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뺀 국토부, '1사 1필지 제한' 벌떼입찰 근절에..엇갈리는 희비

황보준엽 2022. 9. 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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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동원 원천 차단..부정 취득 적발 시 택지 환수
'형평성' 대형 vs '대기업 쏠림' 중견, 극심한 입장차
국토교통부가 공공택지 추첨과정의 벌떼입찰을 근절하기 위해 '1사 1필지 제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뉴시스

국토교통부가 공공택지 추첨과정의 벌떼입찰을 근절하기 위해 '1사 1필지 제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페이퍼컴퍼니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상 계열사로 분류되는 모든 기업들의 참여를 불허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대형사와 중견사 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26일 국토교통부는 '벌떼입찰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중견건설사 5개사에서 벌떼입찰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필지의 37%를 가져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들의 입찰과정에 위장계열사를 참여시켜 당첨 확률을 높이는 '벌떼 입찰' 방식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토부는 계열사들을 입찰에 동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1사 1필지' 제도를 10월 중 도입하기로 했다. 1사 1필지 제한 제도는 추첨에 참여할 수 있는 모기업과 계열사의 개수를 1필지에 1개사로 제한하는 것이다. 만약 부정한 방법으로 토지를 취득한 사실이 적발되면 계약을 해제하고 택지를 환수하기로 했다.


감시체계도 강화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택지 공급자는 당첨업체 선정 즉시 지자체에 해당 업체의 페이퍼컴퍼니 여부 등에 대해서 점검 요청하도록 하고, 지자체는 30일 이내에 점검 결과를 택지공급자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택지 관련 업무 수행 과정에서 당첨 업체가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는 경우 택지공급 계약을 해제하고 향후 3년간 택지공급도 제한한다.


이번 혁신안을 두고 대형사와 중견사 간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대형사의 경우 중형사와는 달리 계열사 편입 조건이 다소 까다로워 입찰 시 여러 개의 계열사를 동원할 수 없어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필지 한 곳에 한 회사만 입찰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대형사들 중심으로 터져 나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형 건설사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 한 관계자는 "공공택지를 대형사가 따냈다는 소식을 듣기 쉽지 않았다"며 "중소 건설사처럼 계열사를 동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1사1필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형평성을 되찾자는 의미였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한시적 운영이라는 데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국토부는 공공택지 경쟁률이 과열되는 규제지역(주택법상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및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의 300가구 이상의 택지에 3년간(2025년) 시행하고, 성과점검 후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헀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쪽에서 양측의 입장을 고려하다보니 시점을 정해둔 것 같다"며 "1사 1필지는 어긋나 있는 형평성을 되돌릴 수 있는 방안인 만큼 지속 시행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중견사들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관련이 없는 분야가 아닌 건설업을 영위하는 계열사가 입찰에 참여한 것이고,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대기업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B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이 아닌 다른 업을 영위하는 계열사가 택지 입찰에 참여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같은 방식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경쟁 구도로 놓게 되면 굉장히 불공정해진다. 결국 대기업으로 쏠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1사 1필지 방안은 형평성 제고 차원에선 필요한 방안"이라면서도 "다만 대형사에겐 좋은 일이지만, 중견사들은 결국 손해를 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주택공급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긍정적 분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건설사가 다수의 부지를 가지게 되면 사업이 늦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종전 미착공토지 문제가 지적된 것을 감안하면, 주택공급확대를 위해 조속한 사업착공을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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