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주인인 함영이의 집

2022. 9. 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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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하일리힐즈'를 운영하는 그녀의 한결 덜어내고 가뿐하게 채운 집.

서울숲을 고스란히 마주한 자리에 단정하게 솟은 유리 빌딩이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하일리힐즈’를 이끄는 함영이 작가와 남편, 남다른 귀여움을 소유한 반려견 살구가 지내는 곳이다. 함영이 작가 가족이 성수동에 자리 잡게 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이전부터 성수동에 자리 잡고 있던 지인이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 오랫동안 온라인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다 오프라인 쇼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것, 행운이라는 말로는 모자랄 정도로 적절한 시기에 이 건물을 만나게 된 것이 모두 같은 시기에 벌어졌다.

3층 부엌과 4층 침실의 구조가 한눈에 보이는 자리. 식탁 조명은 이노룩스의 ‘로키(Lokki)’ 펜던트.

10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지난가을 입주한 이곳에서 작가는 매일 새로운 풍경을 경험한다. “지난해 늦가을에 이사했으니 이제 반년이 다 돼가는데, 이 집에서는 사계절이 다 좋을 것 같아요. 집 앞에 소나무들이 있어 겨울에도 푸르렀고, 눈이 왔을 때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줄지어 서 있는 기분이었어요. 봄이 되니 색색의 꽃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흩날리고요.” 이전 집에 작은 테라스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정원을 배제하고 설계했다. “서울숲보다 더 멋진 정원을 만들고 가꾸기란 어려운 일이니까요.” 지하와 1층에는 여름에 오픈을 앞둔 쇼룸과 사무공간이 자리하고, 2층부터 5층에 달하는 3개 층을 주거공간으로 사용한다.

킨스마켓에서 구입한 빈티지 식탁과 의자가 놓인 부엌. 블랙 & 화이트 수납장은 주문 제작이며, 아트 프린트 〈Dream Powder no.13〉과 테이블 램프는 모두 하일리힐즈 제품.

2층에는 거실과 함영이 작가의 작업실이 있고, 3층에는 부엌과 다이닝 공간, 4층에는 넓은 침대만 놓아 온전한 휴식이 가능한 침실이 있다. 모든 벽은 화이트 페인트로 깨끗하게 마감했고, 바닥에는 내구성 좋은 원목 광폭 마루를 깔았다. “우리 집은 그림이 주인공이에요. 작업을 끝낼 때마다 벽에 다른 색상의 그림이 걸리니까 작품이 공간의 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벽과 바닥에 진한 색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가구나 소품도 마찬가지고요.” 함영이 작가는 디자인을 전공한 후 디자인 에이전시를 운영하다 우연히 페인팅 작업을 하게 됐다. 아트 포스터는 많은 사람이 합리적인 가격에 작가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떠올린 결과였다.

서울숲 뷰를 마주하도록 침대를 배치한 침실. 이사무 노구치의 ‘아카리(Akari)’ 조명이 포인트를 더한다.

대부분의 아트 포스터는 컴퓨터로 작업한 후 매끈하게 프린트하는데, 하일리힐즈의 포스터는 컴퓨터로 작업한 시안을 바탕으로 캔버스에 작가가 직접 페인팅을 하고 다시 디지털로 옮기는 과정을 거친다. 디지털 작업만 하면 빠른 시간에 더 많은 이미지가 생산될 수 있겠지만, 작가의 실제 작업과 가장 흡사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수고스러운 과정을 감내하는 것이다. “포스터를 자세히 보면 붓 터치까지 전부 살아 있어요. 온라인에서는 이런 디테일이 눈에 띄지 않으니 쇼룸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죠. 원본에 가까운 대형 캔버스에 작업하는 것도 가장 좋은 화질의 이미지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집 안의 가구는 대부분 이전 집에서 사용하던 것들이다.

화이트 컬러와 스틸 소재로 깔끔하게 정리된 부엌. 스틸 수납장은 행잉스터프의 ‘아두닉’ 시리즈.

하일리힐즈의 테이블 램프, 러그, 촛대, 꽃병 등도 함영이 작가의 집을 아늑하게 꾸며주고 있다. “올해는 가구를 좀 더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지금 거실에 놓여 있는 삼각형 테이블도 저희가 만든 거예요. 이전 집에 남는 공간을 채우기 위해 비정형적인 삼각형 테이블을 만들었는데, 문의를 많이 받아서 유리 대신 위험하지 않은 아크릴로 상판을 제작해 보려고요. 물론 새로운 그림 시리즈도 구상 중이죠.” 이전 집도 산 아래에 있었지만 평지가 아니어서 산책을 즐기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넓은 숲이 선물처럼 가까이 있으니 하루에 두세 번씩 살구와 산책을 나가고, 작업이 더디게 진행될 때는 자전거를 빌려 한가로이 숲을 한 바퀴 돌기도 한다.

2층과 3층을 연결하는 화이트 계단. 벽에 걸린 작품은 하일리힐즈의 〈Wake a Bird no.18〉.

“기분 전환을 곧바로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니 삶의 여유가 확대된 느낌이에요.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건 좀 불편하지만, 숲의 풍경은 모든 단점을 사라지게 하죠.” 이 집은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고 말하는 함영이 작가에게 오롯이 휴식을 선사한다. “매일 바라보는 창밖 풍경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창작자에게 이보다 더 좋은 공간은 없겠죠.” 그녀의 다음 작품 시리즈가 한층 기대되는 이유다.

하일리힐즈의 세라믹 베이스에 함영이 작가가 그림을 더했다. 테이블 램프 역시 하일리힐즈 제품.
드레스 룸의 복잡한 수납을 가리기 위해 하일리힐즈 아트 이미지를 프린트한 패브릭을 커튼으로 만들어 걸었다.
가구는 밝은 색의 나무 소재를 선호하는 편이다. 우드 셸브는 주문 제작한 것.
2층 한쪽에 마련된 함영이 작가의 작업 공간. 미세한 붓 터치까지 살리기 위해 실제 크기의 캔버스에 작업한다. 작품은 〈Dream Powder no.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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