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비판받을 때, 이 두 지도자는 박수 받았다 [권신영의 해리포터 너머의 영국]

권신영 입력 2022. 9. 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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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신영의 해리포터 너머의 영국] 제77차 유엔 총회의 주목할 연설들

[권신영 기자]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7차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분기점: (우리가 직면한) 연계된 도전에 대한 전환적 해결책.'

지난주 제77차 국제연합(유엔) 총회를 위해 각국 정상들에게 주어진 주제다. 질문은 네 가지다. 분기점이 맞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세계를 분기점으로 몰아가고 있는가, 이것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마지막으로 이를 타개할 방책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분열과 불평등을 지적하고 세 가지로 세분화시켰다. 첫째는 지정학적 갈등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남 갈등을 언급했다. 두 번째는 '화석 연료 중독' 결과인 기후 위기다. 탄소 배출의 80%를 차지하는 주요20개국(G20)이 '소실과 피해'를 입은 국가들에 책임을 져야 하고 그 일환으로 횡재세 공동 도입을 제안했다. 마지막은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 간의 경제적 불평등으로 글로벌펀드와 녹색기후기금을 통한 협력을 호소했다.

눈에 띄는 연설은 독일과 콜롬비아 정상의 연설이었다. 독일은 전환기에 위치를 재설정하는 외교 능력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콜롬비아 정상의 연설은 중심부의 문제를 꿰뚫어내는 주변부의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 꿈꾸는 독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독일이 마침내 공식화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20일 연설에서 독일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 이사국으로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장 난감했던 국가는 외교적으로 러시아와 서방의 다리 역할을 하고 경제적으로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었다.

초반 소극적 태도를 보이다 숄츠 총리는 2월 말 에너지 위기와 군사 재무장을 맞바꿨다. 러시아가 핵을 언급하고 우크라이나 점령지역 국민 투표 등으로 판을 키우자 하나를 더 추가했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

이날 연설에서 숄츠 총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법 없는 국제 사회가 도래하는 징조"라고 말했다. 무법의 반대는 "무정부 상태가 아닌 힘이 지배하는 제국주의"라며 푸틴의 행동을 "명백한 제국주의"로 규정했다.

"푸틴은 그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할 때까지 제국주의적 야심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숄츠 총리는 안보리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직접적 이유는 "유엔 창립 멤버이자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가 보인 제국주의적 행동이다. 다른 이유는 2차 대전 직후 국제 질서 반영물인 현재 안보리를 21세기에 적합하게 개혁하자다. 보다 균등한 목소리, 즉 비서구 국가들의 목소리를 더 반영할 통로의 필요성을 뜻한다.  

숄츠 총리는 독일의 국제 사회 활동을 상기시켰다. 우선 안보리 상임 이사국의 거부권을 폐지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국가의 의견을 더 반영해야 한다던 앙겔라 메르켈 시대의 주장을 언급했다. 그리고 독일이 2010년대 중반 난민 위기에서 인도적으로 100만 명 넘는 난민을 수용했고 지속적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등 비서구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해 왔음을 말했다.

숄츠 총리는 "독일이 좀 더 큰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했다. 책임 중 하나가 기후 변화로, 독일은 여기에 가장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국가 중 하나다. 이 자리에서 숄츠 총리는 기후 변화에 따른 선진국의 책임을 언급했다. 기후 위기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들에 대한 '소실과 피해' 문제로 오는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같은 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안보리 개혁안을 언급했다. 향후 3년간 아프리카에 3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며 상임이사국 자리에 대한 희망을 표했다. 독일에 비해 국제 사회 공헌도가 낮지만 비유럽이라는 장점이 있다. 다음날인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유엔 연설에서 안보리 개혁을 지지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국은 독일, 일본, 인도를 지지한다.

콜롬비아가 지적한 서구의 위선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마약과의 전쟁과 기후 위기와의 싸움은 실패했다"며 "코카잎을 없애려고 숲에 불을 지르고 독성 제초제를 뿌리면서 기후위기를 개선하자는 말들은 위선적"이라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2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적인 국가들을 비판했다. 숄츠 독일 총리와 마찬가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목도한 것은 제국주의와 식민지 시대로의 회귀"라고 말했다. 그리고 "신제국주의에 침묵하고 비밀리에 공모하는" 이들은 "역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크롱의 시각에서 '역사적 오류'를 범하는 국가들은 누구일까. 러시아의 침략 행위는 비판하지만 미-영-유럽연합의 경제 제재에도 거리를 두는 국가들로 대부분이 남반구에 위치해 있다. 유엔 사무총장이 언급한 서-남 갈등이다. 남반구의 인식은 20일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연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주제는 아마존 열대 우림 식물 코카를 통해 본 마약과 기후 위기다.  

