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질문에 "난 과학자 아니다"..논란의 세계은행 총재
데이비드 맬패스(66) 세계은행(WB) 총재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변화를 사실상 부정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렀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맬패스 총재는 20일 NYT가 주최한 토론에서 “화석연료 사용이 급격한 지구온난화를 야기한다는 과학자들의 평가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과학자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맬패스 총재는 이날 “당신은 기후변화 부정론자냐”라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발언에 대해 답변해 달라는 요청을 세 번이나 받았다. 그러자 그는 “과학자가 아니다”라는 말로 답변을 피했다. 맬패스 체제의 세계은행은 신규 화석연료 개발 자금 조달을 중단하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권고를 무시하고,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기후위기를 겪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에도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 부정론자” 질문 회피
일부 언론에선 백악관이 맬패스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그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세계은행은 금융 분야에서 기후변화를 막는 지도자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이클 키쿠카와 재무부 대변인도 “우리는 세계은행이 기후위기의 글로벌 리더가 되고, 개발도상국을 위한 훨씬 더 많은 지원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맬패스 총재는 2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기후변화 부정론자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이 화석연료를 포함한 인공 자원에서 시작된 것은 분명하다”면서 “청정에너지를 더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기후변화 부정론자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해야 했다. 그것은 주제에서 벗어난 질문이었고, 앨 고어 외에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3일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선 “사임은 없다”며 “(사임을 요구한 회원국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뒤늦은 해명에도 “자리 연연”
맬패스 총재는 앞서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책 불화 등으로 하차한 뒤 2019년 4월 취임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경제고문으로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다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을 지냈다. 앞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와 조지 H.W. 부시 행정부에서 각각 재무부와 국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뒤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몸담았다. 2010년 미국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을 비롯한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 20여개 국가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선출하지만, 경제 규모에 따라 투표권에 가중치가 부여되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에 인사권이 있다. 1945년 세계은행 출범 이후 총재는 맬패스를 포함한 13명 모두 미국인이었다. 임기는 5년이다. 장 피에르 대변인은 총재 교체설에 대해 “총재를 교체하려면 여러 이해관계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미국은 그들과의 파트너십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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