 사이에 어떤 접점도 없어 보인다. 듣기에 따라 ‘바이든’으로도, ‘날리면’으로도, 그저 뭉개진 소리로도 들리는 ○○○는 지지 정당을 드러내는 감별기로만 기능할 뿐이다.
지금 한국은 동시다발 악재들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목전에 있다. 미국과 중·러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교안보 위기와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경제 위기가 맞물렸다. 일각에선 1997년 아시아에서 발생한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가야 할 때, 이런 식의 소모적인 정쟁이나 하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우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발언의 진실과 경위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걱정을 안겨드려 송구하다는 뜻을 표했으면 될 일이다. 더욱이 바로 대처했다면 해프닝이었을 사안을 15시간 동안 공식 대응을 안 하는 바람에 세계적 논란으로 키운 게 대통령실 아닌가. 자신을 돌아보진 않고 공세적으로 진상 규명을 외치는 건 적절치 않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통령실이 법적 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자제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어갈 한 축으로 갈등을 조장, 증폭해선 곤란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처신은 용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MBC 보도 전부터 “윤 대통령이 미 의회를 모욕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논란을 키우더니 어제는 한때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파행시켰다.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도 제출했다. 이게 그럴 만한 사안인가. MBC가 미 의회와 바이든이라고 단정해 보도한 건 언론 윤리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데도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진실언론을 지키겠다”고 감싸는 것도 면구한 일이다. 국익보다 정파적 이익을 앞세우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진짜 부끄러운 건 소모적 논쟁을 이어가는 우리 정치권의 민낯이다.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집단적 자해는 이쯤에서 중단하고, 민생을 살리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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