아마존 열대 우림에서 자라는 코카는 마약 코카인의 성분이 되는 식물로 미국에서는 재배 금지다. 하지만 고대 잉카 시대 사람들은 신성한 식물로 여기고 자연 상태의 잎을 우려 차로 마셨다. 가공되지 않은 코카 잎은 페루, 칠레 등 전통적으로 코카 차를 마셨던 국가에서 여전히 합법이다.

코카가 위험한 식물로 추락한 데에는 심각해진 미국의 코카인 중독이 있다. 1980년대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한 미국 정부는 콜롬비아 정부와 협력해 코카의 불법 재배 및 유통을 단속했다. 여기에는 코카 식물을 아예 제거하려는 작업도 포함되어 있다.

40여 년이 지난 현재 이 계획은 실패다. 코카인 소비는 줄었지만 펜타닐과 같은 신종 마약이 등장해 미국 마약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콜롬비아는 암시장을 중심으로 한 불법 마약 조직이 기승, 폭력으로 인한 사회 불안 및 사회 부패 문제가 심각해졌다. 민간인 피해도 극심하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지난 40년간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약 45만 명 중 무고한 시민이 상당수고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페트로 대통령은 현재 아마존 열대 우림이 '피로 얼룩진' 상태에서 불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카를 없애야 할 잡초처럼 여기는 인식 때문에 아마존 열대 우림 파괴와 산불이 끊이질 않고 코카를 없앨 목적으로 뿌린 제초제 글리포세이트는 물을 오염시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마약이 인간의 문제인가, 자연의 문제인가. 페트로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구실로 열대 우림을 훼손시키면서 경쟁적으로 화석 연료는 귀하게 여기는 선진국의 현실을 두고 "코카와 석유 중 무엇이 더 해로운가?"라고 묻는다. 코카는 과다 복용한 이들이 죽는 것이지만 석유 의존이 일으키는 기후 위기는 전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마약과 석유 뒤에는 공통적으로 비이성적 권력, 이윤, 그리고 돈에 대한 중독"이 있다고 말했다. "더 많이 벌기 위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해야 하는" 자본이 원인으로 열대 우림의 잘못이 아니라는 뜻이다. 때문에 코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마약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이 방식을 고수하는 한 아마존을 살려야 한다는 구호는 "위선"이라고 일갈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코카와의 싸움을 멈추고 아마존을 되살리는 데 힘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약 해결에 '전쟁'은 필요하지 않으며 좀 덜 벌더라도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사회 건설이 궁극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 말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현재 음성화된 마약 시장을 정부 통제하에서 양성화시키는 방안을 세우고 있다. 양성화는 암거래로 성장해온 마약 조직을 약화시킬 것이고 이를 통해 폭력과 부패의 문제도 해결해 보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양성화될 경우 마약 사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져 여기에 대한 대책은 계속 토론 중이다.

시장 경제와 성장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페트로 대통령이 말한 "더 많이 벌기 위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해야 하는" 성장 위주의 경제를 강조한 정상이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였다. 21일 유엔 연설에서 트러스 총리는 "권위주의 국가들이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에 맞서기 위해 국방비를 3%까지 올리고 2.5%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겠다고 했다.

트러스 총리의 경제 정책 기조는 '낙수 효과'다. 횡재세를 폐지하고 기업 임원 보너스 상한선을 없애는 등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취했다. 소득세와 주택 거래 시 내는 인지세를 낮춰 작은 정부 행보를 취했다. 지진 우려에 중단하기로 한 하원 결정을 번복하고 북해 지역 셰일 가스 개발을 다시 추진하려 한다.  

국제주의가 깨지고 계층 갈등과 기후 위기가 위험 수위에 달한 지금, 성장 위주의 경제가 유효할 수 있을까.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트러스 총리의 연설 전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낙수 효과 경제에 신물이 난다. 그건 실패했다. 우리는 아래로부터 그리고 중산층 중심으로 경제를 건설한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영국 보수당안을 "카지노 경제"라 부른 영국 노동당은 서민층과 친 기후 중심으로 재산업화안을 이번주 노동당 전당 대회에서 띄울 예정이다. 현재 노동당 지지율이 10%이상 앞선다.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은 아쉬웠다. 4개의 질문으로 구성된 주제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마지막 질문인 해결책에만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첫 세 질문 답변에서 보여줘야 했던 한국만의 입장과 시각이 빠졌다. 4개의 질문에 15분은 부족한 시간임에도 한 질문에만 매달리니 시간도 남고 같은 말만 20번 넘게 사용해 높낮이가 없었다. 거기에 비속어 논란으로 국내외 비판이 쏟아졌다. 

유엔 총회는 끝났지만 만회할 기회는 있다. 총회 연설에서 나타났던 많은 시각과 움직임을 잘 파악하고 안보리 개혁안에 의미 있고 창조적인 의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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