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20여년 만에 대우조선 매각 실마리..남은 과제는

김효숙 2022. 9. 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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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과 2조 유상증자 계약
"더 좋은 조건 후보 기다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것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KDB산업은행이 20여년 만에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인수예정자로 한화그룹을 선정하면서다. 다만 다른 잠재후보자들에게도 인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주인 찾기'는 계속될 예정이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한화그룹과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며 "한화그룹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 대우조선 앞으로 2조원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2001년 워크아웃(채무조정) 졸업 후 21년간 있었던 산은 품에 있었던 대우조선이 민간 대주주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거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한 후 경쟁입찰을 통해 최종 투자자를 선정한다. 인수 예정자인 한화그룹 외에도 다른 후보자들을 받아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후보를 최종 투자자로 선정한다는 설명이다. 한화그룹이 계약대로 인수하면 대우조선의 지분 49.3%를, 산은은 28.2%를 갖게 된다.


앞서 산은은 2001년부터 워크아웃(채무조정)을 졸업한 대우조선해양을 관리하며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2008년 산은은 한화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했으나 한화그룹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 2019년 산은은 현대중공업을 인수 후보자로 확정했지만 세계 기업결합심사에서 유럽연합이 시장 독점을 이유로 이들 인수를 불허하면서 다시 매각이 불발됐다. 대우조선 매각의 해법을 찾기까지 21년이 걸린 셈이다.


강 회장은 "산은이 대우조선의 대주주로 있는 체제 아래서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포함한 근본 경쟁력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을뿐더러 매각 시기를 놓쳐 더 큰 손해를 본 과거 전철 밟지 않기 위해 취임 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의하며 신속 매각을 추진해왔다"며 "경영·재무 역량 검증된 대기업들에 투자 의향을 타진했고 그 결과 한화그룹이 인수 의향을 표명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강 회장은 "민간 대주주 등장으로 과감한 R&D 투자 등 통해 국내 조선업의 질적 성장을 유도함으로써 대한민국 조선업 경쟁력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채권 회수 가능성 또한 높아져 채권단 손실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것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가지며 물을 마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강 회장은 산은이 투입한 자금 회수 방안에 대해서 "산은에 총 투자한 자금은 4조1000억원이고, 이중 3조5000억원이 손실 추정된다"며 "향후 대우조선의 요주의 여신이 정상여신으로 분류되면 우리가 대손충당금으로 쌓은 1조6000억원이 이익으로 환원되고, 민간기업이 산은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만들어 주식 가격이 올라가면 상당 부분 회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한화그룹 말고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과 계약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재차 열어뒀다. 그는 "한화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라는 것이지 최종 인수대상자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를 뛰어넘는 더 좋은 제안을 할 기업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강 회장은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해서 "대우조선이 21년간 산은 품에 있었지만 기업 가치가 속절없이 하락해 올해 상반기 6000억 손실을 낼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경영 효율화를 할 수 있는 민간 주주를 찾는 게 국민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해외 기업의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강 회장은 "알다시피 대우조선 액화천연가스선과 방산에 국가 혁신기술이 많이 포함돼있어 해외가 주체가 된 인수자에는 입찰 자격 주지 않을 예정"이라며 "동종업계인 현대나 삼성중공업은 기업결합 승인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그곳과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이 주체가 되고 외국 재무적투자자로 들어오는 건은 허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훗날 한화그룹이 경영효율화를 위해 대우조선 인력에 대해 구조조정을 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상황을 가정해서 답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대우조선에 일감 많이 몰려있는 상태기 때문에 인적 구조조정 상황은 없지 않을까하고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오는 27일 경쟁입찰 공고를 내고 내달 17일까지 약 3주간 후보자를 받을 예정이다. 이후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잠재투자자, 한화그룹과 함게 최대 6주간 상세실사를 실시한 뒤 최종투자자를 선정해 본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계약이 체결되면 국내외 인허가 취득 후 유상증자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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