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서 신고가 찍은 반포주공1단지..착공되면 매물 없다? 전용 140㎡ 70억 돌파

2022. 9. 2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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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장진단]

서울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오른쪽에 대형 펜스와 함께 임시 가림막 시설을 설치했다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이 펜스는 신반포로3길을 따라 한강변까지 끝없이 이어져 있다. 반포주공1단지는 신반포로를 따라 한강변쪽 1·2·4주구와 반대편 3주구 2개 구역으로 나눠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이미 철거 작업을 시작한 이곳은 전국적인 집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최근 신고가를 경신했다.

반포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금은 3년 이상 소유자 매물의 경우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지만 착공 이후에는 10년 보유, 5년 거주자 등의 매물만 거래할 수 있어 예비 매수자 입장에서는 지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이전부터 눈여겨봤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매수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한다.

주택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된 가운데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가 신고가 거래로 주목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140㎡는 9월 초 7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 기준 올해 5월 71억원에 거래됐다가 취소된 사례를 제외하면 6월 66억원에서 무려 5억5000만원이 오른 가격이다.

단순히 가격만 오른 것이 아니다. 반포주공1단지는 올해 2분기 서울 아파트 단지 중 가장 거래량이 많은 단지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는 재건축을 지연시키던 각종 분쟁이 해소됨과 동시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개편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한다.

서울 서초구에서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 반포주공1단지는 전국적인 집값 하락 추세에도 최근 신고가를 경신해 눈길을 끌었다. (윤관식 기자)

▶반포주공1단지는 어떤 곳?

▷입지 측면에서 가장 탁월한 단지

강남, 한강변, 역세권, 학군, 대단지.

모든 조건을 갖춘 아파트. 바로 반포주공1단지다.

반포주공은 대한주택공사(LH 전신)가 건설한 최초의 대단지 아파트다. 여의도에 이어 두 번째로 조성된 신도시인 반포동 반포주공아파트는 총 207동, 7906가구에 달한다. 당시 국내 아파트 역사상 가장 대규모 단지였다. 그중 1단지는 구반포역을 사이에 두고 1·2·4주구와 3주구로 나눠져 있다.

이 중 1단지는 총 99개동, 3590가구로 구성됐다. 어떤 동이든 도보로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신반포역, 동작역까지 이동할 수 있다.

고속터미널이나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버스 두 정거장 거리. 또 한강공원을 걸어서 갈 수 있으며 주변에는 명문 학군이 형성돼 있다는 점 역시 큰 장점이다. 반포주공1단지가 ‘강남 재건축 최대어’라고 불리는 이유다.

총 3590가구로 구성된 반포주공1단지는 재건축이 완료되면 7000가구가 넘는 새 아파트로 변신한다.

반포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준공 20년을 넘긴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1단지의 경우 재건축으로 새로 짓는 가구 수를 기존 가구 수의 1.4배 정도로 제한한 세대밀도 규제 때문에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 결국 이 규제가 완화된 2010년 이후 속력이 붙었다.

그사이 반포주공2단지는 반포래미안퍼스티지로, 3단지는 반포자이로 이름을 달리해 2009년 재건축이 완료됐다.

마지막 남은 1단지는 1·2·4주구와 3주구로 나뉘어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1·2·4주구는 현대건설이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로 3주구는 삼성물산이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거래량 늘고 가격도 오르고

▷올해 2분기에만 31건 거래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올해 2분기 거래량은 31건으로 서울 아파트 단지를 통틀어 최다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8건)과 비교해도 거래가 늘어난 규모다. 거래가 드문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 매매 거래가 한 달 평균 10건 이상 진행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이상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이례적이다. 부동산 업계가 반포주공1단지에 주목하는 이유다.

거래가 늘어나면서 가격 역시 지속적으로 오름세다. 전용 140㎡는 지난해 7월 55억원, 10월에는 64억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상승기인 데다 재건축 사업이 막바지에 다다르며 집값이 거침없이 올랐다. 급기야 올해 9월 초 71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처음으로 해당 면적이 70억원을 돌파했다.

부동산 침체기에도 반포주공1단지 거래가 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사업이 사실상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1·2·4주구와 3주구 모두 이주를 완료한 후 철거가 진행 중이다. 재건축 사업에서 이주가 완료되면 분쟁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 이후 철거, 착공, 준공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추진도 반포주공1단지에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3주구의 경우 1·2·4주구와 달리 2017년 12월 31일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못해 재초환 대상 단지다. 지난 2020년 9월 3주구는 서초구청으로부터 재초환 부담금 예상액으로 가구당 4억200만원을 통보받았다. 당시 전용 72㎡ 기준 매매 가격은 23억원으로 올해 6월 거래액 34억원의 70% 수준이다. 10억원이 넘는 집값 상승으로 재초환 부담금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정부는 재건축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재초환 완화를 추진 중이다. 이르면 9월 말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반적으로 부담금 면제 기준을 높이고 부과율을 차등 적용하는 구간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재초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반포주공1단지를 매수하려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결론이 나온다.

반포주공1단지는 현재 1·2·4주구와 3주구 모두 사업시행인가일로부터 3년이 경과했다. 3년 이상 소유자 매물은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것도 거래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착공 시점 이후에는 10년 보유, 5년 거주자 등의 매물만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즉, 내년 이후에는 매물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착공 전에 팔려는 조합원과 반포주공1단지를 노리는 예비 매수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거래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반포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50억원 이상 현금을 보유한 자산가들은 압구정동과 반포동 2곳만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지난해 집값이 급등할 때도 강남 집값은 다른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았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래미안 원베일리나 반포주공1단지 보유자들이 평(3.3㎡)당 2억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과 대출 이자 부담으로 전반적인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어차피 대출이 불가능한 초고가 단지들은 금리 영향에서 자유롭다. 반포주공1단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희소성이 큰 한강변 입지 단지는 현재 시장 상황보다는 미래 가치에 대한 프리미엄이 반영되면서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7호 (2022.09.28~2022.10.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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