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조선'은 빼고 '美정책'만 비판..국제 무대서 상호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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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때문에 핵무력 법령 채택"
이날 김 대사의 연설은 미국을 비난하는 발언이 주를 이뤘다. 그는 "미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미국의 적대시에 항거하여 핵무력 정책 법령까지 채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놓은 지난 30년 간의 간악한 대조선적대시정책이 바로 오늘의 현실을 가져왔다는 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북한이 핵 선제 타격을 시사하는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이유를 미국 탓으로 돌리며 자신들의 '핵 독트린'의 정당성을 대외에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대사는 이어 스스로를 '핵 보유국'으로 지칭하며 "세계에 우리나라 외에도 다수의 핵보유국들이 있지만 유독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만을 반대하는 가장 강도적이고 극악한 제재결의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자주적인 우리 국가를 적대하는 미국의 강권과 전횡을 유엔이 묵인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제재 인정 없을 것"
그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겨냥해 "며칠 전에도 미국 대통령은 바로 이 자리에서 이른바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시작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유엔 제재를 계속 위반하고 있다고 걸고 들었다"고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연설에서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시작하려는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계속 유엔 제제를 노골적으로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사는 이어 "명백히 하지만 우리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만들어놓고 저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고 하여 압박을 가하는 그런 유엔 제재는 인정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향후 북한의 7차 핵실험 등 중대 도발에 맞서 내놓을 추가 제재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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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번 언급했는데…
이날 김 대사의 연설에서 한국은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 때 김 대사가 '남조선'을 11번 언급한 것과 대조된다. 당시 그는 "미국이 적대적 기도를 버린다면 조ㆍ미 관계와 북남 관계에 밝은 전망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는 용단을 보이면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측 반응도 다소 달라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김성 대사의 연설에 대한 평가를 묻자 "북한 대사가 왜 한국을 언급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해 9월 연설 당시 관련 질문에 "현 단계에서 (향후 정세를) 예단하진 않겠지만 정부는 한ㆍ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던 것과는 온도 차가 있다.
앞서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후 첫 유엔 연설에서 11분동안 '자유'와 '연대'를 부각했지만 북한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 등 북한을 간접적으로 겨냥하는 듯한 언급만 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북 메시지는 담대한 구상 발표에서 더 이상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남북, 서로 '무시' 전략
북한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남북통신연락선 등 최소한의 소통 채널은 열어두면서 대내외적으로는 철저한 대남 무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쪽 팩스는 켜져 있어 통신 채널이 살아는 있지만 어떤 메시지를 보내도 읽고 무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방한 중이던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지난 7월 대화 재개에 대한 관심과 코로나 관련 물품 지원 의사를 뉴욕 채널을 통해 타진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유엔 등 국제 무대에서도 남북 간 상호 고립주의 노선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라며 "한국도 굳이 남북관계 개선을 대외적으로 앞세우지 않고, 북한도 과거 한국과 대립 구도를 형성했던 것과 달리 일관된 대남 무시 기조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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