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다시 품는다 "육·해·공 통합방산" 야심

이동현, 고석현, 정수경 2022. 9. 2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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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조기 타진해오자 '최종 결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고비 때마다 '빅딜 승부수'로 그룹의 미래를 바꿔놨다. 사진 한화그룹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다시 추진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인수를 철회한 지 13년 만이다. 한화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상무기·우주항공 등 기존 방위산업 역량에 대우조선해양을 더해 ‘육·해·공 통합 방산 시스템’을 갖춰 글로벌 메이저 방산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은 일부에서 거론됐던 분리 매각 대신, 상선·해양사업 부문과 특수선(방산) 부문을 통째로 인수하는 방식이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호황으로 상선 부문의 업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도 ‘통매각’의 배경이 됐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육해공을 아우르는 통합 방산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사진은 대표적 'K-방산' 지상무기인 K9 자주포. 사진 한화디펜스

윤석열 정부 들어 ‘빠른 매각’ 추진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를 재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 방산 부문 시너지 극대화다. 한화의 글로벌 방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대우조선이 생산하는 잠수함·전투함의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화시스템은 ‘전투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CMS)를 해군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 20’에 오르겠다는 비전을 가진 한화로선 ‘신무기’를 장착한 셈이다.

LNG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한화그룹은 미국에서 LNG를 수입해 발전 사업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LNG 해상생산기술(FLNG)과 연안 재기화 설비(FSRU) 등을 더하면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태양광(한화솔루션)·수소혼소발전(한화임팩트) 등 기존 사업과 연계해 에너지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가치사슬)이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화 측은 6개 계열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와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이 참여한다. 재계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한화가 자산 11조4150억원인 규모인 대우조선을 최종 인수하면 총자산이 91조8030억원으로 재계 6위인 포스코(자산 96조3490억원)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한화 “몸값 떨어지고 시너지 기대” 결심


대우조선 인수의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의 ‘빠른 매각’ 의지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6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취임 이후 매각 추진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대우조선해양 경쟁력 강화’ 컨설팅 보고서 검토 결과 상선·해양사업 부문과 특수선(방산) 부문의 분리 매각보다는 ‘통매각’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졸업 후 21년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대형 크레인. 사진 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은 인수 주체 물색에 나섰고 한화 측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화는 검토 끝에 ▶대우조선의 몸값이 과거 대비 떨어졌고 ▶기존 방산 부문과 시너지가 크며 ▶카타르 프로젝트 등 LNG선 호황 사이클이 도래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이미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적이 있다. 당시 조선업 경기가 좋던 상황이어서 포스코·현대중공업·GS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이듬해 1월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인수가격의 5%인 이행보증금 3150억원 반환을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부는 ‘주인 없는 회사’ 대우조선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선 대주주 책임 아래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조선지주사)의 인수로 ‘빅2’ 체제를 구상했으나 유럽연합의 독과점 우려로 무산되면서, 이 문제가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한국 조선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미래 사업구조 재편의 열쇠를 쥐고 있다. 사진 한화그룹

고비 때마다 M&A…이번에도 통할까


한화는 사업 고비 때마다 인수합병(M&A) 승부수를 띄웠다. 29세에 회장에 오른 김승연 회장은 유통(1985년), 레저(86년) 기업 인수로 몸집을 키웠다. 재계 순위 10위권에 안착한 뒤 첫 승부수는 대한생명 인수(2003년)였다. 특혜 시비 등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지만 금융 사업을 그룹의 주력으로 키워내며 사업구조를 성공적으로 개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번째는 삼성과 ‘빅딜’이었다. 2015년 삼성테크윈·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 등 방산·화학 부문 4개사를 2조원에 인수하면서 그룹의 주력 사업을 다시 그렸다. 당시 인수한 방산 부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지상무기·항공·우주 분야를 아우르는 규모로 성장했다. 종합화학 분야 역시 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거듭났다. 한화솔루션을 중심으로 태양광에서 소재 분야에 이르는 폭넓은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 불발 이후 8개월여 만에 대우조선은 ‘새 주인’을 찾게 됐다. 재계에선 지난달 승진한 김동관 부회장이 아버지의 ‘승부사 DNA’를 이어받아 성공적인 사업구조 재편을 보여줄지 주목한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오랜 관리 체제로 경쟁력이 떨어진 데다 자금 상황도 좋지 않은 터라 경쟁력을 되찾게 될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10조원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만큼 ‘헐값 매각’ 주장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신형 대한조선학회장(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은 “상선 부문의 시장 규모가 비교가 안 될 만큼 크기 때문에 방산에만 집중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대우조선이 주인을 찾게 되면 한국 조선업계가 당장의 수주 경쟁에 치중할 게 아니라 함께 미래를 준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도 “대우조선이 경쟁력을 가진 상선 분야가 한화의 화학·에너지 사업과 결합하면 밸류체인이 완성되기 때문에 굳이 (상선 부문을) 버릴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동현·고석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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