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국장 D-1..철통 경계 속 기시다 'G7 없는' 조문외교 시작
지난 7월 8일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국장(國葬)이 27일 오후 2시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일본무도관에서 열린다. 국장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 상황 속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국장을 찾는 세계 정상급 인사 30여명과 릴레이 회담을 갖는 '조문 외교'를 26일 시작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는 700여 명의 외국정부 관계자·외국 대사 등을 포함해 총 43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TV아사히에 따르면 국장 행사장 식단은 아베 전 총리가 좋아하던 후지산(富士山) 이미지로 꾸며진다. 평소 착용하던 의원 배지도 안치된다.
아베 전 총리 유골이 회장에 도착하면 총 19발의 조포(弔砲)가 발사된다. 아키에 여사가 유골함과 함께 입장한 후엔 기미가요 연주, 묵념 후 기시다 총리와 '지인 대표'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등이 조사를 한다. 또 육상자위대 의장대 사열 등과 함께 참석자들의 헌화가 이어진다. 아베 전 총리 유골은 자위대가 동일본 대지진 당시 자선곡이었던 ‘꽃은 핀다’를 연주하면서 행사장을 떠나 안치된다.
이번 국장에 참석한 정상급 인사로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이 꼽힌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을 비롯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아베 전 총리와 인연이 깊은 정치인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양한 사정으로 무산됐다.
주요 7개국(G7) 정상 중 유일하게 참석 예정이었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자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피오나' 피해로 일본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아베 전 총리의 외교적 유산을 물려받아 발전시킬 의사를 내외에 알리고 싶다"며 조문 외교를 통해 국장의 의의를 어필하겠단 기시다 총리의 구상도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NHK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26일엔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해리스 부통령과 회담을 갖고 미·일 동맹 강화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한 협력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어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나고 27일엔 모디 인도 총리, 앨버니지 호주 총리, 28일에는 한 총리와 훈센 캄보디아 총리 등과 회담한다.
국민 75%, "국장 비용 과하다"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의 장례식이지만 분위기는 냉랭하다. 아베 전 총리 사망 당시만 해도 충격 속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이후 자민당 정치인들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과의 관계, 16억 6000만엔(약 165억 원)에 이르는 고액의 국장 비용 등이 공개되면서 추모 열기는 급속히 식었다.
마이니치신문이 17~18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62%로 찬성(27%)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교도통신 조사에선 '정부가 국장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한다'는 답이 75%에 달했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을 비롯해 공산당·사민당·레이와신센구미 등 야당 대표들도 줄줄이 장례식 불참을 선언했다.
일본 역대 총리 중 세금으로 모든 비용을 충당하는 국장을 치른 정치인은 1967년 사망한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가 유일하다. 다른 총리들의 장례는 정부와 자민당이 함께 주최하는 합동장으로 치러졌다.
국장 시간에 대규모 반대 시위 예상
일본 정부는 반대 여론을 살피며 최대한 무리 없이 행사를 마치겠단 계획이다. '조의를 강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지자체나 학교 등에 조기 계양 등을 요청하려던 방침을 보류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정권의 한 간부는 "아베 전 총리 총격 사건 당시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며 한탄했다. 국장 결정부터 실시까지 2개월이나 걸린 데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
아베 전 총리 경호 실패로 비난에 휩싸였던 일본 경찰은 이번 국장에 2만 명의 인력을 투입해 경계를 강화한다. 당일엔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도 예정돼 있다. 26일부터 도쿄 각지에선 요인 경호를 위해 교통이 통제되고 있으며,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일반인들을 위한 헌화대가 장례식장 근처 공원에 별도로 마련됐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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