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낙인 얼마나 힘들었나" 유엔 보고관, 공무원 아들에 답장

박현주 2022. 9. 2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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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2020년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 "사실을 밝히고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유족의 노력을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오전 전남 목포 한 장례식장에서 2020년 북한군에 의해 숨진 해양수산부 고 이대준 씨의 영결식이 엄수되는 모습. 뉴스1.


"월북자 낙인 힘들었을 것"


26일 유족 측에 따르면 살몬 보고관은 지난 23일 이 씨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버지에게 찍힌 낙인(stigma)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들었다"며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정의를 추구하기 위해 유족들이 그간 기울인 노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살몬 보고관은 방한 중이던 지난 3일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 등 유족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유족 측은 문재인 정부가 이대준 씨를 당초 '월북자'로 규정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고 한다. 정부의 '월북' 판단은 윤석열 정부 들어 뒤집어졌고 지난 6월 해경 차원의 사과가 이뤄졌다.

살몬 보고관은 또 "진상을 규명하고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한 유족과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족과 국제 사회 사이의 연결 고리가 되겠다"고도 말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23일 해수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 아들에게 보낸 편지.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 제공.


아들 편지에 두 달만 답장


이날 공개된 서한은 앞서 지난달 2일 이 씨 아들이 살몬 보고관에게 "사람의 목숨을 코로나 바이러스 취급하는 북한의 행태는 분명히 사라져야 한다"며 서한을 보낸 데 대한 답장이다. 당시 서한에서 이 씨 아들은 "문재인 정부는 (아버지에게) 월북자라는 오명까지 씌워 그 죽음을 정당화시키고 진실된 사과 한 마디 없는 북한을 두둔했다"고 비판했다.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에 따르면 이 씨 아들은 살몬 보고관의 답장을 받은 뒤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가족의 아픔에 공감해줘 감사함을 느꼈다"며 "아버지와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이 역할을 다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져서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인권을 중요시한다는 대한민국에 살면서도 국제 사회에 호소해야 한다는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날인 25일부터 한ㆍ미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이 일주일동안 공동으로 여는 '북한자유주간'이 시작됐다. 이를 위해 미국 내 70여개 북한 인권 관련 민간단체 연합인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솔티 대표가 지난 24일 방한했다. 매년 4월에 개최되다가 올해는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이달로 미뤄졌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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